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닐지라도 필요한 바로 그 것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경쟁이 너무 싫고, 매 순간 저의 가치와 쓰임을 증명해내는 게 너무 버겁고 힘들 때가 많았다”
얼마 전 <미지의 서울>로 수상한 박보영 배우의 소감 중 일부인데요.
늘 적재적소로 연기하는 배우로 느껴져왔던 만큼,
공감 가리만큼 솔직한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었을지 전해져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속 1인 2역을 멋지게 해낸 과정은,
이어진 수상 소감에서 떨리지만 분명하게 전달되었습니다.
그걸 단순히 ‘노력’이나 ‘열정’으로 요약하기는 아쉬울 것 같아요.
만약 구독자 님이 지금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버거운 마음이 오가다면
영상에서 한 번 응원을 얻어 가 보시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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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
어렸을 땐 그저 명대사에 있는 단어,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젠 일상적으로 쓰게 됐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고,
늘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꼭 그게 필요하더라고요.
그 과정이 때로는 너무나 비효율적이게 느껴져서
귀찮기도,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에는 너무 절실히 찾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주에는 이 '명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될 때
볼 콘텐츠들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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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 감독 : 쥐스틴 트리에
👉 출연 :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 밀로 마차도 그라너 외
눈이 가득 뒤덮인 마을, 외딴 산장에 추락한 시신으로 발견된 남편.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아내 산드라가 법정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그야말로 '명분' 찾기 대모험 같았습니다. 함께 집에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 시각장애인 아들과 안내견은 검사와 판사, 대중에게는 진짜 목격자로 여겨지지 않았거든요.
십수 년을 함께 산 아내가 남편을 죽일 이유는, 혹은 죽이지 않을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또 경찰들이 재연해 보는 일련의 장면들은 '당연히 그렇게 철저히 조사해야지' 하는 수사에 대한 믿음과,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안쓰러운 마음을 동시에 들게 했습니다.
산드라의 무죄를 입증해 나가는 이 과정을 '명분'을 찾는 과정이라 일컫는 것은, 이 사건의 진실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보기에, 대중에 보기에 그럴듯한, 정당해보이는 구실을 찾는 것이었겠죠. 추락의 해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졌을 뿐, 진실이 중요했던 건 혼자 남겨진 아들 다니엘뿐이었을 거라는 사실이 참 씁쓸했습니다.
때론 진실보다 중요한 것, 그게 명분이라는 단어가 영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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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 작가 : 김진혁
가끔 어떤 업무를 꼭 진행해야 하는데, 위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을 때면 정말 온 힘을 다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현실감이 없는 정말 이상적인 목표일지라도, 그걸 시도라도 해보기 위해서는 이게 필요하다면서요. 근데 가끔은, 그 말도 안 되는 명분이 명분이 아니게 되기도 합니다. '이게 진짜 되겠어?'라던 게, 진짜 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미술관을 처음 다니기 시작할 때도 그랬습니다. 왠지 있어 보여서. 예술이 뭔지,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자꾸 가 버릇하면 저도 언젠간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을 대고, 작품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 있게 될 것 같아서 그럴듯한 이유를 둘러대며 티켓을 사곤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게 현실이 되더라고요.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인기 있는 작가 이름도 몇 외우게 되었고, 그 작가의 유명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어렸을 적 미술 교과서에나 봤던 작품들도 작가와 시대를 얼추 연결해 볼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억지로 만들어낸 구실이었는데, 저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이상이 조금은 현실로 왔습니다. 명분이 때로는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있어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있는 사람이 되고 있다니. 아주 비효율적인 거라고만 생각하진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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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선생님의 남탓 특강
때론 스스로에게도 명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nn 년을 오롯이 살아온 내 몸뚱이를 움직이는 일이 때론 일면식 하나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럴 때 제가 단단히 하고 있던 착각은 스스로를 위한 명분이 늘 우아하고 의미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운동을 가는 건 내가 현대인으로서 마땅히 ‘갓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처럼요.
하지만 차세대 인플루언서 (..)로 등장한 정일영 교수는 좀 다릅니다. 우리에게 때론 ‘남 탓’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파리 현지 유학을 거쳐 교수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견디게 해준 데에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남 탓이 있었기 때문이래요. 심지어 본인의 저서가 안 된 건 때마침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있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하는데요. 나를 위한 명분이란 건, 남들이 보기엔 좀 엉성하더라도 기댈 수 있는 무언가 정도면 충분한 게 아닌가 싶어요. 딱 이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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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감독 : 데이비드 프랭클
👉 출연 :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외
아이러니하게 나이가 먹을수록 명분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거추장스러운 양복을 차려입는 일처럼 분명 명분의 ‘제때’가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하니까요. 반대로 그것이 부재하는 순간에는 헛헛함을 넘어 어이없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금 그 누구도 마땅한 이유 한 줄 꺼내지도 못하냐면서요.
20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 없이는 소품 하나 쉽게 배치하지 않던 그들에게, 사방에서 이유 없는 공격이 쏟아집니다. 인원 감축, 비용 축소, 이유 없는 광고 .. 혹독한 패션계에서 정상을 지키던 잡지사 ‘런웨이’도 세월이 흘렀기 때문인데요. 디지털 스트리밍의 범람 속에서 이제 누구도 종이를 펼쳐보지 않는다는 거죠.
아이러니하게 그 속에서 명분을 찾아야 하는 건 런웨이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렇다고 눈 뜨고 이대로 당할 수는 없죠. 1편에서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신입 중의 신입 앤디(앤 해서웨이 분)도, 그 세월 동안 단단한 내공을 갖춰 왔기 때문이에요. 오랜만에 만난 이 듀오, 명분을 찾는 것을 넘어 제대로 세상에 한 방 먹일 수 있을지는 영화에서 확인해 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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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버텨라 그대는 그뭐냐 버터감자다 | playlist>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느좋_플레이리스트_공장일_수_있었던_것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흘러 흘러 발견한 '느좋'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있습니다. 인터넷 어딘가에 떠돌아다닐 것 같은 이미지들을 콜라주해서 만든 썸네일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재미있는 제목을 단 영상들이 가득합니다. 더보기란에는 그때 그때 제목과 맞는 짤막한 생각을 담은 글이 적혀있는데요.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이 플레이리스트 감성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호감이 갔는데, 알고 보니 주인장이 직접 작곡, 편곡하여 AI를 활용한 음악을 업로드하는 것이었더라고요. 분명 남자가 노래를 부르기도, 여자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니 어떤 가수들의 비공식 음원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다 AI였다니.
어딘가 속은 기분이 들면서도, 계속해서 듣게 됐습니다. 때로는 내가 잘 아는 음악들을 듣는 것보다 이렇게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지만 흘려듣기 좋은 음악이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아아, 점점 알게 모르게 AI에게 잠식되고 있는 느낌이지만 일단 좋으니까 추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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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이름 없던 감정 11가지, 전부 설명해드림>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헐만_쓰는_나의_언어_세계
꼭 글을 쓰지는 않더라도 한번은 들어보셨을 말 하나가 있습니다. 단순한 감정 어휘를 쓰지 말라는 말인데요. 언어를 단순하게 쓰다 보면, 언어가 규명하는 본인의 세계까지 좁고 무뎌지게 하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제 하루를 돌이켜, 일상적으로 뱉는 말을 살펴보면 한없이 부정적이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듯해요. ‘헐*’, ‘짜증 나’, ‘집 가고 싶다’처럼요.
이제 막 엄마에게 자기를 표현하는 아이처럼만 살아온 것 같을 때, 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단어집에서도 만나본 적도 없는 어휘들. 그 속엔 무릎을 칠 정도로 알 것 같은 감정도 담고 있고, 반대로 긴가 민가 싶은 감정들도 담고 있었어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만으로 나만 느끼는 마음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반가움이 들기도 했는데요.
제 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어둡고 쾌쾌 묵었을 그 감정도, 계속해서 자기 이름을 찾고 있을 것만 같아 좀 미안합니다. 바닥에 딱딱하게 붙어 앉은 마음의 층고. 자꾸 자꾸 언어로 높여 봐야겠어요.
*너무 올드한가요? 그럼 요새 영크크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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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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