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딱하면 후회로만 채우기 쉬운 그 계절 돌아왔어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구독자 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연휴 기간이 길지 않았던 터라 특별히 어디 가지는 않고
외식 가끔, 영화관 가끔 들러주며 시간을 즐겼는데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듯 서울 시내는 여전히 빽빽하고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정신 없이 보낸 에너지도 그렇고,
곧 바로 찾아온 일상도 아쉽지 않은 건,
역시 다음주에도 휴일들이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오라 달콤한 개천절, 한글날이여.
하루 빨리 주 4일제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이번주 레터도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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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둘러보니 벌써 27년 다이어리가 나왔더라고요.
아뿔싸 왔구나.
회고 강요 기간,
이라고 감히 이름 지어보겠습니다.
성실하고 근면한 갓생 현대인이라면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그것이요.
한 치 앞만 바라보며 사는 제게 먼 그것이요.
아직 날씨는 일교차로 제정신을 홀딱 빼놓는데
시간은 연말로 치닫고 있나 봅니다.
돌아보거나 돌아보지 않기도 좋은 이 시점에 보기 좋은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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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피하고 싶지만 물고기밥이 되긴 싫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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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 이안
👉원작 : 얀 마텔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물론 뒤돌아 볼 것도 별로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뒤를 되돌아본다기보단 앞날을 상상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 시절의 너와 나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바꿀 수 있는 기회와 선택에 대한 후회이기도 한데요. 어느 날에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너무 갑갑하거나 힘들 때면 회피하고 싶어서라도 자꾸 그렇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여기,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절대 앞만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청년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파이의 삶을 주제로 하는 이 영화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하던 아버지가 상황이 어려워지자 가족 다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가던 중 조난을 당하고 홀로, 아니 뱅갈 호랑이와 함께 살아남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그는 가족들을 한 번에 다 잃게 된 슬픔을 느낄 틈도 없이, 배에 함께 탑승하게 된 동물들에게 물어뜯기지 않기 위해 싸우고, 종래에 함께 남게 된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뜨거운 태양에 타 죽지 않고, 간혹 몰아치는 폭풍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파이가 안쓰러우면서도 현대인의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회피하고 싶다고 뒤를 돌아본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잠깐 눈 질끈 감는 순간은 있을지언정 마주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역시 정답이겠죠. 그래도 파이처럼 망망대해, 온 사방이 적인 곳은 아니니까요. 각자의 무언가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옆의 동료들을 흘끔거리는 것까진 괜찮아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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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
👉 출연 : 필리파 노스이스트 외
👉 원작 : 마일스 프랭클린
구독자님은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계신가요? 아니면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에서 주로 생활해 왔는데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접하면서 배운 것도 참 많지만 때로는 다 그만두고 그저 다시 돌아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더 큰 세상을 보고 나왔지만, 그 세상이 내가 상상한 것처럼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호주의 포섬 걸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단란하고 즐겁게 살아가던 장녀, 시빌라는 어느 날 홀로 외할머니가 사는 도시 캐더갯으로 보내지는데요. 자유롭게 뛰놀던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작가의 꿈을 품고 있던 그에게 더 큰 세상을 경험할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에 들떴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시빌라는 새로운 집의 규칙도, 할머니의 규제도 견디지 못하겠다며 돌아가고 싶다고 울부짖게 되는데요. 가세가 기울어 자신의 출세 - 그 시절엔 부잣집에 시집가는 것 - 만이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시빌라는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합니다.
만일 시빌라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면 과연 그는 만족했을까요? 아마 시빌라는 어떤 날에는 또 반대로, 도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선택엔 득과 실이, 명과 암이 있으니까요. 사실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을 함께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너무 그 생각에 머무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구독자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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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대담 현장 ‘사람입니다’
👉 작가 : 김애란, 벵하민 라바투트
👉 장소 :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망원경과 현미경 중 사람을 무엇으로 들여다보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어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렌즈는 필연적으로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현답에서 시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언어로 그걸 닦아 나아가야 한다고요. 뿌옇고 탁한 나의 바라봄이 떠올랐습니다.
작년 연말부터였는지 혹은 더 오래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과거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일을 멈춘 지는 좀 되었습니다. 벌써 서점은 내년 다이어리를 내놓는 와중에,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을 무게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굽니다. 하지만 미래를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진실은 들추기 두렵고, 과거로 돌아가도 그때보다 더 잘 해낼 자신도 없습니다. 불가능한 두 일 모두 하면 할수록 제 언어의 왜곡만 부추기는 꼴이죠.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는 회고와 계획 모두 놓아버린 게 현대인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 같아 찝찝하긴 한데요. 자학으로 빠져버릴 게 뻔하다면 오염된 손수건을 호주머니에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사람은 잘 하는 일만 할 필욘 없지만 잘 하지도 못하는 일을 굳이 손들어 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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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진: 지나가는 자리
👉 장소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 기간 : 2026년 7월 29일 ~ 2026년 11월 15일
과거를 떠오르면 귀결은 곧 두 가지가 아닐까요. 무얼 더 해야 했었다거나 혹은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후회요. 그 사이의 제3의 선택지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바꿀 수도 없는 당시의 최선에 고개 숙이는 저에게 참 맘에 드는 작품이 생겼습니다.
서울 시립 미술관이 남쪽에도 하나 있다는 거 아셨나요? 사당역 부근을 걷다 보면 갑자기 옛날 가정집이 튀어나오는데요.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던 작은 건물이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그곳 2층에서 하고 있는 조숙진 작가의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건물의 낡은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또 하나의 나무 작품들이 고동색으로 저를 반겨줬습니다.
그중에서도 조소에 흥미 없던 저에게 경종을 울린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역시 뭐가 좋다 싫다는 말은 함부로 뱉으면 또 뒤집히는 사건이 찾아온다니까요. 천장을 가득 메운 액자 틀이 전시관 내부의 공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공간은 꽉 찼지만 또 비워져 있고, 틀 사이의 여백은 감상으로 채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존재와 비존재를 논하는 도덕경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어려운 말은 잘 모르지만 직관적으로 그것이 우리의 삶을 닮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채우거나 채워지지 않거나, 정답은 없고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게 삶에서는 가능한 거겠죠. 바람이 오고 갈 수 있는 틈이 없었더라면,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게 당연할 정도로 충분하고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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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나만 너한테 놀자고 해야 돼? | 절친클럽 EP. 01 | 왓챠 익스클루시브>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절친_싸움도_칼로_물베기
얼마 전 왓챠에서 아주 흥미로운 예능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친한 두 친구가 함께하는 <절친클럽>인데요. 근데 왜 썸네일이 이런 모양이냐고요? 왓챠가 싸움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하하. 우정에도 권태기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절교와 절친 사이, 그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는 오랜 친구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떠나며 서로 속얘기를 나누는 리얼리티 예능이거든요.
1-2회 차의 주인공은 '김은하와 허휘수' 채널을 운영하는 두 사람이었는데요.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정말 다르다고는 많이 느꼈지만, 생각보다 그 차이가 컸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친해서 일까요,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게 좋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내가 말한다고 한들 바뀔 게 없음을, 되려 말해서 싸움이 되고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까 두려워 자꾸만 속마음을 삼키는 휘수도, "너는 너, 나는 나"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다 맞추고 함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은하도 이해가 됐습니다.
친구들과 만나서도 이 예능 얘기를 하며 한참을 떠들었는데, 그렇게 왈가왈부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너무 다른데, 너무 사랑해서 문제'라는 거였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더니, 이 두 사람의 싸움도 비슷하더라고요.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자꾸만 상처를 주고, 또 받고... 칼날이 무뎌질 만큼 오랜 시간 함께해서 티가 안 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우정 그게 뭐라고... (눈물을 훔치며). 3-4화는 또 다른 두 친구가 함께할 예정이라는데, 과연 그 둘의 우정은 어떤 모양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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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가능한 사랑>
구매처 : 영화관 (일부 극장 선공개)
가격 : ₩ 15,000
#지금은_2주_선공개 #넷플릭스는_11월_공개
지금까지 기꺼이 하는 일을 꼽자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있으실까요? 충동적인 치기와 마음 깊은 곳의 욕심을 덜어내면, 단어의 숭고함을 닮은 일은 저한텐 요새 없어 보입니다. 특히 사랑을 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꼭 연애 감정을 논하는 게 아니더라도 마음을 쓴 만큼 돌아와야 한다는 셈 놀이에 익숙해, 생일 선물처럼 안 주고 안 받으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우리는 각자가 딱 가능한 만큼만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 채로요.
이창동 감독과 넷플릭스의 조합도 어색한데, 2주 극장 선 개봉이라니. 배급사 선정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와중에 손을 맞잡게 되었다는데요. 그동안 레터를 몇 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전통파’로서 기쁘게 집보다는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하나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스크린을 채우는 데 내가 몰입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몇 분이 지나자 곧 이야기에 납작하게 붙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입을 영 떼지 않는 해고 노동자인 호석(설경구 분)을 대신해, 미옥(전도연 분)이 예지(조여정 분)의 다큐멘터리 촬영에 응하며 시작합니다. 살아온 일상과 살아갈 일상이 모두 다른 미옥 부부와 예지 부부는 영화를 빌미로 맞닥뜨리며 사건은 흘러갑니다. 저는 명랑하다 못해 맹랑한 미옥을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구조조정, 타인의 시선 같은 것들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구는 그 사랑법에 왜 거북함부터 느꼈을까요? 기꺼이 사랑하려는 그의 가능성이 왜 이리 어렵고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지요.
🍋 네 명의 인물, 각자의 가능함 (예고편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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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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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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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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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에반핸슨 잘 보고 왔습니다! 인터미션 때 바로 다른 날짜 예매창을 기웃거렸을 정도로요... 또 봐야쥐... 덕분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D → (흥선 👴) : 초연부터 잘 보던 작품을 이벤트로 소개해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담당자님 보고 계세요? 감사합니다) 여러 뮤지컬을 보아도 처음 1막부터 딱 넘버가 귀에 꽂히는 작품은 흔치 않은데, 저는 <디어 에반 핸슨>의 곡들이 참 좋더라고요. 혼자 봐도, 여럿이 봐도 끝나고 생각할 거리도 참 많고요. 연휴 시작에 기분 좋은 시간을 더 했기를 바라면서, 앞으로도 레터도 이벤트도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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