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봐줄 수 없는 마지노선이란게 있죠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구독자님은 꽃을 자주 사는 편이신가요?
저는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종종 사는 편인데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룸메이트와 번갈아 한 번씩 화병을 갈아주고 있습니다.
아직 특별한 취향은 없어서 꽃집에서 눈에 밟히는 종으로 그때그때 마다 사고 있습니다.
이번에 산 건 초록색 다발인데 미안하지만 이름들은 다 모르네요.
누구는 꽃을 사는 게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글쎄요. 며칠 동안 꼬박꼬박 내 기분을 밝혀주는 게 쓸모가 없을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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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은 삶은 결코 없더라고요.
비슷한 모양의 경험들과 생각들,
그렇게 겹겹이 쌓인 일반(一斑)들을 걷어내면
저 아래 깊숙이
저마다 절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주는 내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구독자님은 살면서 ‘이것만큼은 절대 놓을 수 없다’는 게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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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무제한 토크 [갓생살기 EP45]
하루에 1시간, 평일을 꼬박 모아도 5시간밖에 안되지만 제겐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점심시간인데요. 왜인지 야근을 할 때는 끼니를 거르거나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결하더라도 점심은 마음에 드는 메뉴로 정성 들여먹고 싶더라고요. 최근 3일 동안 먹지 않았고, 회사 근방에서 접근 가능하며, 나쁘지 않은 가격대를 맞춘다는 것 자체가 제겐 미션처럼 느껴집니다. 그걸 달성할 때 아주 만족도가 쏠쏠한 목표인 거죠. 오전 내내 업무로 긴장한 어깨를 잠깐 풀고, 맘 편한 사람들 곁에서 한 술 들 때의 기쁨이란. 절대 허투루 보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들여다볼 일도 잘 없는데요. 식사할 때 굳이 옆 테이블을 힐끔거리는 게 아니라면요. 그래서 민음사 직원들의 이 콘텐츠가 더 새롭게 와닿습니다. 아주 평범하지만 소중한 누군가의 시간일 테니까요. 메뉴 선택부터 대화 주제까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면이 드러나는 것도 바로 식사입니다. 출연진들 하나하나 개성이 묻어 나와서, 말 그대로 저 사람은 저렇게 먹고 사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탕비실 배 요리대회까지 개최했다고 하니, 이 분들도 저만큼이나 점심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아니면 먹는 것 자체에 진심인 건가…?
행복을 크기 대로 줄 세운다면 평일 점심시간은 중간에 올까 말까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의 총량으로 비교하면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구독자님의 점심 메뉴는 무엇인가요? 오늘의 1시간은 어떤 행복의 맛으로 채우실 예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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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사랑
👉 노래 : 마로니에
이번 주 월요일에는 평일 연차를 썼습니다. 건강검진 때문이었는데요. 여름이라 길어진 해 덕분에, 검진 마친 후에도 바깥이 환하더라고요. 그날 오후는 아주 오래간만에 가로수의 색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하는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일하지 않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서 계속 흥얼거렸답니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다음으로는 함께할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사가 이어지는데요. 어제는 딱 이 세 소절만 돌림 노래로 흥얼거렸어요. 누구와 함께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이었거든요. 저는 한 번씩 누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 노는 시간을 잡아 두는데요. 맨 처음엔 누가 쳐다볼까 스스로가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런 시간들이 절 충만하게 만듭니다. 무언가를 내 기호 대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귀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가끔씩 시간을 내어 마로니에의 노래처럼 걷고 마시고 전시도 즐겨 봅니다. 아무도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도록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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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자연인에 가까운 40세 아나운서의 취미생활은? / 4춘기 EP.01
👉 14F 일사에프
직장 면접을 봐도, 소개팅을 해도,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꼭 취미를 물어보죠. 어렸을 땐 매일 집-학교, 기껏해야 학원이나 독서실이나 오가는데 대체 무슨 취미를 가지는 거지 싶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게 제 삶에 필수 불가결한 게 되어버렸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그 질문을 들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진 못합니다. 전 ‘취미 방랑자’거든요. 인디 밴드에 꽂혀 매주 홍대 라이브 클럽에 출석 도장 찍은 것이 1년쯤 됐고, 우쿨렐레도 한 6개월 배웠을 걸요? 수백 피스짜리 퍼즐 맞추기가 취미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수채화 색연필과 매일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고, 지우개 도장에 빠져 제법 비싼 일제 재료를 사다 나르기도 했습니다. 그중 어느 것도 지금은 지속하고 있진 않지만, 성인이 되고난 후로 취미가 없어본 적이 없어요.
김대호 아나운서처럼 취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처럼 지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엄청난 실력을 갖추지도 못하고, 삶의 엄청난 원동력이 되어주지도 않지만... 뻑뻑한 나사에 기름 한 방울 정도 흘려주는 것, 꽤나 의미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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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 작가 : 나혜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요. 이름 세 글자까진 아니더라도 어디엔가는 꼭 흔적을 남겨야만 하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아주 어렸을 적 썼던 그림일기부터, 친구들과 자물쇠 걸어 돌려 썼던 비밀일기까지 제 방 책꽂이 한편엔 알록달록한 노트들이 빼곡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저는 여전히 블로그에 종종 제 일상과 감정을 담고, 이렇게 레터를 통해 제가 본 콘텐츠들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 형태와 공간은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는 정말로 끊임없이 해왔더라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 역시 저와 같은 ‘기록인’이셨습니다. 약 1년 8개월 간, 러시아부터 파리, 베를린, 마드리드, 뉴욕, 하와이 등 세계를 여행하며 21편의 기행문을 남겼거든요. 글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 1920년대 그곳의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나를 위한 것이자, 또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는 ‘기록’, 아마 앞으로도 전 절대 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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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남남>
구매처 : 티빙
가격 : ₩ 7,900
#원작_팬은_너무나_기쁩니다
드라마 제작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렸던 작품이 드디어 첫 방송을 했습니다. (내적 환호) 사실 웹툰 원작을 재미있게 본 경우 보통 드라마를 기다리는 마음이 걱정 반, 기대 반일 때가 많은데 이번엔 걱정과 기대의 비율이 3:7, 아니 2:8 정도 됐습니다. 엄마 은미와 딸 진희가 워낙 강한 캐릭터인데, 주연이 된 두 배우가 너무나 잘 소화할 것만 같았거든요!
최근 작품들에서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했던 전혜진 배우가, 철부지 엄마가 된 모습은 신기하게도 잘 어울렸고요. 최수영 배우는 역시나 시니컬하지만 따뜻한, 츤데레 딸로 완벽하게 변신했습니다. 원작의 1화 소재가 다소 파격적이지만 두 모녀의 이야기가 어떨지 단번에 느끼게 해 준 것이 참 좋았는데, 그것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더라고요. OTT 오리지널로 제작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희가 일반 회사원이 아니라 경찰로 바뀐 탓에, 웹툰에선 공감했던 이야기들을 볼 수 없다는 것 정도? 하지만 드라마가 웹툰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을 순 없을 테니 각색이 필요한 부분이었을 듯합니다. 전반적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전 너무나 만족스러웠어요. 혹시 원작을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여기에서 보세요. 그리고 드라마도, 함께 보시면 정말 재밌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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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홍학의 자리>
구매처 : 서점
가격 : ₩ 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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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를 요약하자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소설입니다. 이게 웬 소리냐고요? 사실 영수증으로 쓸까 말까 고민이 된 게, 장르가 미스터리인 만큼 약간의 설명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진 않을까 우려스러웠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스크롤을 내린 구독자 님이라면 안목이 충분하시기에 스토리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 책의 매력을 이해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일요일 오후를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첫 장부터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매 문장이 겹겹이 얽혀 있어 잠깐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거든요. 재미 뿐만 아니라 흐름 면에서도, 속도감 있는 드라마를 굳이 두 배속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소설 속에 계속 매여 있게 되더라고요. 매 장면의 잔상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 <홍학의 자리>를 같이 읽은 사람을 찾게 되었습니다. 나만 이렇게 남아 있을 순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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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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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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