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아니어도 우리는 그냥 다른 사람이에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지난 주말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낙산사를 다녀왔어요. 직장인 둘이 여행을 가니, 어쩔 수 없이(?) 7시에 일어나서 올라갔는데 그 시간에 가기를 참 잘했더라고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아직 새벽 이슬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그 시간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더욱이 푸르른 산과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라 상쾌하기도 했고요.
평소엔 눈을 반쯤 감은 채 버스를 타고, 겨우 제 정거장에 내려 사무실에 들어가기 바빠서 저뿐만 아니라 자연 만물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봐요. 당분간 아침이 힘들 때면 그때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구독자님에게도 이렇게 힘든 날 떠오르는 행복한 풍경이 있으신가요?🥰
|
|
|
얼굴을 맞댄 사람의 다름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콘텐츠 속 나와 다른 이들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현실에서 절대 이해하지 못할 범죄를 저질러도,
혹은 나와 정 반대 선상의 성격을 가졌다 해도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왜일까요?
오늘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다룬 콘텐츠를 모아봤습니다.
(오늘의 콘텐츠 속 인물들이 구독자님과는
비슷한지 아닌지도 생각해 보세요!)
* 초록색 굵은글씨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
|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
저 멀리 남미에 구독자님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있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바로 대한민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이야기인데요. 김윤신 작가는 강원도 원산(현재 북한 지역)에서 태어나, 홍대 조소과를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갔습니다. 유학 시절엔 어울리던 여성조각가 선후배들과 한국여류조각가회 설립을 주도했고, 귀국 후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히 한국조각계에 뿌리내릴 것만 같았던 그가 1984년, 갑작스레 아르헨티나 이주를 결정한 것은 '나무' 때문이었습니다. 단단하고 좋은 목재가 가득한 그곳에서, '교수가 아니라 (온전히) 작가이고 싶었다'라고 해요.
머나먼 남미에서 다시금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윤신 작가는 현지의 나무, 오닉스, 소달라이트 등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그의 세계를 넓혀나갔고, 그렇게 2008년 아르헨티나에 '김윤신 미술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지구를 반 바퀴는 돌아야 갈 수 있는 먼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전시된 영상 속에서 88세의 나이에도 커다란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조각하는 김윤신 작가는 정말 단단해 보였습니다. 예술에 대한 열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그의 전시 제목처럼 종래엔 하나가 된 것이겠죠.
※ 전시는 5월 7일까지, 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남서울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남서울 미술관은 과거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되던 곳이라, 건물 자체만으로도 멋지니까 근처에 가실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둘러보세요. 💁♂️
|
|
|
루나의 주거실험 1탄 : 부모님과 살기
👉 작가 : 루나 (Luna)
학창 시절에 과학 실험 좋아하셨나요? 알콜 램프를 키고 끄고, 비커를 잡던 그 시간이 저는 좋았습니다. 왜인지 전문 직업인이 된 듯도 한 기분에 취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린이의 손끝으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탐험, 그래서 좋았습니다. 이런 실험왕은 자라서 안정 지향 주의자가 되었는데요. 굳이 제 인생에 도전할 거리를 찾는다고 해도, 앞으로 불확실성에 안정을 걸지는 않을 거란 걸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실험>의 루나는 독립 10년 차에 다시 본가로 귀환합니다. 작가 본인이 지은 제목처럼 ‘실험’의 일환으로서인데요. 부동산의 부재 속에, 살아 보고 싶은 곳에서 살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의/식/주라는 말도 있는데, 그중에 1/3을 변수로 둔다는 게 보통 용기가 아닌 것 같아요.
작가는 불확실성을 ‘가능성’이라는 말로 치환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경험해 보고 자기 걸로 만들어내기로 결심하죠.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주거 실험’이 꼭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가 참 단단해 보였습니다. 저는 이 대담함,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던 노래만 듣고 출퇴근길만 반복하는 삶 말고, 찬란한 실험왕의 시절로 회귀하고 싶어졌어요. 아, 물론 본가로 돌아가기는 빼고요. 🏠
|
|
|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 감독 : 시드니 시빌리아
👉 출연 : 엘리오 제르마노, 마틸다 데 안젤리스
저와 다른 결의 사람은 세상에 정말 많은데, 제가 본 것 중 최고는 이 영화 속 주인공이었어요. 조국의 융통성 없는(?) 법에 시달리다 결국 제 자유를 찾기 위해 무려 나라를 세운 괴짜요.
이탈리아의 엔지니어, 조르지오는 늘 국가의 법에 자신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창의성을 한껏 발휘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고 나면 뿌듯하고 자랑하고픈 것이 당연한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발명한 자동차는 번호판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빼앗기는 등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자신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이탈리아 영해 바깥에, 철 기둥을 세우고 거대한 판을 올려 인공섬을 만들었고 이내 그곳은 자유를 즐기기 위해 떠나온 사람들로 가득해지죠. 이 이야기가 더 놀라운 것은, 이게 픽션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거예요. 검색해 보시면 실제 이 섬의 사진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싫어도 나라를 세울 생각은 대체 어떻게 했을까요? 그의 무모함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는데, 한 편으로는 존경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발명가의 삶이란 이런 건가 봐요.
|
|
|
명왕성의 기억
👉 책 : 그 길로 갈 바엔
👉 작가 : 약국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낯선 사람에게 잘 하지도 못하는 요즘입니다. 하다못해 누가 길이라도 묻는다면 상대가 사이비 종교는 아닐지 의심부터 하게 되니까요. 만화적 허용일진 몰라도, <명왕성의 기억> 속 친절이 제 마음을 찌릿하게 햇습니다.
작품의 주인공 명희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만, 도통 애도할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살아생전 가장으로서의 권위만 누리던 그는 불편한 존재였기 때문이죠. 우연히 아들들에게만 유산이 주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억울함에 장례식장을 뛰쳐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십 여년 전 부모님의 반대로 가지 못했던 놀이공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이상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요. 상복을 입은 명희만큼이나, 놀이공원에는 어울리지 않는 우주인 복장을 입은 그. 알고 보니 아르바이트생이었습니다. 그는 근무 중이었지만, 자신을 붙잡고 한풀이를 털어내는 명희의 말을 경청합니다. 그리고 명희의 처지에서 ‘명왕성’을 떠올려, 본인이 마땅히 ‘카론*’이 되어 줍니다. 둘은 한참이나 발을 밟아가며 어설픈 왈츠를 추는 걸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둘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감과 동정은 우리에게 사치가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왜 나는 돈 한 푼 드는 것도 아닌데 친절함을 베푸는 게 어려워졌는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그냥 두 손을 잡고 빙글 도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달콤해질 수 있는데 말이죠.
*명왕성의 위성
|
|
|
🥨 리코'S PICK <그래쓰 (GRASS) - airplane mode>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뿌연_미세먼지_하늘_말고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가, 자꾸만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죠? 여행유튜버로 잘 알려진 가수 그래쓰의 신곡이 이런 제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앞서 올렸던 티저 영상 속, 비행기 탑승 후 안내 멘트에서부터 취향 저격 당했는데 공개된 뮤직비디오도 기대만큼이나 멋지더라고요.
위 뮤직비디오 속 장소는 바로 스위스의 그린델발트입니다. 저는 스위스, 하면 융프라우 밖에 몰랐는데 한국인들 사이에선 스위스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라고들 하더라고요. 영상 속에서처럼 하얀 눈이 덮인 산이 바로 눈 앞에, 푸른 초원과 함께 어우러져서 아름다우니 창문만 열어도 행복해져서요.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가보자는, 듣기만 해도 설레는 가사도 좋았지만 이렇게나 쾌청한 풍경에서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며 기차 승객들과도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요즘같이 뿌연 하늘만 보며 갑갑함을 느꼈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 영상이 잠시나마 힐링이 될 거예요.✈️
|
|
|
👴 흥선'S PICK <스레드 THREAD>
구매처 : 서점
가격 : ₩ 6,000
#세상은_궁금하고_나는_바쁘고_문제는_어렵고
구독자 님은 요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어디에서 접하시나요? 뉴닉 같은 뉴스레터를 보시는 분도 있겠고, 경제지를 직접 구독하는 분들도 종종 뵙니다. 역시 유튜브를 통해서 보는 게 가장 간편할 수도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시사 소식은 종종 딴 길로 새게 되더라고요. 내 눈앞을 방해하는 유희거리들 앞에, 진지한 이야기들은 뒤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차는 나이에 비해, 제 안의 가치관은 전혀 차오르지 못함을 느끼던 차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펼쳐낸 ‘북저널리즘’에서 만든 매거진이라니, 좀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종이 책에 밑줄을 쫙쫙 그어가며 읽어야 머리에 좀 잘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핸디한 사이즈에, 페이지 당 텍스트 양도 적당해서 부담도 없었습니다. 대신 주요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어요. 제가 산 이번 4월 호만 해도 ‘실리콘밸리 은행’, ‘간호법’, ‘산불’ 등 굵직한 지점들을 톺아주고 있었습니다. 판형부터 구성까지 경험해보니 딱, 북저널리즘이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을 잘 캐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호도 읽어볼 거냐고 하시면, 저는 일단 YES입니다. 바쁜 건 바쁜 거지만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는 알아야 하잖아요?
|
|
|
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
|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
|
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