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고 소중한 여름 휴가 🫳🫳🫳 (북북북)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태풍 '카눈'이 북상한다는 뉴스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레터를 시작해봅니다.
이런 기상 소식이 있는 와중에도
평소처럼 일상을 해내셔야 하는 분들도 많기에,
더더욱 마음이 좋지 않은데요.
구독자 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부디 큰 영향 받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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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더해지는 습기와 열기에
정신 없는 여름이지만
그래도 이 계절에 조금은 정이 가는 건
‘휴가’가 있어서 아닐까요?
구독자님이 단 며칠 동안만이라도
주어진 이름과 역할에서 벗어나,
남은 올해까지 잘 헤쳐나갈 힘을 얻으시길 바라요🎐
이번 주는 여름 휴가를 앞둔 마음을 표현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시소레터도 다음 주는 한 주 쉬어가고,
8월 24일 목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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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 노래 : 산울림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네 시에 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진다고요. 이 말을 우리에게 적용하자면, 휴가 결재를 상신했을 때 .. 혹은 팀장님에게 날짜를 얘기했을 때, 아니면 언제가 좋을까 캘린더 어플을 뒤적였을 때가 될 수도 있겠네요. ‘휴가’ 두 글자 마음에 품었을 뿐인데 순간 내 주변 공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길목에 서서
예쁜 촛불로 그대를 맞으리
화자가 사랑하는 님에게 주단을 깔아주었다면, 저는 제 휴가를 위해 기다림을 깔아 드리렵니다. 감히 인내심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뭐 할 정도로 저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기한 없는 기다림은 쓴맛만 남기지만, 그 끝이 정해져 있다면 한없이 설레고 달콤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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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전원일기
👉 연출 : 권석장
쳇바퀴처럼 매일매일 굴려야 했던 일상에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둘 수 있다니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며, 늘 같은 사람들과 일하고 이야기하기를 반복하는 루틴이었는데 당분간은 그게 사라진 셈이잖아요.
일상을 구속했던 것들로부터 탈출해 해방감을 느끼는 저와 다르게, 갑작스레 희동리의 수의사가 되어버린 서울내기 지율(추영우 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는 합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 승용차가 아니라, 흙길 위 자전거를 타고 검진을 하러 집집마다 돌아다니고, 말티즈, 치와와가 아니라 뿔 달린 염소와 수십 마리의 새끼 돼지들이 그의 환자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과, 그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은 그 일상을 탈출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몰랐을 것들이겠죠. 이번 여름휴가엔 지율이처럼 구독자님께도 이런 뜻밖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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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링턴 공작의 초상
👉 감독 : 로저 미첼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온 여름휴가! 가족들과 피서를 가는 분도, 친구들과 우정여행을 가는 분도 있겠지요. 그리고, 저처럼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분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어딜 가진 않지만, 회사에 휴가를 쓰겠다 해도 그 누구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안 쓸 이유가 없어 질렀거든요. 아무튼, 저의 휴가 계획은 그동안 제가 미뤄왔던 것들을 하는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정작 하지는 못했던 그런 것들이요.
여기 이 영화 속 주인공 할아버지, 켐턴 버튼 역시 여름휴가와 같은 절호의 기회를 잡아 그가 늘 생각만 해왔던 무언가를 행동에 옮깁니다. 바로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프란시스 고야의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를 훔친 것입니다. 연금 수급자로 주당 8파운드를 받고 살아가는 노인에게 BBC 수신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걷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시위를 한 것인데요. 노인 복지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영국 정부가 죽은 귀족의 그림 한 점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무려 14만 파운드를 지불했다니, 어이가 없었던 거죠.
할아버지처럼 한 나라를 뒤집어 놓을 만큼 큰 사건을 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번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일을 이제는 좀 해보려고요.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할 기회일 것이 분명하니까요!
🍋 이 이야기는 1961년에 전 세계를 뒤집어 놓았던 실화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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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 감독 : 이시다 유스케
👉 주연 : 아카소 에이지, 시라이시 마이 외
일한 만큼 쉰다는 것은 당연한 지론이지만, 삶에서 비중을 따지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다못해 일주일만 해도 주말은 고작 이틀뿐이니까요. 따라서 누군가 일에 압도되고 만다면 그 사람이 약해서가 아니라, 숨 돌릴 약간의 시간도 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지긋지긋한 시스템을 단번에 깨버릴 순 없으니 어떡하면 좋을까요?
직장인 ‘아키라’는 아주 우연한 기회로 장기 휴가를 얻게 됩니다. 세상이 좀비 아포칼립스로 변했기 때문인데요. 당장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리해도 모자를 판이지만, 아키라는 내일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합니다. 그리고 뜻밖의 휴가 기간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적어나가죠. 바깥세상이 망해가든 말든 꼰대 상사도, 극악의 스케줄도 사라져 더할 나위 없이 그는 행복합니다. 그래서인지 좀비떼들도 이 영화에서는 뽀송하고 깨끗한 색채로 표현됩니다. 진짜예요.
블랙 기업에서는 다 죽어가던 주인공이, 정작 좀비가 날뛰는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아 갑니다. 우리가 움츠려있는 건 못난 나 때문이 아니라 다 회사 탓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데요. 아키라는 내일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합니다. 더 이상 직장도 좀비도 인생을 방해할 순 없단 걸 깨달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도 하고 싶은 일을 합시다! 휴가가 하루면 어떻고, 내일 좀비가 갑자기 창궐해도 어떤가요! 그것보단 내 인생이 먼저인데요.
🍋 좀비 출몰보다 무서운 주인공의 직장 생활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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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암격리적 비밀 : 서랍 속 비밀>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어차피_인생은_혼자라지만
중화권 드라마를 볼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습니다. 포스터부터 찐한 여름 냄새 풍기는 이 작품은 비주얼에 홀렸다가 연기력에 감탄하고야 만다는, 중국에서 가장 핫한 20대 남자 배우 진철원이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요. 정말로 한 화 한 화 보면 볼수록 그의 연기력에도 감탄하게 되지만, 그것보다도 전 여자주인공 딩셴(서몽결 분)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어 그에게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낯선 동네로 이사와 입학한 명문 고등학교는 동명의 중학교를 거쳐 올라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친구도 쉽게 사귀지 못하고, 학업 역시 쫓아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인공 딩셴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고군분투합니다. 아빠 친구 아들인 저우쓰웨(진철원 분)의 도움으로 이런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건 표면적인 것들에 불과함을 깨닫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하면서도 원하는 걸 이뤄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직면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딩셴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아요.
아마 딩셴이 느꼈을 감정들 - 압박감, 불안, 두려움, 슬픔 - 을 살면서 한 번쯤은 다들 겪어보지 않나 싶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세상에 나 홀로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말이에요.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딩셴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의 감정들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남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것들이 나를 잡아먹지 않도록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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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고등어>
구매처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가격 : ₩ 40,000
#고등어는_자반이_아니라_살아있는_생선이었어
어른들은 가장 좋은 때라고 하지만, 정작 그때를 돌이켜보면 매일이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바로 청소년기의 얘기입니다. 같은 나이라는 이유로 서로 다른 스물몇 명이 한 집단으로 묶이는 데다, 뭐가 좋고 싫은지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하루 종일 학교에 잡혀 있었기 때문이죠. 누가 제게 그 때로 돌아가고 싶냐면, 전 솔직하게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오히려 경제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자립한 지금이 제겐 더 행복합니다.
연극 <고등어>의 주인공, 지호와 경주도 저와 비슷한 대답을 할 것 같은데요. 둘은 ‘그 좋은 때’를 숨죽인 채 흘려보냅니다. 학교도 재미없고, 인생은 재미가 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급식에 나온 고등어를 보고선 떠올립니다. 이 등 푸른 생선이 바다에서 펄떡거리는 모습을요. 성질이 급해 바다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린다기에, 직접 고등어를 보러 통영항까지 떠나게 됩니다.
학교에서 바다로 장소가 바뀌는 동안 두 사람은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살아있다는 게 뭐지?’ 고등어는 사실 밥반찬이 아니라 헤엄치는 물고기였다는 게 어떤 해답이 되어줄까요? 무대를 가득 채운 <고등어>의 언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활어같이 다가왔습니다. 쉽지 않은 물음이지만 연극은 관객에게 힌트를 던져 줍니다. 어쩌면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는 것들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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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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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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