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의 방식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이번 주엔 사전 투표를 마친 김에
대선일에 큰맘 먹고 생애 첫 등산을 해봤습니다.
올라가는 내내 '내가 왜'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정상에서 폴라포 한 입 먹는 순간
싹 후회가 사라지더라고요.
그 맛은 제가 먹은 아이스크림 중 최고였어요.
무엇보다, 느린 제 속도를 맞춰주던
일행의 그 따뜻함이 잊히지 않아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처럼 뒤돌아봐주는
사람이 꼭 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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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맘 먹고 한 도전이 실패했을 때,
믿었던 것에게 배신당했을 때,
계속되는 불행에 지쳐버렸을 때....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위로해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죠.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순간에도
그 잠깐의 위로가 다시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되거든요.
이번주는 이 위로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며
콘텐츠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구독자님에게는 어떤 위로가 필요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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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게 있어
👉 작가 : 임솔아
친구의 죽음이, 그것도 나와의 약속을 위해 나를 만나러 오던 길에 일어난 일이라면 나에겐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요?
기열의 교복 주머니에서 발견한 개쑥갓을 잘 키워 보자며, 화분에 옮겨 담아 그것을 주인공에게 안겨주고, 상담이 끝나면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뜨거운 떡볶이를 무릎 위에 내려놓고 함께 먹자고 하는 아버지의 행동은 분명 위로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건네는 말들은 영후가 되려 입을 다물게 되는 것들이었죠.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에 영후는 되려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었는데, 자신의 잘못이었는지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지 고민합니다.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주변인들의 마음은, 말과 행동은 영후가 스스로를 좀먹게 만들죠.
갑작스러운 일에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었던 영후에게 그 모든 ‘위로’들은 위로가 아니었을테죠. 영후에게 필요한 건 그저 기다림이었을 겁니다. 마음 한 켠에 영후를 잘 넣어두고, 다시 앞을 바라볼 시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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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 작가 : 유자
👉 출연 : 표예진, 이준영, 김현진 외
사람들은 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신데렐라가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재림을 비난합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꿈꾸는 못된 마음이라고요. 그것이 하물며 재림에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이라고 하더라도요.
상류층의 사교클럽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이미 잔뜩 눈치를 보고 있던 재림은 손님들과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계속 상처를 받습니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마치 사람이 아닌 듯 무시를 당하고, 그에 나서서 반박하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게 되기도 하고… 신데렐라는커녕 자꾸만 자신을 갉아먹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요.
그렇게 한없이 작아진 재림에게, 차민은 어렸을 적 재림이 그린 그림과 함께 메모를 건넸습니다.
"넌 신데렐라보다 전사가 더 잘 어울려.
네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용감한 전사.
어릴 적 너는 알고 있었나 봐.
네가 생각보다 훨씬 더 멋있고 강하다는 걸.”
예쁜 원피스를 입고,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녀는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애정이 담긴 말 한 마디에, 더 강한 전사가 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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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작가 : 찰리 맥커시
무용한 것의 쓸모를 저는 오히려 선물에서 느낍니다. 시인의 고민이 녹아져 있는 시집이나 흘러가면 남지 않을 좋은 향기 같은 것들요. 그에 담긴 마음을 어떻게 계산기로 두드리겠어요. 얼마 전에는 이미 갖고 있는 책을 한 번 더 받았는데, 그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더라고요. 선물 준 사람과 제가 통했다는 거잖아요.
이 책에서도 이같은 아주 귀여운 일화가 등장합니다. 달콤한 케이크를 소년에게 선물하려던 두더지가 나오는데요. (이미 여기서부터 귀엽죠?) 그만 참지 못하고 다 먹어버리고 맙니다. 두더지가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케이크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소년도 저도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달콤함은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상대가 나를 위해 고르고 다듬은 무언가는 그 형태를 떠나 내게 든든함이 되어 줍니다. 소설 속 소년의 마음도 아마 비슷할 거예요. 두더지의 세상에서 가장 좋아 보이던 걸 나의 세상으로 전해주려던 노력. 그 마음도 얻었는데 어찌 내일이 즐겁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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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Regulus)
👉 노래 : 원위 (ONEWE)
"내가 사는 별의 이름은 야행성이라고들 불러 매일 어두울진 몰라도 외롭지는 않아 내가 숨 쉬는 이곳에는 너를 닮은 꽃 한 송이가 시들지 않고서 여전히 내 곁에 함께 있어"
어두운 면을 털어놓는 게 예전엔 약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혼자 쓰는 블로그 일기장에도 타자를 줄이고 줄였어요. 그땐 꺼내놓은 문장에 내가 잡혀 먹힐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밑바닥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터지듯 속내를 밝히게 되었는데요. 인간관계마저 끝날까 전전 긍긍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마음은 시원했어요. 그런데 누구도 저를 떠나거나 실망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어두운 면 하나 없는 사람 없다는 걸요. 그래서 우리는 잠들지 못하는 밤을 함께 비출 수도 있다는 것도요. 마치 야행성을 함께한다는 이 노래 가사처럼요. 🌌
P.S 당신의 잠들지 못하고 지새우는 시간이 밤 하늘의 빛나는 별 같다는 가삿말에 마음이 찡 울린 채로 오늘 원고를 썼는데요. 이런 가사는 어떻게 쓰는 건가 하고 찾아보니까, 노래를 부른 밴드 원위의 두 멤버가 작사한 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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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Irresistible>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벨벳_그리워하는건_어찌_알고
아이돌은 연차가 높아질수록 그룹 활동이 줄어들고, 개인활동이 늘어나는데요. 그 점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활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레드벨벳-아이린&슬기는 5년 전, 소속 그룹인 레드벨벳의 밝은 이미지와는 정 반대되는, <Monster>로 어둡지만 세련된 무대를 선보였었는데요. 이번 컴백은 지난번 컨셉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어쩐지 원 그룹인 레드벨벳의 데뷔 초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앨범엔 타이틀곡 <TILT>를 포함, 총 6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곡을 들으면서 데뷔 초 ‘벨벳’ 컨셉으로 활동했던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데뷔곡 <행복>으로 밝고 에너제틱한 그룹 컨셉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다음 활동곡으로 선보였던 <Be Natural>로 ‘벨벳’이 뭔지 알게 되면서 그 두 가지 컨셉이 명확해졌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레드벨벳은 그 두 컨셉의 구분 없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걸 해소해 주는 곡이 이렇게 유닛으로 나왔네요.
어쿠스틱 한 사운드에 아이린, 슬기의 차분한 보컬이 더해지면서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곡이라, 아마 이 곡 역시 질리지 않고 오래오래 들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저처럼 그때 그 ‘벨벳’이 그리우셨던 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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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노무사 노무진>
구매처 : 웨이브
가격 : ₩ 7,900
#가벼운_위트를_깔고_무거움_한숟갈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흐름 대로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책이나 영화처럼 제가 빡 집중하면 끝나는 매체들요. 절대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긴 드라마는 사실 아직도 어려워요. 하지만 그런 제 시선을 사로잡는 신작이 있었는데요.
잘 다니던 회사 퇴직금으로 코인 한 방을 노리다.. 정말 노리기만 한 사람이 된 무진 (정경호 분) 은 얼레벌레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노무사가 되는데요. 그것도 잘 풀리지 않아 유튜브까지 찍던 와중, 현장에서 사고까지 당하고 맙니다. “살고 싶으면 노무사 일 제대로 하라는” 귀신과의 약속으로 죽다 살아 나면서 이야기는 시작 되는데요.
사실 노무나 노동이라는 것, 듣기만 해도 마음이 쿵 하고 무거워지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좀 달랐어요. 주연진들의 연기 차력쇼로 일단 쉴 새 없이 끌고 가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메세지가 남더라고요. 덕분에 저 같은 숏폼 중독자도 무사히 감상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드라마 속 기준으로) 180일간의 여정이 주인공에겐 남았는데요. 돈밖에 모르는 무진이 진짜 노무사로 기사회생할지는 같이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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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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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 사실 오늘 레터는 구독자님의 한 줄에서 시작했어요. 저희의 몇 문단이 잠깐의 위로라도 되는 게 어떤 의미일지, 그리고 채 다 그려지지는 않겠지만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실지 상상하는 마음에서요. 그리고 보내 주신 마음에 한 번 더 보답하고 싶은 생각에 적기 시작한 글이 오늘은 조금 길어졌네요. 저희가 작성한 글이 오래오래 두고 쓸 수 있는 위로 처방약이 되길 바라요. 진심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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