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건 한 면일 뿐이라서겠지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이번주, 추리 소설의 대가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해, 최근까지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터라
아마 많은 분들께 충격적인 소식이었을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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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던(DAWN)이 한 방송에 출연해,
평소 우리나라 무형 유산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밝혔는데요.
대중적으로 알고 있던 그의 이미지와는 달라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꼭 연예인 뿐만이 아니라,
종종 주변인들에게서도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면 사람은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을 가졌다는
당연한 사실은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이번주는 이렇게 '인간의 다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때 볼 콘텐츠를 가져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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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지래적환희 - 운명처럼 너에게로
👉 출연 : 정합혜자, 위철명 외
첫사랑과 재회하는 이야기는 로맨스 물에서 유구하게 다뤄지는 클리셰지만, 이 드라마가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니시지래적환희>는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을 본인 소설에서만큼은 이뤄지게 하고 싶었던 작가 '롼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때 그 아이의 행동과 말은 왜 그랬을까, 일기처럼 시작한 글은 뜻밖에 큰 인기를 얻게 되는데요. 거기까지였으면 드라마는 시작되지 않았겠죠?
갑작스레 표절 시비에 휩싸이게 되어 찾아간 로펌에서 롼위는 짝사랑 상대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독창성을 증명하려면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소설을 다시 읽어 내려가야 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망상으로 써내려 간 글을 들켰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부끄러운데요. (이걸 견뎌야 초반부 하차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은 남자 주인공도 그 시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자기가 기억했던 것과는 다른 제자신을 발견하는데요. 분명 친구들과 장난치길 좋아하는 평범한 또래 아이였었는데, 상대의 시선에서는 세상 차분하고 얌전한 아이로 그려졌거든요.
서로가 기억하는 모습과 몰랐던 모습을 교환하며, 두 사람은 오랫동안 멈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드라마는 상대의 시선이 닿지 못했던 면면들이 모두 거짓된 가짜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살짝 쉿하고 숨긴 부분이나,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모여야 우리를 이룬다고 말합니다. 대신 이야기가 시작된 후부터 인물이 다채롭다는 건 설정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죠. 어차피 우리가 어떻게 다음 장이 펼쳐낼지가 더 중요하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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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작가 : 박완서
근속연수가 별로 짧지 않은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까 몇 년만 있어도 오고 가는 사람을 참 많이 마주하는 편입니다. 일주일에도 서너 명과 만나고 헤어지다 보면, 다른 업계에 있는 지인들은 입을 떡 벌리곤 하는데요. 정말 이쪽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도저히 안 맞는다면서 손발을 다 들고 떠나갈 때도 있습니다. 실력을 떠나 내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기까지의 그 성찰이 새삼 부럽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제 민낯을 그다지 마주하지 못했거든요.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자신에 대한 사유는 종합 비타민 보다 까먹기 일쑤입니다. 타인의 이런저런 모습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나 떠들기는 쉬워도, 나 자신의 선택과 면면들에 대해서는 이유 하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가 박완서의 산문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 같은데요. 작가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뒤 자신을 괴롭히는 상념과 슬픔을 스스럼 없이 펼쳐냅니다.
살아있는 자식들이 건네는 위로와 돌봄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그러면서 아들을 잃었다는 자책이 또 어떻게 짙고 옅어지는지 세상에 기꺼이 꺼내놓았습니다. 심지어 가끔은 그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드는 자식 누구와 누구를 비교했다는 마음속 아주 깊은 비밀까지도요. 숨기지 않는 작가의 문장들 속에서, 정작 저는 나 자신에게도 나약하고 솔직하지 못했단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내가 그만큼 어지럽고 복잡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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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접인 병원 (<지상의 밤> 수록)
👉 작가 : 임선우
원래 사랑이란 건, 뇌가 상대를 대상이 아닌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들 하는데요.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이 작품 속에선 역으로, 상대의 손가락을 나에게 이식함으로써 그 손가락의 세포를 통해 상대의 경험도, 감정도, 생각도 다 받아들이며 더 관계를 공고히 하는, '사랑 접인 수술'이 유행입니다. 아마도 평생 상대의 감정을, 생각을 물어보며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 사람들의 불편을 한 번에 해결한, 획기적인 상품이겠죠.
작품 속 수술 소개서를 읽었을 땐, 이 수술을 하고 나면 그 사람들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웬걸, 바로 이별에, 배신에 눈물을 흘리는 손님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알아차렸습니다. ‘시간’을 놓쳤다는 것을요. 사람들이 이 수술을 하고 싶었던 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상대의 삶을 그 시간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였는데, 한 편으로는 그 사람의 시간이 그때부터 멈춰버린 건 아니라는 것을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시간은 흐르고 있고, 그의 감정도, 생각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삶의 경험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성격이 변화하고,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도 모두 시간의 결과물이라는 뜻입니다. 그걸 뚝 끊어서 잘라낼 수 없는 것이기에, 매일같이 달라질 누군가와 대화하고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겠죠. 켜켜이 쌓인 누군가의 삶을 한 장, 한 장 다 톺아볼 수는 없겠지만, 내가 보지 못한 다음 장에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게 두렵기도,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래서 인간이 그렇게 어렵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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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
👉 극본 : 권소라, 서재원
👉 출연 : 남주혁, 노윤서, 조승우, 장영남 외
명문가도, 일반 서민도 아닌 천한 핏줄을 이어받은 아들이 왕이 되어서, 그다음 왕도 그 핏줄을 이어받은 자가 하게 둘 수 없다. 그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아픈 세자를 더 죽음에 이르게 하는 굿을 하고, 왕의 조카를 다음 세자로 책봉하려는 대비와, 그에 맞서 왕위를, 자신의 아들을 지키려는 왕의 대립. 분명 이 작품의 첫 시작에선 그 두 사람의 대립을 중심으로 왕은 선, 대비는 악으로 보였는데요. 극이 진행될수록 그 경계는 점점 허물어졌습니다. 명확한 선도, 악도 없는 이 작품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사실 이게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은 모두 입체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걸 일상에서 체감하긴 쉽지 않습니다. 내가 겪은 것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습관 같은 것이라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사람들을 어떤 묶음 속에 집어넣고 있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단순합니다. 그게 쉽고 편하고 빠르니까요. 사람들을 3차원이 아닌 2차원에 있는 면인 것 마냥, 가운데 선을 죽 그어두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편하게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물론 힘들죠. 왕의 젊은 시절은, 대비의 과거는 어땠는지 하나둘씩 알게 되며 구천과 생강이 겪는 무수히 많은 고난과 역경을 보면 더욱이 참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이라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 너무 쉽게 사람을 나누지도, 판단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진리를 이렇게 또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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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시원한_시티팝이_필요한_타이밍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집에 누워만 있어도 햇살이 들어오고,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이제야 드디어 여름이 찾아왔구나, 싶습니다. 무더위 땡볕을 피해 출퇴근하는 제 플레이리스트에는 점점 시원한 여름 노래들이 쌓이는 중인데요. 귀에 들리기만 해도 청량한 시티팝에 요즘 꽂혔습니다.
얼마 전 솔로로 데뷔한 세븐틴 디노의 앨범에도 시티팝이 한 곡 있더라고요. 시티팝의 감성답게, 제목도 가사도 어딘가 모르게 아련하지만 들었을 땐 시원한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드라이브할 때 듣기가 참 좋습니다. 제 몸은 퇴근길 꽉 막힌 도로 위에 있지만, 영화 속 빌딩숲 사이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느낌이 든달까요
진정한 여름을 맞은 지금, 구독자님의 플레이리스트엔 어떤 곡이 있나요? 여기에서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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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내 손으로, 치앙마이>
구매처 : 서점
가격 : ₩ 32,500
#몇_주_만에_또_태국_콘텐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가게 된다면 꼭 사야겠다고 생각한 책이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많아 안 갔습니다.) 카메라 없이 여행을 떠나, 여행지에서 모은 물건들과 손 그림으로 에세이를 펼쳐내는이다 작가의 책인데요. 러시아 기차 여행을 그린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나의 소중한 소장본 중 베스트 순위에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책을 살 때만 해도 책값이 조금 비싼가 싶었는데, 몇 장만 훑어봐도 이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끄덕이게 되니까요.
이번에는 두 달 동안의 치앙마이 여행기를 떠나며, 프리랜서 작가라고 하면 드는 자유분방함이나 외향적임과 본인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밝히는데요. 저도 여행을 가면 현지인과 어우러지기는커녕 밤 9시만 되면 혼자 만의 숙소 방으로 바로 돌아오는 인간으로서 아주 공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외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에요. 화방에서 물건을 사서 그림을 그려 팔아보기도 하고, 또 잠깐의 임시 우정을 나누기도 하니까요.
저도 몇 해 전에 치앙마이에서 비슷하게 짧지 않은 여행을 했던 때라 그 때 생각이 자꾸 나서 책을 계속 뒤적거렸습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곳의 풍경을 사진이 아닌 방식으로 기억하는 것, 꽤 근사하고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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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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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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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나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인데도 대화가 안 될 때가 많고 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잖아요. 일하면서 다름에 대해 많이 체감하고 있는데 ,, ^^ ,, (중략) team 사회인 파이팅 .... → (흥선👴) : <호프>에 이런 저런 떠오르는 구설과 영화 속 인물을 보며 비슷한 감상을 느끼셨다니 기쁩니다. 후기 속 쉼표들의 갯수와 사회인으로서의 응원을 보며 깊은 동질감이 드는 데요. 원고를 마무리하고 다시 거친 사회로 뛰어들 때 기꺼이 저도 가면을 써야겠죠? 말이 통하는데 분명 안 통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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