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에디터 취향의 역사를 톺아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구독자님은 도서관을 자주 가는 편이신가요?
저는 학창시절에는 자주 갔던 것 같은데, 지금 사는 곳은 근처에 없어서 최근엔 거의 가지 않았는데요.
곧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도서관이자 기후환경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오랜만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각 층마다 테마별로 공간이 기획되어 있고 기후환경도서관인 만큼 관련된 내용도 찾아볼 수가 있다는데요. 무엇보다 전 층에 걸쳐 '스칸디아모스'라는 이끼로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해서 그 실물이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이번주 토요일(25일)에 문을 열 예정이고, 개관 기념 행사들이 12월까지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나들이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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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로 올라가다 보면 학문도, 인류도, 그리고 이 우주도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을 거란 걸 떠올리면
가끔 기분이 기묘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에디터들의 일상에 당연하게 자리잡은,
그리고 구독자 님의 하루에게도 그러길 바라는
이 시소레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초에는 흥선과 리코, 두 사람을 꽂히게 한 하나의 콘텐츠에서로부터요.
이번 주는 에디터들이 뽑은 취향의 원천을 모아봤어요.
구독자 님의 첫 시작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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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요새
👉 노래 : 디어 클라우드 (Dear Cloud)
시계를 돌려 돌려 과거로 돌아갔을 때, 그 시절 가장 아끼던 노래를 가져와 봤어요. 스트리밍 플랫폼이 넘쳐나는 요즘과는 다르게, 한 달에 수십 곡을 겨우 다운로드해야 들을 수 있었죠. 모두 큐레이터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받고 나서도 부족한 기기 용량 때문에 고르고 골라서 다시 지워 버려야 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옛날처럼 느껴지는데요.
그 지난한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얼음요새>는 번번이 살아남았습니다. 지금도 음악적 조예가 깊은 건 아니기에 이유는 재생으로 대신하고 싶어요. 서늘한 음색과 서정적인 가사가 지금에도 생생히 기억될 만큼 좋은 곡이니까요. 아무튼 그 시절, 르네상스같이 폭발하던 케이팝의 시대에서 이 곡은 소녀 흥선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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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영원한
👉 작가 : 최승자
👉 수록 : 시집 <이 시대의 사랑>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지금까지 취미처럼 습관처럼 시집에서 공명의 언어를 찾는 건, 문학 시간의 영향이 지대했습니다. 숫자를 가지고 셈하는 것보단 훨씬 재밌었던 탓일까요. 이거다 싶은 글을 보면 새하얀 a4용지에 필사하는 걸로 어린 시절의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교과서 밖 텍스트들에도 눈길이 갔어요.
변함 없이 쿵 하게 제 마음을 울린 시를 그때야 만났습니다. 꿈도 미래도 뭐 하나 주리게 하지 않은 게 없는데, 제 마음을 알아준 것만 같았어요. 다행처럼 느껴진 건 그걸 ‘청춘’이라 이름 붙여주니, 시간이 후딱 흘러가기만 바라면 되겠다 싶었죠.
아직도 제 트라이앵글은 유효한 것 같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언어의 위로를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모든 게 기이해보이던 시절에 행운처럼 만난 <내 청춘의 영원한> 덕분이죠. 물론 앞으로도 마냥 순탄하지만 않을 것 같지만, 인생 텍스트 하나를 품고 가는 삶. 나쁘진 않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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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제작 : 마크 게이티스, 스티븐 모팻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외
에디터들끼리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가장 재밌다고 느끼는 점은, 콘텐츠를 보는 건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데 막상 그 안의 취향은 정말 분명하게 다르다는 겁니다. 제 취향의 흔적을 다시 돌아보니 학창 시절을 봤던 콘텐츠들을 떠올려 보게 됐는데요. 오히려 지금보다도 그때 제가 외국 콘텐츠들을 훨씬 많이 봤더라고요.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이 드라마였습니다.
밤 열 시가 되면 모여 앉아 TV를 켜고 드라마를 챙겨 봤던 시절, 그렇게 본방사수를 할 수 없는 드라마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작품입니다. 어떻게 이걸 보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지만. 당시 제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시즌별 에피소드 구성이라던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던 편집 방식에 정말 휘둥그레 놀랐습니다. 고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제가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읽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현대에 맞게 녹여낸 각색 방식도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고요. 첫 번째 에피소드인 분홍색 연구는 정말 최소 열 번은 돌려 볼 만큼 좋아했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된 후로 각종 영국 미국 드라마들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요. <워킹데드>, <빅뱅 이론>, <글리>, <닥터 후>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드라마들을 찾아보면서 점차 제 취향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이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가 훨씬 더 많고 보기 쉽지만,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더라고요. 현지에서 방송된 직후에 팬들이 자막을 달아서 공유하고 그 감상을 바로바로 댓글로 달던 것이나, 더빙판이 방영하는 날짜를 기다리는 것이나… 뭔가 더 설렘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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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And
구독자님의 음악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셨나요? 제가 처음으로 들은 것으로 기억하는 음악은 당연하게도 K-Pop이었는데요 학창 시절 인기 있는 아이돌의 음악, 그리고 노래방 가면 부르는 발라드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때까진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심심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러니까…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진짜로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것에 대답할 수 있게 된 건, 밴드 딕펑스의 음악을 들을 때부터였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그들의 라이브 무대를 보게 됐는데, 드럼, 베이스, 건반, 그리고 보컬이 각각의 소리를 내고 그게 조화롭게 그게 제 귀에 들리는 그 과정이 너무 신기했거든요. 그렇게 밴드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 그 차이들을 느끼게 되면서 지금의 제 음악 취향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딕펑스의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라이브 공연의 재미를 알게 되고 이제는 매년 각종 콘서트와 페스티벌을 가곤 하는데요. 그저 습관처럼 음악을 듣다가도, 한 번씩 그 시절에 열심히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그때 그 듣는 재미를 알게 됐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다시금 애정이 샘솟더라고요. 우연의 일치로 올 연말에 딕펑스가 오랜만에 단독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예매를 해두었는데요. 아마 이 곡은 너무나 초창기의 곡이라 볼 수 없겠지만, 공연 전까지 추억하며 들으려고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담았습니다. 함께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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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오아시스 내한공연>
구매처 : NOL티켓
가격 : ₩ 198,000 (S석 기준)
#아저씨들_싸우지말고_또오세요
드디어 그들이 왔습니다. 무려 1년 전에 선예매를 했던 오아시스 콘서트를 드디어 본다니. 비록 평일, 서울도 아닌 고양시의 공연장이었지만 어찌저찌 빠르게 퇴근하고 달려갔습니다.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16년 만의 내한이자, 재결합 후 첫 공연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형제가 같이 손을 잡고 등장했을 때 터진 그 환호성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요. 늘 음원으로만 들었던, 라이브 영상으로만 봐왔던 무대를 실제로 볼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역시 밴드는 라이브고, 그 무대를 완성하는 건 관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Cigarettes & Alcohol>에서 다 같이 등을 돌리고 어깨동무를 하던 순간도 너무 재밌었고, 다 같이 한 목소리로 Sally를 외치던 순간(<Don’t look back in anger>)에는 정말 거대한 노래방을 온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이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의 연령층이었는데요. 아마도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경험했던 분들은 4,50대일 텐데 관객은 20대부터 50대까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시대를 불문하고 명곡은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공연 막바지, 폭죽을 마구 터트리며 시선을 뺏어 놓고 도망가신 형제 분들… 싸우지 말고 다음에 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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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한독자막) 편견 없는 로테르담 여행>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아직도_사람사이가_어렵다
최근에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와의 관계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고요. 마음 놓고 다가간 사람 중 하나인데 말이죠. 제 입장을 대변해보자면 모두 비슷 비슷하게 대한 것 같은데, 누구는 말랑 말랑하게 느끼고 누구는 아니라는게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걸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에요.
제 마음을 이해한 건지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영상을 띄워줬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전 배우자’, 조금 더 풀어쓰면 한때 결혼이란 제도로 묶여 봤던 두 사람의 네덜란드 여행기인데요. 평소라면 ‘어떠해야 돼’라는 말이 즉각적으로 관계성일 텐데, 화면으로 맞이하는 얼굴들은 제게 다른 생각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다시 제 고민으로 돌아와서, 평생 믿어왔던 저만의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또 불편했나 싶어요. 에밀리가 보여준 선택지가 아직 저한텐 낯선 것처럼 말이에요. 누가 꼭 옳고 그른 건 아니겠지만 조금씩 관계의 그릇을 넓히다 보면 그래도 더 담아볼 수 있는 게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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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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