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는 평소랑 조금 달라져봐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요즘 들어 이런저런 일들로 신경이 좀 쓰였나 봐요.
몇 년 사이 평균치보다 몸무게가 조금 내려갔습니다.
(역시 다이어트 중의 다이어트는 맘고생이라더니..)
그런 변화를 보고 누군가는 걱정과 안부부터 건네고,
또 누군가는 관리하는 거냐며 칭찬하더라고요.
둘 다 애정 어린 시선에서 눈치챘다는 건 동일하지만,
새삼 사람마다 관심을 표현하는 언어도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걸 느껴요.
저라는 존재는 하나인데
사람마다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게 이렇게 차이 난다면
굳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되는 요즘입니다.
|
|
|
요새 서구권에서 맥싱(Maxxing) 이라는 말이 유행이래요.
본인이 좋아하고 목표로 하는 일을
최대한으로 추구하고 끌어 올리는 방식을 의미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독서 맥싱이면 최고의 독서 시간을 위해
분위기, 장소, 독서템들을 모두 노력하고 가꾸는 겁니다.
맥싱 앞에 어느 단어라도 붙여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슬슬 견디기 힘든 날씨로 향해 가는 여름을 맥싱하려면,
그러니까 이 계절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무얼하면 좋을까요?
두 에디터가 내린 답은 ‘여름 맞이 모험’이었어요.
날씨 덥다는 핑계로 평소에 하지 않을 짓 해봐도 좋을 날들.
이번 주는 모험심을 발동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
|
|
아재대학수문물 - 나는 대학교에서 문화재를 수리한다
👉 출연 : 뢰위명, 주익여 외
각자 살기 바빠도 반기에 한 번씩 꼭 보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퇴근 후 주어진 단 몇 시간을 아껴 만난 날, 집 가기 전 제게 카드 하나를 쥐여주더라고요. 그 누구의 생일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거기엔 첫 만남에 제가 대뜸 말을 걸었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투명인간 직장인을 추구미로 살아가는 지금의 저로서는 기겁스러운 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학창 시절 인연 대부분은 순전히 저만의 강렬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긴 해요. 지금까지 이어지는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은 그 당시의 객기 혹은 용기가 아니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거란 말이죠. (고마워, 과거의 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반쪽짜리 외향형인 저도 그런데, 극 내향형인 이 드라마 속의 두 주인공들에게는 정말 모험에 가까운 일이겠죠? 문화재 보존학과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엔, 제 드라마 감상 역사 중 가장 조용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각사각 도자기를 다듬고 붙이는 소리가 더 크고 자주 들릴 정도로요.
이처럼 소극적인 주인공들이 모험 아닌 모험을 하기로 합니다. 눈 딱 감고 말 한 번 걸어보기로요. 귀하고 소중한 걸 알아채는 두 사람이라 서로에게 이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거든요. 그게 이 계절을 어떻게 바꾸어 버릴지 전혀 모른다 할지라도,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
|
|
데이트 연습
👉 노래 : 키린지 (KIRINJI)
👉 편집 : Quorum Sensing [쿼럼센싱]
일주일에 한 번 저는 주말을 맞이하면 평일 곳곳에 찍어둔 혹은 찍힌 사진들을 모아 블로그에 일기를 적곤 합니다. 두서없이 적어 내려갔다고 생각한 글들도, 몇 해만 지나면 타인처럼 감상하는 기쁨을 안겨주기도 해요. 글이란 게 그렇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확률로 읽히지 않더라도 혹은 나조차도 애정 어린 독자가 되어주지 못하더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더라고요. 혼자서도 의미를 끌어안아 자생하는 게 글이니까요.
종종 방문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노래를 골라 적절한 영상과 함께 올리는 쿼럼센싱 채널에서 왜 제가 영상 더 보기 설명란을 눌러 봤는지 모르겠어요. 브이로그 따위에서 타임라인을 찾거나, 제품을 알아보려고만 누르긴 하니까요.
거기엔 편집자이자 채널 주인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더라고요. 숱하게 반복한 영상들에도 알고 보니 더보기 글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동영상이 주가 되는 플랫폼에서 수 줄의 문장을 남기는 건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더위와 장마에 싸우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모험은 어쩌면 액티비티가 아니라, 스스로 써 내려간 문장의 숲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영상 더보기 설명란에서 일부 발췌)
잘 지내라고 인사를 건내던 얼굴이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그 친구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도 박씨 성을 가졌거나 수줍게 웃는 얼굴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저도 모르게 호의적으로 대하곤 했습니다.
|
|
|
연애실험실
👉 연출 : 이진주, 강유민
덥고 습한 여름이 힘든 이유는, 잘 꾸미고 나가도 시간이 지나면 옷도, 머리도 처음과 다르게 엉망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껏 치장하고 나갔는데, 집에 돌아와 그 모습을 보면 참 아쉽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가장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잖아요. 게다가 그것이 상대를 처음 보는, 첫 만남이라면 더욱이요.
그런데 여기, 아마도 연애를 해도 가장 나중이 되어서나 보여주고 싶을 민낯에 잠옷 차림으로 소개팅을 하게 된 남녀가 있습니다. 아무리 밖에서 멋지게 꾸몄더라도, 두 사람은 숙소에 들어가 깨끗이 씻고 잘 준비를 하고 나서 침대 위에 올라가고 나서야만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가 있어요. 출연진들 못지않게 패널, 그리고 보는 시청자들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왜인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그 모습이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꾸밈없는 외형이라 그런지, 말과 행동도 꾸밈없이 솔직해져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그 벽이 더 쉽게 허물어졌습니다.
<연애 실험실>이라는 제목처럼, 이 프로그램은 정말 일상적이지 않은 실험적인 소개팅을 주선합니다. 첫 화를 다 보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어떤 낯선 환경에서든, 두 사람이 같은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는 것이 이 소개팅의 핵심이었다는 것을요.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런 공감대가 생기면서 호감이 생기는 게 보였습니다. 고작 순서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만남이 되다니.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변주일지도 모르겠어요. 😉
|
|
|
미장원 (Hair Cut)
👉 노래 : 주혜린
둘 사이엔 선이 있고 가위는 내 손에
오늘만큼은 넘어갈 수 없어 넌
이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해
경쾌한 리듬과 귀여운 목소리, 몸을 들썩이게 되는 멜로디에 몇 번이고 들은 주혜린의 곡들은 그냥 흘려들어서는 잘 모르는 가사들에 가장 큰 반전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곡이 바로 이 노래인데요.
제목만 봐서는, 미장원에서 시작된 설렘인지, 머리 자르다 생긴 귀여운 에피소드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뜯어보면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어 보이는 상대에게,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기 전에 지금 네 감정을 얘기해 보라고 이야기하는 연인의 살 떨리는 경고를 담고 있거든요.
이 예상치 못한 가사의 기습에 더 매력을 느낀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새로운 음악을 찾아내려고 디깅하는 시간이 질릴 수가 없는 게 바로 이런 곡들 덕분입니다. 거듭되는 실패에 실망할 때도 있지만, 어딘가에 이런 재미난 이벤트가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하거든요. 덕분에 오늘도 새 노래를 찾아 떠나는 루피가 되어 배에 올라봅니다. ⛵
|
|
|
🥨 리코'S PICK <1936년 여름>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7,000
#꼭_휴가만_가면_사건이_터지더라고요
글로벌 OTT로 콘텐츠를 볼 때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제가 아마 들여다볼 일도 없었던 먼 타국의 콘텐츠까지 자연스레 흥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장르라도 만든 나라에 따라, 그 분위기도 서사도 대사도 천차만별이라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이번에 보게 된 건 프랑스에서 만든 시대극이었는데요. 제목 그대로 1936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프랑스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였습니다. 특정 년도를 제목으로 한 만큼 그 시대적 배경이 서사에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했는데요. 나치와 유대인,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 간의 갈등을 녹여서, 그동안 많이 봐왔던 추리극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니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짜임새 있고 잘 갖춰진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나름대로의 반전도 있어서 재미있게 봤어요.
남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 니스의 여름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풍경도 아름답고 인물들의 옷차림도 화려해서 볼거리도 많았습니다. 가볍게 즐길만한 미스터리 장르를 찾고 계신 분이라면 좋아하실 거에요!
|
|
|
👴 흥선'S PICK <어메이징 타일랜드 - 태국미술명품전>
구매처 :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가격 : ₩ 8,000
#방콕과_치앙마이_사실_이촌에_있었어요
잠깐 숨 고르기를 할 겸 태국으로 몇 주 살이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7월의 우기 태국을요. 여름 좋아 인간이라 자부했지만 찌는 듯한 날씨에 살짝 기가 죽을 뻔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뽐내는 듯한 이국의 풍경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때부터였죠. 팟타이 집을 유령처럼 떠돌며 여행기를 추억하는 ‘명예 태국인’이 되어버린 것은요.
그렇지만 뭣 모르는 시선으로 훑는 문화라는 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첨탑같이 뾰족한 사원과 금은으로 칠해진 화려함의 극치. 몇 해 전 기억 따라 보고 싶어 찾아간 전시였지만, 역시 그 모든 것엔 요약할 수 없는 한 나라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동서남북 서로 다른 나라에서 시작해 각기 다른 뿌리와 종교를 먹고 자라난 문화는, 우리와 같은 듯 또 달랐습니다. 오랜만에 작품마다 적힌 설명판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던 것 같아요. 제게 말을 걸어 오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요!
P.S 태국에는 요일마다 색깔이 정해져 있다는데요. 각 요일 색에 맞는 옷을 입고 오면 전시 티켓 구매시,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더라고요. (아쉽게도 저는 아니지만) 옷장이 화려하신 분이라면 방문 전 한 번 오늘의 색깔을 체크해 보세요!
|
|
|
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
|
📩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
저희.. 삶의 궤적이 비슷한걸까요..? 너무 신기해서 소름 돋아요.. (중략) 좋은 컨텐츠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 (흥선👴) : 어떤 주제를 쓸지 매주 회의를 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두 에디터의 일상과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직전에 맞이한 어떤 사건들이 레터의 좋은 재료가 되어주기도 해요. 저희의 이야기가 유독 눈에 들어오셨다면 아주 작은 확률을 뚫고, 서로의 일상과 감정이 교차했다는 거겠지요. 인생과 시간은 흐른다지만 정작 스스로가 그러기엔 쉽지 않을 때, 시소레터의 문장들이 아주 잠깐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지난주 레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