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는 일상에 느슨함도 좋지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지난 주말, 교환학생 시절 룸메이트였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여행을 와서 만났는데요.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라 고민 끝에 달달한 약과와 쫀드기 등 전통 간식을 쇼핑백 가득 챙겨갔습니다.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전시회를 관람하는 내내 친구가 꽤나 무거워보이는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도 제게 줄 간식거리를 한가득 챙겨온 거더라고요. 카페에서 각자의 쇼핑백을 꺼내어 교환하고, 그대로 다시 챙겨가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행복했습니다.
자주 보진 못해도, 아마도 오랫동안 좋은 친구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어요.
구독자님에게도 이렇게 좋은 것만 주고싶은 소중한 친구가 있기를 바라며, 이번주 레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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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슬로시티 중 한 곳인 담양의 사진입니다 🎋)
에디터들끼리 숏폼 콘텐츠를 넘기는 제스처가
아주 익숙해졌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짧은 것도 못 견뎌서 다음으로 넘기는 게 맞나 싶더라고요.
시대는 바쁘고 하루는 짧으니,
빨리 빨리 사는 게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긴 호흡으로 사는 법은 두고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분명 언젠가는 느리게도 아주 잘 살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주는 긴 호흡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 초록색 굵은글씨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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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일
소설은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적당히 싫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회사를 다닙니다. 그들이 겪는 시간의 흐름은 우리를 너무 닮았습니다.
남편의 제안으로 부부는 하루에 세 개 할 일을 적어, 지켜보기로 합니다. 그리 어렵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목표지만 세 개를 다 지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쁜 하루에 그것들을 끼어 넣을 새가 없거든요. ‘바닐라 라테 마시기’ 같은 리스트도 며칠씩 미뤄지기 일쑤입니다.
‘갓생’, ‘루틴’ 같은 단어가 유행하고 나선, 하루에 지켜야 하는 나만의 약속이 많아졌습니다. 운동, 모임, 회사와 학교, .. 이런저런 할 일들을 지워나가면 하루는 금방 동이 납니다. 정신없이 해치운 투두 리스트가 뿌듯하기는 해도, 마음이 반 발자국 앞서 나가고 있단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조금만 느려지려 해도 왜 자꾸 마음은 무거워질까요? 나는 오늘에 살 순 없는 걸까요?
P.S 매 분기 마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는 계절을 주제로 소설집을 내고 있어요. 이번에 소개한 소설도 <소설 보다 : 봄 2023>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3,500원이라는 가격에 무색할 만큼, 낯설고 신선한 질감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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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s
👉 가수 : 키린지 (Kirinji)
요즘 노래는 정말 3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원고를 적으면서도 플레이리스트를 쭉 훑어봤는데, 신곡들의 길이에 새삼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편하게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 장르가 유행인 게 왠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이제 길이가 길면 ‘이지’하지 않은 걸까요?
그래서 반발감에 아주 길이가 긴 노래를 찾아봤습니다. 노래는 짧고 제목은 긴 요즘 트렌드와 다르게, 이 노래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음원은 6분이 넘지만 제목은 오히려 심플하죠.
‘외계인(Alien)’을 부르면서 노래는 아주 느리고 천천히 흘러갑니다. 우리는 지구인도, 그렇다고 한국인(일본인이어야 하는 게 맞나요..?)도 아니어도, 더 이상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유로 뒤덮인 가사는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전하고 싶은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사랑한다는 말없이 사랑을 얘기하는 것도 요즘 시대에선 이상해 보입니다. 직설과 요약이 효율적이니까요. 무엇을 찾고 학습할 시간도 AI가 대체해 주는데, 아주 느리고 천천히 무엇을 할 필요가 어딨겠어요. 하지만 어쩐지 그런 시대에 저는 낭만 없게 느껴집니다. 6분이 넘는 동안 빙빙 돌아가는 말로 가득 찬 이 노래가 아직도 좋은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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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시리즈
👉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외
요즘 <멜로가 체질>,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팬을 양성하는 콘텐츠들은 큰 의미 없이도 길게 이어지는 캐릭터들 간의 티키타카가 매력이더라고요. 일명 ‘말의 맛’을 느끼게 해 주니 반복해서 보게 되는 거죠.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시리즈’ 역시 그런 말의 맛을 잘 담아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전체 서사를 이끌어가는 전부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유머러스하지도, 통통 튀지도 않아요. 의미 없는 잡담에서부터, 마음 깊은 곳의 진심에 이르기까지 정말 아주 여러 가지 주제로 계속해서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 다음을, 또 다음을 궁금해하게 되더라고요.
한 번 재생하면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까지 멈출 수 없는, 끊임없는 두 사람의 대화는 그야말로 ‘긴 호흡’을 가지고 봐야 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도 답답해하지도 말고 그저 차분히 대사를 곱씹으며 감상해 보기, 도전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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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감독 :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이 영화, 본 적 있으신가요? 연기력과 예술성으로 극찬받은 작품이라는 건, 그만큼 천천히 영화 속 풍경과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며 감상해야 하는 영화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극 초반 사냥 중 곰에 습격당한 휴(디카프리오 분)를 숨이 붙어있는 채로 땅에 묻고, 그에게 반항하는 휴의 아들 호크까지 죽이는 동료 존의 모습에 놀라는 것은 잠시뿐입니다. 복수를 위해 그런 부상을 입은 몸으로도 눈발이 휘날리는 광활한 평야를 가로질러 존을 좇는 휴의 이야기는 훨씬 길고도 오랜 이야기거든요. 시선을 사로잡는, 빠른 전개의 콘텐츠들을 보는 데 익숙해졌다 보니 이렇게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부개척시대 이전, 숲과 강 사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를 맨몸으로 걸어가는 휴의 모습을 담아낸 장면에선 멋진 풍경이, 몇 마디 대사 없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리움과 복수심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의 눈빛과 손짓이 점점 눈에 들어올 걸요. 10분 요약으로는 담을 수 없는 작품의 여러 요소들을 모든 감각으로 온전히 느껴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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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소울메이트>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이게_사랑이_아니면_뭐가_사랑이야
김다미, 전소니 배우의 사랑과 우정 사이 그 어딘가의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는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달려갔는데, 역시는 역시였습니다. 상영관을 나와 바로 매표소로 달려가서 남은 포스터와 굿즈를 싹 받아왔지 뭐에요.
1998년, 제주도 토박이 소녀 하은(전소니 분)이 육지에서 전학을 온 미소(김다미 분)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365일, 24시간 함께하며 둘만의 추억을 한 가득 쌓아나가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는 어른들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단정한 하은과, 무한한 자유를 선망하며 제멋대로 하길 좋아하는 미소는 정말 다르지만 서로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며 서로한테는 한없이 다정합니다. 하지만 하은의 곁에 진우가 나타나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진로를 택하며 생긴 틈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벌어지고, 그렇게 둘은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영혼의 단짝이라 칭할만큼 절친한 사람과 멀어지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그것이 둘 중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모르는 너의 삶'을 알게 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그가 밉고 싫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영화 속 하은과 미소의 관계는 판타지같지만, 어떤 면에선 너무나 현실적이라 어느 순간부턴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끊어내지 못한, 아니 사실은 끊어내기 싫은 그 관계를 잘 알아서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더불어 주옥같은 대사들이 마음을 울리는 이 영화, 구독자님도 놓치지 말고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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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Zero>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자진해서_듣는_코카콜라_맛있다
확실히 저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서, 신곡에 무뎌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곡 차트’가 메인으로 보이는 게 아니니, 추천 알고리즘에 완전히 갇혀서 노래를 듣게 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도 찾아 듣게 만드는 걸 보면 ‘뉴진스’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코카콜라의 CM 송으로 발매된 이번 곡은, 뉴진스에게 기대하는 장르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걸 뭔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곡을 광고용으로 내면 얼마나 좋은 곡을 많이 갖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노래는 갑자기 중간에 ‘코카콜라 맛있다’를 외치며 장르가 돌변하는데요. 작년에 엔믹스(NMIXX) 덕분에 ‘믹스팝’이라는 장르에 입문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영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샤워기 호스 틀었는데 갑자기 찬물 나오는 기분이고요. 그래도 굳이 이 노래를 찾게 듣는 건, 그전까지가 딱 제 스타일이라서예요. (들을 때 마다 대기업 좋은 일을 스스로 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지만요.) 구독자님은 이 노래 어떻게 들으셨나요? 끝까지 호불호가 없으신가요? 여기에서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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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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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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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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