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괴로운 마음이 든다면 레터를 열어보세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날이 좀 더워진다 싶었는데, 금세 또 비가 세차게 내려서 조금은 시원해진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요. 갑작스레 변한 날씨에 옷차림이 오락가락하니, 감기기운이 들기 십상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날씨 어플을 꼭꼭 체크하고 외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연휴를 활용해, 에디터들은 잠시 짧은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한 주 쉬고, 저희는 그 다음주 목요일 (6/4)에 다시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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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남긴 불후의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처럼
지옥을 잘 설명하는 글이 있을까요?
고통은 깨진 유리 파편처럼 사사로워서
때론 누구도 공감하고 알아주지 못한다는 게
더욱 괴로움을 더할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람, 누군가에게는 공간
이번 주는 ‘지옥’에 대한 콘텐츠를 모아봤습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발현되는 그것을 끌어안고
오늘도 우리는 또 살아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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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떨어집니다
👉 출연 : 토다 에리카, 이토 사이리, 미우라 토코 외
사랑에 ‘빠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흔히 지옥엔 ‘떨어진다’고 얘기합니다. 공간인지 시간인지 모를 지옥을 제 발로 자처해서 걸어가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 호소키 카즈코(토다 에리코 분)는 다릅니다. 그는 독설 화법으로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한 실제 인물이기도 한데요. 드라마는 카즈코의 청년기와 노년기를 오가며 그의 인생을 반추합니다.
혼란스러운 시대, 인생의 고비마다 주인공은 손가락질 받더라도 자신만의 지옥길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더 큰 물에서 놀아 보기 위해 가짜 결혼을 하거나, 사업이 고꾸라지면 한 번 더 돈을 끌어다 베팅을 하기도 하죠. 그의 선택지들은 매번 보통 사람으로서 감탄을 불러옵니다.
의뢰인에게 점사 대신 내뱉던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이제 카즈코의 자기 선언이 됩니다. 선택하기는커녕 처할 수밖에 없다면 스스로가 지옥이 되어 맞붙겠다는 과감한 결심으로서요. 거침없는 그의 인생사를 감상하다 보면 내 안의 독기 게이지가 잔뜩 차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무엇이든 당당히 맞붙을 수 있을 것만 같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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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중 겨울
👉 작곡 : 안토니오 비발디
👉 연주 :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무력감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게 있습니다.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감정과 불운을 맞아 내야 하는 게 결국 저 혼자뿐이라는 사실인데요. 시시포스*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건, 지옥은 철저히 혼자 짊어져야 하는 바윗돌이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사그러들어 잠잠해지는 것처럼 폭풍우가 되기를. 기도 혹은 체념만 끌어 안을 수 없을 때, 저는 <겨울>을 재생합니다. 비발디가 작곡할 당시의 기후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려내고 싶었던 건 단순히 날씨만은 아니었을 거란 확신이 들어요.
강렬하게 창가를 사무치는 바람을 관조하는 듯한 1악장부터 시작해, <겨울>의 곡조는 다시 <봄>으로 흘러갑니다. 우리의 지옥도 마찬가지이기를 바라요. 언젠가 또 다른 얼굴의 지옥을 마주할 지라도, 당장의 안온에 우리는 더 급급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원히 무거운 돌을 이고 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신화 속 인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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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작가 : 크리스틴 로젠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이제는 정말 그 전후를 나눠볼 수 없을 만큼 모든 순간에 다 기술이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처음 시작은 분명 좋은 목적이었고, 대부분은 그로 인해 우리가 편리해지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반대로 우리가 그만큼 스스로 하는 것이 없어졌다는 뜻이더라고요. 컴퓨터로 어떤 정보든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가, 또 그걸 스마트폰으로 장소 불문 가능하게 만들었죠. 이젠 그 정보 탐색조차 우리가 직접 하지 않게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어떤 플랫폼, 어느 사이트에 무슨 키워드로 검색하는지조차 고민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저 질문을 던지고, 받는 것뿐입니다. 정말 편리하지만, 그만큼 게을러지기도 했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만들어놓으니, 반대로 원하지도 않았던 정보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거짓된 정보도, 궁금하지 않았던 정보도 모두 가만히 앉아있다간 다 알아야 하게 됐어요. 인간이 만든 것에 반대로 인간이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경험의 멸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발전이 과연 맞는 것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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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 영국 대학교 전공, 회사에서 하는 일 공개(?)ㅣ직장인 브이로그ㅣ서울 맛집: 양꼬치, 뼈삼겹, 케밥, 오마카세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저는 브이로그를 봅니다. 나와 전혀 다른 멋진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 말고, 우리 다 비슷비슷한 삶을 살며 고통도 받고 즐거움도 느끼는구나 체감하고 싶어서요. 브이로그 수집가(?)로서 정말 다양한 영상들을 보곤 하는데요. 몇 달간 업로드를 중단했다가 얼마 전 다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이 유투버 딤디가 올린 새 영상과 그에 달린 댓글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 딤디는 평소에 자신이 받아온 질문들을 보면, 시청자들이 서로 연결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댓글로 하는 일을 공유해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딤디 본인도 중국과 영국에서 두 번 대학을 다니다 최근 다시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게 된 일련의 과정들을 브이로그로 공유했던 만큼 아마 구독자들도 진로 고민을 그와 함께 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상 아래 한가득 달린 댓글에는 수 차례 전공을, 직업을 바꿔가며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거든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압박, 괴롭힘 때문이기도 했고 때로는 그저 이유 없이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제 발로 들어간 가시밭길이 세상에 하나뿐인 건 아니구나, 수백, 수천 개의 가시밭길을 다 같이 걷고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생채기가 좀 나고 넘어지다 보면 누군가 손을 내어주기도, 스스로 꽃길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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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군체>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이젠_좀비도_스마트해서_어떡하죠
<부산행>, <지옥> 등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을 (칸에서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사전 시사회로 개봉 전 미리 관람하고 왔습니다. 사실 예고편도 시놉시스도 제대로 보지 않고 좀비물 혹은 오컬트물이겠거니, 하고 그냥 보러 갔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스펙타클해서 기가 쏙 빨리고 돌아왔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깜깜한 밤이었는데, 파워N으로서 주위를 경계하며 귀가하느라 더 힘들었어요. 😂
매드 사이언티스트, 서영철(구교환 분)이 바이오 컨퍼런스장에서 한 바이러스를 퍼뜨립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흰 점액질을 토해내며 좀비로 변하는데요. 그동안 봐왔던 좀비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집단으로 진화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엔 네 발로 걷던 좀비들이,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면 그것을 즉시 공유해서 두 발로 걷기 시작해요. 핸드폰 업데이트를 하듯이요. 그렇게 하나의 뇌로 움직이는 수많은 좀비들 틈에서, 개별적인 주체인 인간 무리는 점점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극의 전개속도가 빠르고, 좀비들과의 사투가 정말 폭풍처럼 휘몰아쳐서 정신은 없었지만, 연상호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휴머니즘의 근원이 개별성'이라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비록 서로를 곤경에 빠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지만 그 개별성이 있기에 또 서로를 이해하고 구원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좀비들이 알려주는 AI시대 휴머니즘이라니, 뭔가 이상하긴 한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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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아이오아이 (I.O.I) - 갑자기 (Suddenly)>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벌써_10년_전이라니 #자려고_누웠는데_갑자기_생각나는_멜로디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초이자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이끌었던, <프로듀스 101>을 기억하시나요? 누굴 딱히 응원한 건 아닌데도 매주 방송을 챙겨 봤던 그때가 생생합니다. 도파민이라고만 표현하기엔 아쉬운, 데뷔를 향한 출연자들의 반짝임에 잔뜩 매료되었었어요.
그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아이오아이가 10주년을 맞아 돌아왔습니다. 서프라이즈 같은 소식을 듣고, 세월 체감에 한 번 그리고 곡 스타일에 두 번 놀랐는데요. 아이오아이하면 떠오르는 아련 통통 멜로디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을 처음 듣는 분이라면 영상 00:40부터 들어보세요.) 중독성 한 놈만 어찌해보겠다는 정말 큰 결심이 느껴지는데요... 반가운데 낯설고, 또 갑작스럽고 어안이 벙벙하지만요.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봐요.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멜로디가 계속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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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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