복잡하게만 살면 재미없어 BINGO 🏄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한 주 쉬고 인사 드리는 건데,
되게 오랜만에 인사 드리는 것 같아요!
여름 방학을 맞아 시소레터 에디터들은
오래 간만에 실제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주 같이 원고를 작업하지만,
평소에는 현업 때문에 온라인으로밖에 만나지 못하거든요.
각자의 생사도 묻고,
영화도 같이 보며 충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구독자님은 시간이 나면 만나고 싶은 분이 있으신가요?
그 분은 어떤 분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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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이라는 말, 다들 아시나요?
이젠 너무나 익숙해서 신조어 같지도 않은 이 단어가 생긴 건
아무래도 단순하게 살 수 없는 이 세상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가 툭 던진 말엔 그 뒤에 숨겨진 뜻이 뭔지 의심하고,
눈 앞에 놓여진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재고 따지다가
내 마음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세상이요.
그래서 이번주는 단순해지고 싶을 때 볼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심플 이즈 더 베스트!
복잡한 이 세상에 지쳐버린 분들께 바칩니다➿
*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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𝗬𝗼𝘂𝗻𝗴, 𝗪𝗶𝗹𝗱 𝗮𝗻𝗱 𝗙𝗿𝗲𝗲 𝗳𝘁. 𝗕𝗿𝘂𝗻𝗼 𝗠𝗮𝗿𝘀
👉 노래 : 𝗦𝗻𝗼𝗼𝗽 𝗗𝗼𝗴𝗴 & 𝗪𝗶𝘇 𝗞𝗵𝗮𝗹𝗶𝗳𝗮
몇 년 전 템플스테이를 갔었는데 그곳에선 휴대폰을 걷어 갔습니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끝나면, 할 수 있는 거라곤 절 내부를 산책하거나 책을 읽는 일뿐이었는데요. 유튜브의 도파민도, 인스타그램의 인증샷도 없었지만 그 자체에 푹 빠져서 재밌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걸 보면, 단순한 삶이 주는 매력을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 본 적은 없습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은 많고, 불안한 일들은 가까워 보이니 우리는 선택지를 자꾸 넓혀 갑니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만 고르는 것도 아니지만요. 하지만 템플스테이가 가르쳐 준 힌트는 일단 주어진 상황 자체를 즐겨 봐도 나쁘지 않았단 겁니다. 새로운 걸 찾지 않아도 하루는 무사히 흘러갔고 또 만족스러웠습니다. 스눕 독의 이 노래처럼, ‘시간은 금방 가니까 그냥 즐기면 뭐 어때?’인 거죠. 가사처럼 마약만 안 하면 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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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호주 워홀 취뽀 드디어 첫 출근! 그런데.. 말입니다
유튜버 혜인을 알게 된 건 인플루언서로서가 먼저였습니다. 한국에서 몇 년 동안 사업도 하고 있던 그가, 갑자기 워킹홀리데이 막차*를 탄다고 해서 놀랐죠. 호주에서 지게차 모는 법을 배우고 또 그걸로 취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당차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출근을 한 그가 올린 영상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단단해 보였던 사람이 우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그걸 솔직하게 공개했다는 것도 제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내면으로 통하는 고속도로가 뻥하고 뚫린 사람 같아서요.
저는 평소에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돌이켜 보면, ‘A라는 상황에서 나는 이런데, 너네도 이래?’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한 번 더 확신을 얻고 싶어서 묻는 거죠. 이렇게 물음표를 던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내 감정을 나도 모르고, 안개 낀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남들이 지어주는 이름을 기다리면서요. 이미 세상에는 복잡한 것들이 너무 많으니, 거기다 문제 하나를 더 추가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멀쩡한 내 마음을 괜히 방정식으로 바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워킹홀리데이는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30대 초반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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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2023)
👉 감독 : 이병헌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보는 내내 집중해서 머리를 굴리며 보아야 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좀 더 흥미로운 건 아무래도 앞서 말한 종류이긴 하지만, 때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아도 편안한 후자가 끌리기도 합니다. 바로 이 영화처럼요.
<드림>은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얼떨결에 이 팀의 감독이 된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 분)와 그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합지졸들이 모여 심기일전하여 승리를 거머쥔다는 이 뻔한 스토리엔 아군이 적군으로 변하는 반전도,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기적도 없어요. 사업에 실패해 길거리에 내몰리고, 친구에게 보증을 서주고 이혼당하는 등 홈리스들의 사연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요.
하지만 이 영화를 무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았다는 건, 아마 그 ‘뻔함’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영화관 좌석 등받이에 한껏 기대 깔깔거리며 웃고 우는 것이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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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볼 아래서
👉 작가: 강진아
무 자르듯 딱딱 떨어지지 않는 것의 가장 최고점은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가 툭 던지는 말에, 무심코 한 행동에도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고민하게 되니까요. 그럴 때면 ‘그냥 단순해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이엽은 정말 그렇습니다. 바꿔 말하면,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따져 묻지 않고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대학시절 함께 살던 친구 세정과 미옥이 아파서 집에 누워있으면, 편하게 쉬라고 자리를 피해 주고자 집을 나가 있었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 강사인 병선이 자신을 가르칠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됐지만 문제 제기 한 번 하지 않고 그저 잠자코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이엽의 사고방식을, 상대는 무시하는 것으로 느꼈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이엽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단정 지어왔던 거죠. 고민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 이엽을 주변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다가도, 종래엔 그렇게 하고야 마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괜한 짓을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지치고 피곤하더라도, 필요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거죠. 복잡함엔 복잡함으로 대응해야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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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지옥만세>
구매처 : 수원시미디어센터*
가격 : ₩ 0
#이게_진짜_K여고생 #발랄한_블랙코미디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을 겪고 있는 두 청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학교폭력에 사이비 종교까지, 요즘 뜨거운 감자였던 소재들을 한 데 모아두었습니다.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시도하는 나미(오우리 분)와 선우(방효린 분)는 죽기 직전, 그들을 괴롭혔던 채린(정이주 분)이 서울로 이사를 간 후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SNS를 통해 접합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박채린 인생에 흠집이라도 내야 되지 않겠냐’며 서울로 향하는데요. 하지만 이내 자신을 벌주러 와줘서 고맙다며 두 사람을 환하게 맞이하는 채린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집니다.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것에만 몰두한 듯했던 두 친구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죽음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이 영화가 다 끝난 후의 여운으로 계속 남았어요. 지옥에서 도망친 곳은 천국일 거라는 ‘믿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독립영화라 상영관이 많지는 않지만, 심오한 주제를 발랄하게 담아내 신선했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지옥 같은 세상이지만, 주인공 두 친구처럼 ‘오키오키!’ 외치며 살자고요.😂
*수원 행궁동에 위치한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지난 7월에 열린 '제 8회 수원사람들영화제'를 통해 정식개봉 전에 관람하고 왔어요. 평소에도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정기상영을 진행하고 있으니, 근처 사시는 분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체크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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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마스크걸>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어디까지_가나_봤더니_새벽_4시까지_정주행
지난주 금요일 따끈따끈하게 공개된 <마스크걸>. 명작으로 손 꼽혔던 원작에다가, ‘고현정’과 ‘나나’의 출연으로 내 마음속에 저장해뒀던 작품이었는데요. 공개 첫날에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서 보던 중, 높은 수위와 폭력 묘사에 각자 집에 가서 보는 것으로 영상회는 정리되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모미는 밤마다 ‘마스크걸’로 변신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합니다. 비밀스러운 일탈에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게 마련이죠. 모미의 인생은 굴곡을 맞게 되고, 그때마다 모미를 연기하는 배우도 달라집니다. 워낙 원작이 긴 호흡으로 진행되었다 보니, 넷플릭스에서도 에피소드가 조금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주인공 모미를 비롯해, 주조연 캐릭터 모두 몰입감이 대단했기 때문인데요. 출연진 중 어느 하나 힘 빼지 않은 살벌한 연기력에 보는 내내 승모근이 빳빳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모미를 짝사랑하는 주오남(안재홍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리얼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냥 제가 본 오타쿠 중에 원탑이었습니다. 안재홍 배우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었는데, <마스크걸> 속 투철한 직업 정신에 배우로서 매력이 급상승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얘기하면 백 퍼센트 오해를 살 것 같아서 영수증에만 몰래 말해 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캐릭터 아니고 배우로서 매력입니다.
🍋 어디가서 좋았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은데 (안재홍의 그 연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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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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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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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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