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 담아도 터져 나오는 그것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숫자나 외국어, 문법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문장 등을 써 기존의 언어체계를 파괴하는 난해함으로 유명한 작가 이상도 여동생에게 쓴 편지에서만큼은 그 어떤 해석도 필요하지 않을 만큼 분명하게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말 한마디마다 자꾸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관계가 너무나 많아진 이 사회에서, 이렇게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여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시소레터도 구독자님께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있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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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외로움, 분노와 걱정
이런 감정들은 순간에 그치지 않지만
결핍은 힘이 세고 오래가는 바람에
이 모든 감정을 쉽게 불러일으킵니다.
구독자님은 마음의 빈 구석을 언제 느끼시나요.
아마도 바람이 불어 알아챌 때도 있겠고,
태어나면서부터 신경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는 우리가 결핍을 마주하는 순간에 대해 모아봤습니다.
우리를 닮은 조각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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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 감독 : 피터 손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드럽고 징그러워요
사실 이번 주 주제를 꺼내게 된 건, 이옥섭 감독의 이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떠오르는 사람이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가장 먼저 가족이 떠올랐어요. 한핏줄을 공유하는 우리지만, 동화 속 가족같이 아주 화목하고 아기자기만 할 수 없었거든요. ‘효’의 나라에서는 아주 고맙게도 이런 순간마다 제게 죄책감도 안겨주곤 했습니다.
이민자 2세로 태어난 ‘앰버’ 역시 가족애과 불만을 동시에 품고 살아갑니다. 고국을 떠나 보금자리를 일군 부모님에게 보답하려면, 가업을 이어받고 같은 ‘불’을 만나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앰버의 마음은 영 딴 곳에 가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올 때마다 본심을 숨길 수밖에 없죠.
원하는 대로 살 수도, 부모님이 바람 대로 살 수도 없는 주인공에게 뭐라할 수 있을까요? 완벽하지 않기에 가족은 계속해서 부딪히고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절묘하고 섬세한 포착은 역시 감독님이 한국계여서 가능한 거였더라고요. <엘리멘탈>을 보는 내내 고질적인 문제들도 떠올랐어요. 덕분에 눈물 콧물 흘리며 감정적으로 영화를 감상했답니다. 하지만 앰버의 선택이, 아주 약간의 힌트를 남겨주기도 했어요. 우리가 이 결핍을 어떻게 사랑하면 좋을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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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무 사소해서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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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 클릭 시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응답하라 1988
👉 연출 : 신원호
👉 출연 : 이혜리, 박보검, 류준열, 이동휘 외
첫째 보라(류혜영 분)와 막내 가을이(최성원 분) 사이에 낀 둘째 덕선이(이혜리 분)는 늘 작은 일에 서운했습니다. 윗집 아저씨가 ‘덕선이 먹으라고’ 주고 간 통닭의 두 다리도, 맛있는 계란프라이도 언니와 동생의 몫이고 자신은 닭 날개와 콩자반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아주 작은 일들에요. 언니와 절대 생일을 같이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도 결국은 그렇게 되고야 만 순간 그동안의 서러움은 한꺼번에 폭발하고야 맙니다. ‘나는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사람이냐’는 덕선이의 말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진 건 아마 그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나 알아서였을 거예요.
덕선이처럼 세 남매 사이에 낀 둘째로서의 서러움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저도 모르는 새 조금씩 생겨난 빈자리라는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자리는 작은 바람에도 쉽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렇게 울만한 일도, 화낼만한 일도 아닌 것 같으면서 자꾸만 반응하게 되는 나 스스로가 미워질 때가 있고요.
누구에게나 있을 이 오래된 빈자리를 잊고 살게 해주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아주 가끔 불쑥 튀어나온 바람을 그 사랑이 가려줄 수 없을 때가 있는 거죠. 단지 너무 오랫동안 바람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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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
👉 노래 : 김사월
현대의 가장 큰 비극은 알지 않아도 좋을 것들을 알게 된다는 거라 생각합니다. 한 뼘 손으로 내려다보는 세상은 쓸 데 없이 멋지고 화려합니다. 작은 유리 화면 너머와 자꾸 비교하면 내 일상은 피곤하고 보잘 것없어집니다. 나는 월요일의 오후를 꾸역꾸역 버텨내고 있는데, 타인은 열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국으로 떠나는 소식을 접할 땐 개미와 베짱이를 연기하는 기분도 듭니다. 물론 나는 개미고, 그는 베짱이입니다.
저는 김사월의 노래가 너무 적막하고 쓸쓸해서 사실 자주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 겹겹이 숨겨둔 걸 들키는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SNS를 한참 보다가 공허한 느낌이 들 때면, 유일하게 찾아 듣고 싶은 노래도 그입니다. 차분하고 솔직한 음성에 내 감정도 덜 부끄러워지거든요. 유리 화면 너머 젊은 여자도, 멋진 인생도 나는 사실 부러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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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 극본 : 김미경
👉 출연 : 신예은, 강태오, 하윤경 외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연인이 때린 딱밤 하나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버튼이 될 줄이야.
아무리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실천한다 할지라도, 매 시간, 매일은 사실 그러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대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아가다 보면 번뜩, 내가 무언갈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버릴 때가 있어요.
어렸을 적 아빠가 엄마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진(신예은 분)은, 자신은 엄마와는 다르게 살 것이라 다짐합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지, 하고요. 하지만 민재(강태오 분)가 딱밤을 때리는 순간, 쪽팔림과 동시에 갑자기 기분이 상합니다. 그리고 민재가 나를 소중히 여겨준 적이 있었는지 천천히 돌아보며 알게 됩니다. 언제나 그에겐 내가 1번이지 않았다는 것을요.
잘 맞춰두었다 생각한 퍼즐이 사실은 다른 모양에 억지로 끼워 맞춘 조각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그 기분은 어땠을까요. 예고 하나 없이 맞닥뜨린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맞는 조각을 찾아 나서는 진의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
🍋 잘못 끼워둔 퍼즐조각을 뽑아내는 진 (드라마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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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우리 집에 유령이 산다>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가족영화에_MZ한스푼
이사 간 오래된 집 창고에서 발견된 유령. 사춘기 소년은 이 유령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지만, 이내 외로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껴 함께 수다도 떨고, 자신이 어쩌다 유령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속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줍니다. 하지만 아빠와 형은 이 유령을 보자마자 바로 영상부터 촬영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조회수를 체크하고, 유명한 TV쇼에 이를 빌미로 출연하여 돈을 벌 궁리를 하기 시작하죠.
영화는 이렇게 순수한 친구, 사랑으로 유령을 대해주는 아들과 그와 정반대인 가족들의 상황을 중심으로 흘러가는데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주제지만 유튜브라던지, 유령의 존재를 신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등의 이야기는 진짜 요즘 세상에 이런 실제 상황이 일어날 법도 해서 새롭고 웃기더라고요. 넷플릭스에 워낙 수위가 높고 잔인한 콘텐츠가 많아 보였는데, 이렇게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가족 영화가 있었다니. 혹시 이런 목적의 영화를 찾고 계셨다면 아마 딱 보기 좋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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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연수>
구매처 : 서점
가격 : ₩ 16,800
#김치찌개_맛이_그리웠다면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로 일하는 사람의 애환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장류진 작가의 신작이 돌아왔습니다.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그 시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연수>를 읽는 게 익숙한 단골집 ‘김치찌개’를 먹는 것 같았어요.
특히 표제작이자 첫 번째로 수록된 ‘연수’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 속 작은 감정을 섬세하게 캐치해낸 작품입니다. 제목의 ‘연수’는 누구의 이름이 아닌, 운전 연수를 의미하는데요. 누구나 해내는 운전이 주인공에게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운전 연수를 받게 되며 소설은 시작됩니다. 보편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에게 세상은 늘 불편하기 마련입니다. 나만 알 것 같은 그 쪼잔하고 애달파지는 마음을 소설이 알아준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실제로 저는 무면허 뚜벅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연수>는 아예 모르는 세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매 순간 합의해나가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찾는 분이다? 그럼 이 책이 아주 맘에 드는 책이 될 거라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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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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