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와 함께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며칠 전 배우 고아성이 SNS 계정에 올린 글이 좋아서, 구독자님과 공유하고 싶어요.
<라디오 북클럽>을 진행하며 그간 메모장에 써둔 에필로그들인데요,
일상의 순간과 함께 그때 느낀 감정의 기록이 마치 친구의 이야기, 내 이야기인 양 공감이 되더라고요.
대학시절 만난 시크했던 교수님의 말, 아무리 비싼 선물을 받아도 잊혀지지 않는 나의 가슴을 뛰게했던 선물...
이렇게 일상 속에서 느낀 소소한 즐거움과, 감사함과, 새로운 발견이
언젠가 다시 돌아와 나에게, 또 다른 이에게 영감이 된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레 좋더라고요.
시소레터도 구독자님의 일상에 좋은 영감이 되고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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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에디터 직접 찍음
몇 주 사이에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나누며
시간을 천천히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시간 동안 열심히 되뇌인 구절이 있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저와 비슷한 상황의 그대에게
이번주 레터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번 주는 지난한 시간을 잘 지나가는 법에 대해 모아봤습니다.
*<숫타니파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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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주의 맛 - <비눗방울 퐁> 중에서
👉 작가 : 이유리
어렸을 땐 내 뜻대로 되는 일들이 꽤나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점점 더 줄어드는 기분이 듭니다. 그럴 땐 되려 단칼에 무를 베려고 하는 것보단 조금 힘들더라도 시간을 갖는 것,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있는데요.
제법 귀여운 제목을 가지고 있는 소설집이지만 마냥 가볍지 만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좋았는데, 그중 씁쓸한 이별의 기억을 말 그대로 ‘술에 녹여내는’ 이야기를 담은 <담금주의 맛>이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친구의 권유로, 이별, 공포, 괴로움, 우울 등 고통스러운 기억을 술에 우려내 사라지게 해 준다는 기억-담금주 키트를 구매하는데요. 반신반의하면서도 커다란 유리병 안에 맨몸으로 들어가, 천천히 기억의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처음엔 가장 끔찍했던, 이별의 순간을 떠올려요. 신뢰가 깨지는 순간의 분위기, 상대의 표정 등 주변 상황들을 떠올리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보다는 자기 자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타인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요.
천천히 가는 시곗바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고 그 시간을 한 번에 압축해서 던져 버리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런 긴 시간들이 결국 나 자신을 좀 더 알게 해 주는 소중한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내 감정은 어떤 표정인지를 알 기회인거죠. 나를 찬찬히 뜯어보며, 집중해보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갈수록 더 좋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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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
👉 노래 : 다린
아무도 모르는 그대 외로운 밤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듯해도 작은 후회 안부처럼 돌아와 길을 묻지 너의 매일은 내일의 빛이었다고
무언가 잘못된 단추를 꿴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게 됐을 때. 다시 풀어낼 수 있는 것을 찾아, 천천히 다시금 그 시간을 걸어가야만 했을 때 저는 이 노래를 계속해서 듣곤 해요.
가볍게 생각하고 기운을 내 보려고 노력하는 것조차 어려워서 속으로 끙끙 앓게 되는 순간엔, 나중을 생각하며 자꾸만 마음을 다잡아야 할 필요가 있더라고요. 주변의 위로와 응원은 내 곁을 맴도는 것일 뿐 그 과정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 더 힘들어서요.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해결이 되기를 기다리는 그 지난한 시간이, 외로운 밤들이 그저 헛된 것일 수도 있다는 괴로움에 분명 힘이 들 거예요. 하지만 그 하루하루가 쌓여 다 지나고 났을 때, 뒤를 돌아보면 알게 될 거예요. 지금의 빛은 지난날의 내가 만들어준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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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주다주
시간은 참 얄궂어서 필요할 때 흐르고 지난할 때 느리게 가더라고요. 챙겨야 하는 일은 많은데 속절없이 흘러가는 그 녀석이 얼마나 밉던지, 눈물을 닦기도 전에 그래서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T는 아니고요. 어른으로서 단련된 훈련법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일개 범인으로서 어떻게 시간을 통째로 다스리겠어요. 그래도 하루의 몇 분은 제아무리 바빠도 내 것으로 붙잡아 둘 순 있더라고요. 습관처럼 해오던 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애써 잡은 운동 예약을 날리더라도 자기 전 영양제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영화관에는 못 가도 자기 전 몇 문장은 눈 밑에 바르는 것처럼요. 꼬박꼬박 하는 일들은 세끼 끼니를 챙겨 먹는 사람처럼 제 자신을 든든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다주 작가도 저같이 루틴의 효능을 단단히 체감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주 작은 범위의 일이라도, 서서히 감각을 일깨워 그것이 곧 일상을 확장한다고 믿죠. 그저 흘러가는 트렌드라고 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루틴은 꽤 괜찮은 친구 같아요. 만약 다 놓고 싶더라도, 몇 가지만 가져가 보세요. 지나한 시간에 흔들리지 않게 할 뿌리가 되어 줄 테니까요.
🍋 루틴의 힘, 하루를 쪼개면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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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기말과제] AJR - Break my face
👉 제작 : Young
👉 원곡 : SLA <Break My Face>
사람이 극한으로 떨어지면 제 얼굴 살펴 보는 일을 제일 먼저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살아있냐’는 사람들의 카카오톡에도 답을 못했는데 거울 볼 시간이 있겠냐만요. 어쩌다 바라본 그 속엔 낯선 내 모습이 서있었어요.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의 표정을 하고서요.
얼굴 매무새 다듬는 일도 까먹고 산 그때, 템플스테이에서 배워 왔던 한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나우 앤 히어(Now and Here)’ 어떤 것도 평가하지 말고, 그저 현재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라는데요.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사는 현대인을 위한 단어라나요.
다시 노래 이야기로 돌아와, 멜로디는 나 자신을 사랑까지 안 해도 되니 일단 ‘오케이’ 해보라고 들썩거리는데요. 무슨 얼굴이든지 상관 없다는 가사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제 얼굴 상태가 베스트는 아니니까요. 버석 거리는 내 모습을 습관처럼 미워하려다가 이 노래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그럴 필요도 없이 그냥 나우 앤 히어 만 해보자고요. 오늘이 가장 어두운 날은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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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선배가 퇴근시켜 줬잖아? 그럼 이딴 거 안 나왔어 | 🏩사옥미팅>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회사_라운지에서_미팅_가능?
회사에 다니고 나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내연애는 어때?'라는 질문이요. 물론, 직장인의 생활 반경이라는 게 집-회사를 반복하는 다소 한정적인 공간에 갇혀있다 보니, 아무래도 꽤나 합리적이긴 하지만, 저는 어쩐지 0.1초 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됩니다. 회사에서의 나와, 사적인 나가 혼재되는 것이 좀 힘들 것 같기도 하고요, 나중에 직장 동료들이 알게 되었을 때 꽤나 부끄럽고 괴로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제법 '공개적인' 미팅을 한 여섯 명이 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나영석 피디와 김태호 피디가 이끄는 각 회사 소속의 피디들인데요. 절대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어찌 보면 동종업계 경쟁사 사람들과의 만남인 거죠. 2시간 분량의 짧은 연애프로그램이지만 나름 그 안에 흔히들 말하는 '국룰'은 다 있습니다. 사랑의 작대기는 꼬이고, 직진하는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같은 직업이라 더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반면, 동시에 서로를 선후배로 인식하는 순간엔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짧고 굵게, 강렬한 도파민 느끼며 아주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다 보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냐고요? 같은 업무를 경험하며 느낀 고충을 공유하며 서로 공감해줄 땐 조금은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요... 글쎄요,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몇 달, 아니 몇 년 치 놀림거리를 단 몇 시간 만에 적립한 것 같기도 해서요. 부디 이 영상 공개 후에도 회사생활이 안녕하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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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눈떠보니 내가 시잡이 EP.03 #넉살>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문학소년소녀_모여라
구독자 님은 평소에 시를 종종 읽으시나요? 저는 나에게로 와닿아 의미를 완성하는 그 맛에 서점에 들르면 꼭 한 번씩 시집 코너를 들락거리는 팬이기도 한데요. 문학을 콘셉트로 한 유튜브는 있었어도 이번에 흔치 않게 ‘시’를 주제로 한 시리즈가 있어 가져와 봤어요. 다만 이름은 '눈떠보니 내가 시잡이' 로 문학적인 감수성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요. 😌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문학과 가사 (그리고 조롱까지..)에 조예가 있는 넉살이 출연해, 호스트 유병재와의 케미를 보여줍니다. 티키타카로는 어디 가도 지지 않는 두 사람이라, 짧지 않은 영상 길이도 체감 못한 채로 재밌게 봤어요. 특히 영상 막 바지에 주제어로 10분 시짓기를 하는 코너가 백미랄까요. '백숙', '탈모', '베르테르' 숨이 턱턱 막히는 키워드를 자유자재로 작문하는 두 사람의 실력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잠깐, 영상을 멈추고 같이 시작을 해봐도 좋을 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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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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