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제목처럼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뭐든 시키면 다음날 바로 오는 세상이라,
관심 가는 책이 있을 땐 지하철역 예약을 걸어두거나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 만큼은 꼭 오프라인에 가서 사는 편입니다.
제목과 작가 이름만으로는 좀처럼 그 색깔을 짐작하기가 어렵잖아요.
소개팅하는 기분으로 표지를 펼쳐볼 때,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문장 사이를 파헤쳐 내 것 같은 걸 찾는 게 재미인데요.
어제는 교보문고에 갔다가,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라는 문장에 끌려 책장을 펼쳐 봤던 일이 있습니다.
연서 같은 사랑 시는 좀처럼 넘기는 편인데 웬일일까요?
가시지 않은 요즘 더위에 뜻밖의 피서지를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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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뉴닉
지난 주말 매년 밴드 마니아들을
열광케하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아찔한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뜨거운 여러 무대가 펼쳐졌는데요.
헤드 라이너였던 매시브 어택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노래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국 밴드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영상과 함께,
저항 정신을 직접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죠.
채 무대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한 정치인이 이를 두고 인천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록 문화와 표현의 자유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
이번 주는 우리를 둘러싼 검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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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에 이거 해도 될까? 남 눈치 따위 안 봤더니 인생 개잘풀림 l 기준이탈모임 EP.1
👉 강남언니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 서로 도우며 더 멋진 일들을 해볼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는 반면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바로 ‘비교하는 것’.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옆집 친구랑 저를 비교하며 공부하라고 혼내면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저 역시 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와 나를 비교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티 내지 못할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참 못된 마음인 걸 알면서도, 그게 쉽게 통제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최근 들어선 비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검열의 형태로 자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자기 검열'을 밥먹듯이 하고, 그 못지않게 다른 이들도 검열하는 게 일상적인 사회가 됐잖아요. 비교가 일대일이라면, 검열은 다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어떤 기준, 다수가 취한 것에 빗대어 개인을 평가하는 것인데 사실 그 기준이 참 이상합니다. 대중이, 다수가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냐는 뜻입니다. 그 이상한 마음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그러다 지난 일요일부터 새롭게 시작된 콘텐츠, <기준이탈모임>에서 언급된, “공포의 심연은 부러움이다”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길을 걷는 사람에게 ‘왜 저러냐’, ‘힘든 길을 왜 굳이 가냐’, ‘불편하다’ 며 가볍게 던지는 어떤 무례한 말들의 기저에는, 나는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용기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분명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검열, 비교 이런 것들이 별 것 아닌 것 같더라고요. “부럽냐?”라고 외치며 뚜벅뚜벅 걸어가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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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스
👉 감독 : 다니엘 총
검열. 그러니까 뭔가를 살펴보고 또 조사하기 위해선, 그걸 어떤 기준으로 봐야 되는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들 하잖아요. 그 힘이 어떤 자신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또 권력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에게 주어진 권력이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 메이블은, 어느 날 시장이 재선을 위해 고속도로를 세우려고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연못을 없애버리려 하자 시장과 싸우기도 하고, 서명을 받기도 하며 공사를 중단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러던 중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으로 옮기는 ‘호핑’ 기술을 알게 되고, 비버 로봇으로 동물 세상에 잠입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죠. 그러나, 점점 일이 진행될수록 메이블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그 연못의 생태계가 생각과는 달랐음을, 그리고 그곳 역시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사회였음을 깨닫습니다. 종래엔 자신이 하려는 행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돼요.
메이블이 과감하게 직접 비버로봇으로 들어가, 동물들을 설득하려고 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동물들을, 그 연못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시장의 권력욕을 막으려고, 되려 자신의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뭔가를 잘 안다는 건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람을 발전시키는 동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나의 발전이 타인의 발전을 저해하지는 않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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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ing Through a Window
👉 노래 : 임규형
👉 뮤지컬 : 디어에반핸슨
소심하고 위축된 에반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동급생 코너와 엮이게 됩니다. 문제는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라는 건데요. 사람들은 에반에게 코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기 시작합니다. 존재감 없이 사라지기만 바라던 주인공의 인생도 점점 바뀌는데요.
얼떨결에 지어내기 시작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열광하기 시작합니다. 온 소셜 미디어뿐만 아니라 짝사랑하는 아이의 관심까지 얻지만 에반의 속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이 불안해서도 맞지만, 그 모든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도 자기 자신은 여전히 최악이기 때문인데요. 사랑하는 엄마는커녕 스스로에게까지 제 속마음을 말할 수 없습니다. 진실된 본인을 세상에 드러내는 건 해본 적도 없고 모두가 원하지 않으니까요. (아니야, 에반..)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주변과 자신을 얼마나 상처 주는 건지 에반은 언제 깨달을까요? 떠밀리듯 흐르는 시간 속, 에반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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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했을까?
👉 감독 : 후지노 토모아키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간 이후, OTT에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소식과 함께 영화계에 조용한 파문을 울리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조현병을 앓는 누나와 함께하는 본인 가정을 찍은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인데요.
처음 병세를 확인한 이후부터, 누나는 특별한 통원 치료를 받지 않은 채 가정 안에서 돌봄 받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20여 년이 흐르게 됩니다. 홈 비디오처럼 시작된 영상은 흐린 화질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는데요. 누구보다 조용한 집안을 감독과 관객, 단둘이서 지켜보게 됩니다.
왜 가족은 자신들이 직접 누나를 돌보게 되었을까, 그렇게 왜 시간을 흘러 가야만 했을까. 우리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는 끝이 나는데요. 원하는 답을 찾는 관객들은 스크린이 다 올라간 후에도, 여러 플랫폼을 거쳐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세간의 말들처럼 부모님들이 주변 시선을 신경 써서 그랬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따지기엔 시간이 이미 너무 흘러 버렸죠. 어떤 질문들은 의미를 띠는지도 불분명할 만큼 폭력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검열처럼 우리를 죄여 올 때, 그게 ‘어떻게 해야 했을지’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있는지도 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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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레이디팽>
구매처 : 인스타그램
가격 : ₩ 0
#그냥_지나칠_수도_있겠지만
휴가 시즌이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일은 계속 끊이지 않고, 되려 휴가자들이 많아 진척은 느려져서 답답하고, 그 와중에 날은 너무 덥고… 어쩐지 이번 여름엔 잘 풀리지 않는 일들이 많아 유독 불쾌지수가 높다고 느끼는 중인데요. 이렇게 짜증 내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그 감정이 저 스스로를 더 잠식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마음을 고쳐먹기가 어렵더라고요.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레이디 팽’ 계정에선 그런 저와 정 반대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미있고 귀여운 모먼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했던 아저씨가 오르막길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르다가, 와다다다 달려오는 어린이를 보고선 활짝 웃는 모습, 외국인 친구가 한국인들의 콩글리쉬를 배우곤 그 단어를 직접 내뱉고는 즐거워하는 모습 등. 정말 아주 잠깐이라, 지나칠 수도 있었던 소소한 순간들인데요. 슬라이드를 하나씩 넘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져서 기분이 한 결 좋아졌습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다고들 하던데, 구독자님도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잘 느끼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시소레터를 읽는 순간이라도 잠깐이나마 행복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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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내 남은 연애>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좀_색다른_연프의_등장
출연진들의 사랑과 인연을 응원하는 연애 프로그램들이 몇 년 사이 정말 쏟아지고 있는데요. <연애남매>, <솔로지옥>부터 최근까지 업로드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2>까지 다양한 포맷과 연출로 골라보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주 제 눈길을 사로잡은 신작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내 남은 연애>입니다. 훈훈한 인상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것까진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이들은 모두 시한부 투병 경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당당하게 삶을 외치는 이도 있는 반면에, 깊은 무게감으로 주저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제각기 병에 대한 태도는 다르지만 새로운 인연에 열린 마음만큼은 하나입니다.
또래보다 조금 더 빨리 고민을 시작한 청춘들이라 그런지 사랑을 시작할 때 더 떨리고 조심스러워 보이는데요. 만남과 인연이 그 어느때보다 가벼운 와중에 그들의 심사숙고가 새삼 울림을 줬습니다. 이제 막 자기소개를 끝낸 출연진들의 작대기가 누구를 향할지, 다음화까지는 지켜봐도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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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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