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얼마전까진 분명 봄이었던 것 같은데,
코앞까지 7월이 닥쳤습니다.
주말에 벌써 비소식이 있어서 기분이 쳐지길래
친구들과 ‘여름 맞이 빙고’ 게임을 하기로 했어요.
9칸에 여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채우는 건데요.
이어서 하나씩 해나가며 칸을 지워나가는 거죠.
저는 일단 <여름아 부탁해> 같은
유서 깊은 노래를 듣는 것으로 시작해,
수박 주스 마시기로 칸을 마무리 했습니다. 🍉
구독자 님이시라면 무슨 이야기로
올 여름을 채워보실 것 같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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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엔 교육이라는 건
남의 얘기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이젠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야 하기도 합니다.
배우기만 할 땐 잘 몰랐는데,
가르치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엇을 강조해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있으니
어느 하나 쉽게 말할 수가 없거든요.
반대로 배우는 입장, 멘티로서도
이젠 정말 내게 필요한 것들이고 바로 할 줄 알아야 하니
예전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고요.
이번주는 이렇게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에 대한 콘텐츠를 가져왔어요.
구독자님은 어떤 멘토 혹은 멘티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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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 감독 : 김형주
👉 출연 : 이병헌, 유아인 외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나를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내가 누굴 가르칠 깜냥이 되나?’ 보통 사람이라면 들 수밖에 없는 감각인데요. 제자의 역량을 존중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무력감이기도 합니다.
한 분야의 ‘신’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도 그런 위기는 찾아옵니다. 한국 바둑의 절대 강자인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인데요. 지금에야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당시에는 한집에서 먹고 자며 동거동락했다네요. 하지만 그렇게 키워낸 제자는 점차 성장해 스승의 목 밑까지 조여옵니다.
대회만 나갔다 하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도 휩쓸던 그인데, 파죽지세로 치고 들어오는 창호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마침내 결승전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자신이 키운 제자를 이겨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어떨까요? <승부>를 보며 내내 떠오른 ‘청출어람’이란 말이 마냥 푸르고 산뜻하게는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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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 크리에이터 : 신원호, 이우정
👉 출연 :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 외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좋은 대학을 나온 선생님이 꼭 잘 가르친다는 보장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조건들 보단 선생님의 가르치는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이 좋았거든요. 그렇다고 그 선생님의 스타일이 모두에게 좋았던 것은 아니었기도 했고요.
의대 1등, 국가고시 1등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달고 들어온 전공의 김사비는 1년 차에 웬만한 전공 서적과 논문을 섭렵할 만큼 훌륭한 수재이지만, 로봇처럼 융통성 없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비에게 무뚝뚝하고,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혼내는 조준모 교수는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인데요. 반대로 사근사근한 성격을 가진 아재개그 달인, 류제휘 교수는 사비에게 최고의 멘토가 됩니다. 질문을 하면 칭찬을 가득해주며 차근차근 알려주고, 동료들과, 환자들과 좋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을 늘 보여주니 사비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시거든요.
두 교수님 중 누가 좋은 멘토인지는 몰라도, 누가 '사비에게' 좋은 멘토인지는 분명해 보이는데요. 좋은 멘토가 되려면, 우선 배우는 사람이 어떤지를 아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멘티도, 나를 가르치는 사람에 대해서 알면 좋고요. 처음부터 천생연분은 아닐지언정, 그렇게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부터 좋은 멘토-멘티가 되는 첫 걸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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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쿤 언변과 위트 앞엔 모두가 평등해진다.. 웃긴다... 진짜 재능있어.....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멘토-멘티 관계가 필수적으로 등장합니다. 아직 채 깎이지 않은 원석들을 갈고 닦는 그들은 생각보다 뒷전에 가려져 있기도 하고요. 그들의 속마음을 잠깐 엿볼 수 있는 영상이 따끈따끈하게 공개되었습니다.
가장 냉정한 게 예술의 세계가 아닌가 싶었는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뜻밖이었습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무려 30대 포함)에는 커다란 재능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는 건데요. 중요한 건 자신만의 스타일을 쌓아오는 그 이후라고요.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봐왔을 두 사람이라 얼마나 그 말이 다행스럽게 느껴지던지요.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건 당연히 후반부가 존재하는 건데 말이죠. 내 안의 재능을 속단하기엔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십 분, 혹은 잠깐의 시간들은 너무 짧을 지도 모릅니다.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 혹은 무엇보다 좋은 멘토를 만나기 전일 수도 있죠. 오디션 멘토를 넘어 든든한 위로를 주는 두 사람의 대화에, 멋진 내일을 기다릴 이유가 조금 더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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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 작가 : 김소영
학교를 벗어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어려운 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가 성인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가르치는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를지언정, 다른 어떤 부분에선 나보다 훨씬 더 아는 게 많은 사람일 수 있고요. 상대의 삶의 경험이 나보다 더 길거나, 풍부할 수 있으니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해서 소통이 더 쉽지 않을 수도 있죠.
<어린이라는 세계>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소영 작가가 4년 만에 출간한 신작엔 그동안 새롭게 생긴 어린이들과의 에피소드는 물론, 작가가 그 이후 외부 활동을 하며 겪은 일들도 있었는데요. 그중 공공기관 강연에서, 자신이 최근 겪은 일을 설명하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튀어나온 어린이는 '민식이 법' 놀이를 한 것이 아니냐며, 운전자와 어린이 중 누구 편을 들 것이냐고 따져 물었던 수강생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보호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게 이 관계의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든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역전될 수 있는 관계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들 하잖아요. 이제는 무언가를 가르치면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사 선택하기도, 혹은 완전히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 가능하고요. 그러니 혹, 멘토-멘티라는 관계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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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페일 블루 아이>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9,500
#오랜만에_진지한_스릴러_한편
혹시 '에드가 앨런 포'라는 시인을 아시나요? 영미 문학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시인이자 작가인데요. 마치 우리나라의 이상처럼,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시들을 쓰기도 했고 추리, SF, 공포 등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장르물을 쓰기도 했습니다. 주말에 넷플릭스를 보다가, 그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을 발견했는데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미국 육군 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수사를 맡은 퇴직 형사 랜도르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를 좋아하는 영리한 생도 한 명을 만나 도움을 받는데, 바로 그 생도가 에드가 앨런 포입니다. 실화가 아닌데 실존인물을 등장시키는 건 단순히 작가가 팬이라서일까 궁금했는데, 그가 육군 생도임에도 시집까지 출판한, 시인이라는 설정이 이야기 진행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고요.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가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인물들 간의 관계가 흥미로워서 몰입해서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본 작품들이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웃음기 쫙 빼고 정말 진지하게 볼 수 있는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였어요. 장르물을 좋아하는데, 몰입해서 영화 한 편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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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육왕>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착한_드라마가_보고_싶을_때
어김없이 주말에 넷플릭스를 헤집고 다닐 때, 썸네일에 익숙한 배우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퍼펙트 데이즈>의 배우 야쿠쇼 코지였는데요. 잔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배우의 역량으로 끌고 갔던 게 생각나 <육왕>도 시작해 보았습니다. (제목에서 어떠한 이야기도 읽히지 않았던 게 더 궁금하기도 했고요.)
드라마는 시대의 변화를 맞이한 한 회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오랜 시간 지켜 온 업력과 자부심 있는 직원들이 함께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매출은 어찌할 수 없었죠. 그러던 중 담당 은행원으로부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버선을 만들던 기술이 있다면, 러닝용 운동화도 가능하지 않겠냐면서요.
허무맹랑할 수는 있어도 특유의 희망찬 일드만의 스토리가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위기를 극복하고 교훈으로 마무리되는 에피소드를 반복하다 보면, 그 기세와 태도로 다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기도 합니다. <육왕>도 마찬가지고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의 힘으로 굳건하리라는 드라마 속 믿음을 현실에서도 잊고 싶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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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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