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의 삶은 어떤 모양인가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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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이해와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힌
마지막 종료 안내글이 더 헛헛하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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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사람들의 삶을 에세이부터 브이로그까지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고 느끼는데요.
저와 비슷한 삶을 보고 공감하며 위로를 얻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쩐지 내가 평생 경험해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에
더욱 눈길이 가곤 하더라고요.
크게 사는 곳, 직업, 나이부터,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습관, 인생 가치관까지....
이번주는 이렇게 나와 다른 삶에 호기심이 생길 때
볼 콘텐츠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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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 작가 : 후안옌
심해의 물고기는 눈이 보이지 않고 사막의 동물은 갈증을 잘 참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내가 처한 환경에 좌지우지되지, 본성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작가 후안옌은 고등학교 졸업 후 20년 동안 중국에서 여러 지방과 도시를 옮겨 다니며 19개의 직업을 거쳤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그중 택배기사로 일했을 당시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뜨거운 반응을 얻고 결국 그의 글이 책으로 출간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거대한 택배 산업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의 입장에서, 그 산업 내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육체노동의 세계는 단순하고도 단호하더라고요. 매일같이 체력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기에 누군가 제대로 1인분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를 격려하기보단 원망하게 되고, 단단한 피라미드에 빈틈을 찾아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가 없었습니다. 거대한 체계가 균형을 이루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엔 불합리와 이기심, 욕망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함께 일하는 동료를 자꾸만 미워하고, 고객을 탓하는 등 부정적이고 무책임하게 변해가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후안옌의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을 재미로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아마 우리 모두 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후안옌의 글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은 수단이니까, 자아는 밖에서 찾으라는 말에 영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은 그것이 없다면 제 삶이 유지될 수 없어서니까요. 일과 삶을 구분하기보단, 일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 "일은 어떤 단계에서 제 삶을 가득 채웠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제 일생을 전부 차지하지는 않았습니다."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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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치백
👉 작가 : 이치카와 사오
박물관이든 도서관이든 보존되는 역사적 건조물이 나는 싫다. 완성된 모습으로 그곳에 계속 존재하는 오래된 것이 싫다. 파괴되지 않고 남아서 낡아가는 데 가치가 있는 것들이 싫은 것이다. 살아갈수록 내 몸은 비뚤어지고 파괴되어 간다. 죽음을 향해 파괴되어 가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 파괴되고 살아낸 시간의 증거로서 파괴되어 간다.
경험해보지 못한 삶에 말을 얹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인데요, 특히나 이 삶엔 더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고도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전액을 기부하는 건실한 주인공 샤카. 그러나 샤카는 중증 장애를 가진 여성입니다. 샤카는 그 누구보다 독립적이지만 독립적일 수가 없습니다. 빨래도, 청소도, 샤워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그는 매일 자신의 존엄성이 깎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샤카가 욕망하는 것은 '평범한 여성의 삶'이었습니다. 성인 소설을 쓰면서도 성경험을 할 수 없는 그가, 임신 중절과 낙태를 꿈꾸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이해가 됐습니다. 노력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신체의 한계. 그래서 더욱 대단했습니다. 종이책의 감성을, 손맛을 찬양하며 전자책을 깎아내리는 비장애인을 비꼬면서도, 등뼈가 구부러져 폐를 짓눌러도, 종이책에 달라붙어 끝까지 읽어내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놓치고 있던 소중한 가치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하루하루를, 그 크고 작은 고단한 투쟁들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우리가 그 '살기 위해 파괴되어야 하는' 삶을 더 빠르게 파괴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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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플리백
👉 연출 : 피비 윌러 브리지
👉 출연 : 김히어라, 김주연, 김규남
소속과 공통점을 나누며 만나게 된 지인들도 오래 지나지 않아 보면 각각이 참 다른 사람들이라는 걸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논제에 꼭 항상 같은 답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요. 이래서 우리가 삶이구나 인생이구나가 떠오를 때, 왜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 것 같은 것에 ‘인공적이다’라는 말을 붙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이 만든 모양새는 비슷비슷하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모두의 다름을 한없이 포용하는 현자는 아닙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말을 읊조리기엔, 어떤 삶은 후추처럼 매콤하게 톡 쏘기도 하니까요. 여성 주연 배우 한 명의 독백으로 이끌어가는 <플리백*>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대 위에서 건네지는 주인공 피비의 이야기는 한 덩이 후추 더미 같았습니다. 부담스럽고 또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었죠.
한 시간 반 동안 피비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삶을 전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관객석을 똑바로 바라보고 계속 말을 겁니다.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거나, 그러다가 또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방식 대로 진행합니다. 저는 그의 삶에 개입하다가 또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극은 끝이 납니다. 예매 때까지만 해도 피비가 호기롭고 흥미로웠던 저는 그렇게 얻어터진 채 나왔습니다. 삶이 다르다는 것이 어떤지 잘 몰랐던 걸 깨달으면서요.
*Fleabag, 더러운 몰골을 하는 사람 혹은 싸구려 장소를 의미하는 영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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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고고학
👉 작가 : 김세정
과거, 현재, 미래로 깔끔하게 끝나는 우리말의 시제와 다른 외국어들이 있죠. 예를 들어 영어에서 현재완료 같은 걸 보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고들 하잖아요. 처음 그것을 배우던 날, 설명을 위해 그어진 칠판 위 선을 보며 개념을 더듬거리던 게 생각납니다. 언어를 떠나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 놓인 눈앞의 모습을 두고 누구누구는 이렇다고만 요약할 수 있지는 않으니까요.
조금 더 낯선 말까지 나아가 볼까요? 그리스어에는 ‘무정시제(아오리스트)’라는 개념이 있대요. 과거의 일이 현재까지 미치는지 아닌지 모른다고 남겨둔 채, 알맹이만 전하는 시제입니다. 지금 저희 앞에 칠판이 없어서 감히 상상되지 않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이 말을 통해 하나코를 돌이켜 봅니다. 나이도, 국적도, 인생도 달랐던 나의 할머니를요.
독일에서 유학 중인 ‘나’는 오래전 할머니가 남긴 그리스어 필사 노트를 펼치게 됩니다.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의 삶을 한국어도 일본어도 아닌, 제3의 언어로 읽고 나서야 조금 더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이해의 중심에는 아오리스트가 있습니다. 하나코의 삶, 그리고 주인공의 삶 속 어떤 면면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혹은 아닌지는 그 아무도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아는 것을 아는 채로 남겨두는 마음. 아오리스트는 참 ‘타인’의 삶을 표현하기 딱 좋은 시제 같습니다.
아오리스트는 단일하고 완결된 사건이지만 지속성과 반복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아오리스트는 사라짐이 아니라 한순간의 존재다. 아오리스트는 불멸하는 명성을 추구한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것들을 찾아 헤매고, 떠나왔으나 정주하지도 귀향하지도 않으며, 죽었으나 결코 죽음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다.
🍋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 글, 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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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윤마치(MRCH) - 둥근노래 (O)>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요즘_딱_필요했던_노래
가수 윤마치(MRCH)가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매했어요. 총 5곡이 포함된 EP 앨범인데, 앨범 제목이 <상생관계>더라고요. 왜 이런 제목을 지었나, 궁금해서 앨범 소개를 읽어봤습니다. 남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던 마음이, 때로는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되어 나를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뜻에서, 그 '못난 마음'의 상생관계에 대해 노래했다는 글이었는데요. 남들과 나를 끝없이 비교하게 되는 어느 순간이 참 공감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5곡 중 가장 와닿았던 곡이 바로 이 곡인데요, 어쩐지 <네모의 꿈>이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나요? 역시 가사가 참 재밌었습니다.
이건 날카로운 하루를 건너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모서리에 닿아도 놀라지 않게
빙글빙글 춤을
우리 모두 춤을 추자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나도 모르게 날카로워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또 그것을 후회하며 악순환이 반복되곤 합니다. 단어 그대로,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나의 에너지를 쓰더라도 친절과 관용을, 배려를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어보려고요. "찔린 자리마다 음표를 채워" 넣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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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Ne-Yo “So S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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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 0
#여기_한국인들_다_모였네
‘불현듯’이란 말이 있습니다. 불을 켜듯 갑자기 벌어지는 일에 쓰이는 말인데요.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 며칠 전 벌어졌습니다. 아주 오래된 노래의 따끈따끈한 새 라이브 영상을 마주칠 때인데요. 익숙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울려 퍼지자 시공간의 공기가 십수 년 전으로 단박에 돌아가더라고요. 유튜브는커녕 음원 사이트에서 하나하나 다운로드해야 겨우 음악이란 걸 들을 수 있던 그 때로요.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애플 뮤직 채널에 올라온 니요(Ne-Yo)의 라이브 영상. 조기 교육이 이래서 중요한가 싶을 정도로, 잊고 있던 음조와 영어 가사가 해마를 찌르르 타고 떠올랐습니다. 해외 채널 치고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인 댓글 수만 봐도 우리 마음 속 이 곡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죠. 세대가 다른 구독자님이시라면 공감이 안 되실 수도 있지만 <So Sick>은 정말 그럴만한 곡이거든요. 구독자 님은 이 곡 알고 계신 곡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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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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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발췌) 레터의 마지막에 쓰신 '마지막으로 흠뻑 그리고 거리낌 없이 마음을 내줄 만큼 좋았던 적이 언제'냐는 물음과 가물가물하더라도 꼭 다시 온다는 말이 좋아요. 정말 그런 걸 제가 오늘 삶으로 체감했으니까요 . . . ㅠ.ㅠ → (흥선👴) : 사람의 성격을 낙관과 냉소로 나눴을 때 후자에 훨씬 가까운 저에게도, 이러다 다신 영영 안 올 것 같은 ‘좋아하는 마음’은 늘 찾아오더라고요. 귀하게 찾아온 구독자님의 그런 마음이 저까지 너무 반가웠습니다. 적지 않게 남겨주신 글자 너머로 마음을 잇는 결심까지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감히 그리고 냉큼 응원을 더하고 싶습니다. 기꺼이 내준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를 더 멀리 그리고 더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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