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는 데 영,, 마음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더위도 한 풀 꺾이고,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한 가을 날씨가 참 좋았는데,
엊저녁부터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에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 년에 몇 주 없는 가을이라, 또 집에만 있을 순 없잖아요.
다들 따뜻하게 잘 챙겨입으시고 나들이 다녀오시길 바라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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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벌써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알 수 없이 날뛰기 시작합니다.
한국 나이로 한 살이 먹는다는 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아무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니까요.
하루간 얼마 주어지지 않은 자유 시간 동안
무얼 할지 무얼 해야만 좋은지 아직도 저는 헷갈립니다.
뭘 해도 좋은 시간인데, 세상은 정답이 있는 체 구니까요.
어쩔지 모르는 제 마음을, 그리고 제 인생을
궁금해하며 이번 주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올팡질팡, 갈팡질팡, 그 애매함에서 괴로울 우리를 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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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4
👉 작가 : 고명재
👉 수록 :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그런데 밥을? 갑자기? 지금? 오픈해야 하는데?
그럼 반찬은? 오늘 매상은? 가게는 어떡해.
온갖 질문이 우르르 머릿속에서 쏟아지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욕지기가 밀려올라오더라."
하루 하루 바쁜 반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내게 갑자기 어머니가 찾아옵니다. 오픈을 한참 앞두고 있는 시간에 밥 한 끼 사달라고 하는데요. 나는 하루치 매상과 사랑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고민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어이 없고 머리 아픈 상황에서 갑자기 내 마음에 욕지기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실제 작가 모친의 경험을 다룬 산문은 읽는 순간 숨을 턱 막히게 합니다. 우리 삶의 절체 절명은 국가의 존폐 같은 거창함이 아닌 일상에서 찾아오는 것이던가요. 가족 앞에서도 애매하고 싶지 않았건만, 선택의 순간은 훨씬 빠르게 내 앞을 찾아옵니다.
분명하다고 생각한 것 앞에서도 흐릿할 때가 있습니다. 가족, 사랑, 좋아하는 것. 굳세 보이던 우선순위들이 아주 얄팍한 바람에도 움직일 때, 스스로에게 미련함을 묻게 됩니다. 차라리 단박에 선택을 내릴 수 있다면 괜찮을 텐데, 흔들리는 마음의 파동만큼 나도 애매하게 아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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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날의 철학
👉 작가 : 이충녕
고민이 듭니다. 물론 고민 없이 사는 사람 없겠지만, 요즘 저를 흔드는 건 근본적이고 아주 집요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느냐’인데요. 얼마 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일상을 포기하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이들을 보며, 나는 무언가를 던지고 저렇게 뛰어들만한 일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첫 문단을 읽고 간단한 답이 떠오른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사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둬야 하냐고요. 저도 누군가의 물음에 그렇게 답했겠지만, 그게 내 일이 되니 쉽지가 않습니다. 꼭 어딘가 나만의 사명이 살아 숨 쉴 것 같은 그 기분 아시나요? 애매하게 구는 내 모든 선택이 사실은 여기서 기인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기구하게도, 몇백 년 아니 몇천 년을 가로지르는 인류의 시간 속에서도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질문을 던진 이들, 철학자를 책에서 만나봅니다. <가장 젊은 날의 철학>은 젊은 세대 입장에서 쉽게 풀어낸 철학 입문서인데요. OO주의 같은 말 하나 몰라도 술술 넘어가는 책이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어떻게 살아야 한다 같은 진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책이었으면 매우 위험하니 제가 다루지도 않았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란 애매함의 골짜기에 갇혀 수많은 철학자들이 같이 싸워주고 있었다는 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더라고요.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에 괴로웠던 게 단지 나뿐은 아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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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gee Jumping
👉 노래 : Young K (DAY6)
늘 바라만 봤어 얘기만 들었어 시도하려고 하면 겁이 날 삼켰어 But now I wanna try Cuz it’s you, I'll give it a try
차라리 당겨 줘 누구라도 날 등 떠밀어 줘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이리 가지도 못하고 저리 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지도 못하는 그런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내가 선택하고 싶은 마음 보다 누군가 나를 등 떠밀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거죠. ‘네가 그랬잖아’라고 탓할, 핑계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어렸을 땐 대부분의 선택이 나 스스로 혼자 결정한 것보다 보호자의, 혹은 나보다 더 어른인 사람의 권유로 인해서 한 것들이라 그런 핑계를 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었고 나 스스로 선택하고 그걸 책임져야 하더라고요. 마치 번지점프 같은 거죠. 아무도 나한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스스로 올라갔고, 내 발로 내가 뛰어내려야 하는 것 말이에요.
가끔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순간이 오면, 번지점프대 위에서 뛰어내리 지도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는 제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남이 그러고 있는 것을 보면 ‘네가 올라갔잖아, 바보 같이 왜 그래!’라며 놀릴 텐데... 저는 그저 눈 질끈 감고 그저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 위에서 서성이게 됩니다. 혹시나 누가 제 등을 밀어주며, 괜찮다고 속삭여주길 기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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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스마일
👉 출연 : 줄리아 로버츠, 줄리아 스타일스, 커스틴 던스트
이제는 제법 꽤나 많은 경험을 해왔고. 그것들을 기반으로 조금은 더 나은 선택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왜 이러고 있는 건지 괴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조언을 구해서 도움을 받으면 다행이고 그 상대 역시 뭐라고 해 주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 어쩔 줄을 몰라 좌절하게 되는 것 같아요.
1950 년대, 보수적인 여자대학교에 부임하게 된 신임 강사 캐서린과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그 시절 우리처럼 갈팡질팡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봐서 올 A를 맞아도, 그 꿈이 가정을 꾸리고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가정주부인 시대적 배경이 좀 답답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각자 어떤 식으로 어려움을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는지 들여다보면 지금과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부모님이 원한 대로, 또 자신도 원한 대로 - 사실은 그런 줄 알았던 대로 - 결혼을 한 친구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는 남편과 반대로, 자신은 참고 기다리고 희생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상황에 회의감을 느껴 집을 뛰쳐나오기도 하고요.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은 캐서린의 도움으로 로스쿨 접수도 하고 합격도 하지만, 이내 자신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며 남들과 같은 가정주부의 삶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 혼돈 속에서 교수님은 마치 전문가처럼 느껴졌지만, 그 역시 남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프러포즈에 혼란을 느끼고 또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먹고 경험이 많아져도 여전히 한 인간으로서 무언가 뚝심 있게 선택을 하고 그걸 믿고 나아간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게 확 와닿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저를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것들은 아마 계속해서 저를 괴롭게 하겠지만… 또 어찌어찌 이겨낼 수 있겠죠. 75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저와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존재해왔으니, 제각기 다른 길로 또 자연히 삶은 흘러가리라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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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언포기버블>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7,000
#모든_건_사랑으로부터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서, 납치당한 딸을 찾아서 유괴범과, 거대의 악과 싸우는 영화는 많이 봤어도,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투잡을 뛰고 변호사에게 애원하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보안관을 살해한 죄로 20년을 수감당하고 출소한 루스의 이야기인데요. 5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사랑하는 동생을 두고 감옥에 가게 되었던 그는 감옥에서 계속해서 동생에게 편지를 썼지만, 양부모는 그 사실을 계속해서 숨겨왔습니다.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 잔혹한 살인자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던, 루스와 같은 모양을 가진 부모로서의 사랑이었을 테죠. 또 루스가 출소하는 날부터 그를 쫓아다니며 복수를 계획하던 보안관의 아들들 역시 그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그 이유였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앗아간 사랑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서로를 경계하고 해치는 모습이 다 이해가 되면서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범죄자라는 이력을 가지고 사회에도 녹아들기가 쉽지 않아 이리저리 치이는 루스가, 과연 그 커다란 사랑들 사이의 틈에서 자신의 사랑을 잘 지켜낼 수 있었을까요? 무겁고 강렬한 분위기지만, 감동이 그것들을 다 이겨내는 작품이라 추천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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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얼굴>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진짜_찝찝한데_할_얘기_많아지는
40여 년간 얼굴도 모른 채 살아온 어머니의 유해가 돌아온다면, 그리고 그보다 더 찝찝하고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뒤따라 온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등골을 따라 쭉 올라오는 불쾌감, 그걸 뽑아낼 줄 아는 ‘연상호’ 감독의 능력을 한번 더 느끼고 왔습니다.
영화는 기적의 인물로 일컬어지는 아버지, 그리고 그의 아들을 박정민 배우가 1인 2역으로 연기하는데요. 시대를 가로지르는 서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미지에 쌓인 어머니를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노년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권해효 배우의 열연도 일품이었고요.
흔히 가족들끼리 보기 좋은 영화가 흥한다는 추석을 앞두고 이 불쾌한 영화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괜한 걱정이 들면서도요. 끈적하지만 여운 있는 <얼굴>에 대한 구독자 님의 후기도 궁금해집니다. 저한테는 마냥 감정에서만 그치는 영화는 아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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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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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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