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한 굴레에 갇혀버리고 마는데...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점차 여름을 닮아가는 요즘인데요.
레터를 보내 드리는 오늘은 바로바로
제21대 대선의 사전 선거 시작일입니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시소레터를 읽는 분이라면,
투표의 중요성 정도는 이미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해요!
내일 30일까지, 그리고 본 투표일 6월 3일
꼭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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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일정이 있지는 않지만,
평일 하루쯤 여유를 갖고 쉬고 싶어 휴가를 하루 썼습니다.
당일이 되기 전에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어요.
주말엔 사람이 많아 보지 못했던 전시회도 여유롭게 보고,
유명한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예쁜 카페에서 햇살을 즐기며 커피 한 잔 해야겠다고요.
그런데 당일이 되니, 막상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더라고요.
하루 꽉 채워 부지런히 살고 싶었던 맘은 온데간데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이 평화를 즐기고만 싶었습니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 저만 느껴본 건 아니겠죠?
이번주는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이상한 이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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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를 부탁해
👉 연출 : 장유정
👉 출연 : 최수영, 공명, 김성령 외
뭔갈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가도, 결국 흐느적거리며 침대에 붙어있는 날 발견할 때면 이래서 그렇게 이성과 본능 사이에 고민하는 작품들이 많구나 생각합니다. 몸은 힘들지언정 나를 발전시키는 선택을 하는 것과, 편안한 현재에 안주하는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들 참 많잖아요..?
금주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훌륭한 알코올 섭취 능력과, 자동차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진 남초 직장의 몇 없는 여성이라는 최적의 환경에서 주 7일 음주를 하는 주당입니다. 사회생활을 위해, 한 주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이 생활을 꿋꿋이 유지하지만, 고향에 내려와 자신에게 진지하게 조언하는 옛 친구를 만나 ‘금주’에 도전하게 됩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병이 생길 수 있다는 말에 시작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금주도 분명 알고는 있었을 거예요. 잔뜩 만들어둔 핑계들을 다 걷어내면 그건 그저 내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뿐이었으며, 의준의 설득과 압박은 반대로 자신의 이성을 끄집어낼 또 다른 (좋은) 핑계가 되어준 걸요. 금주와 의준 관계처럼, 저도 누군가가 등을 떠밀고, 잡아 이끌어 주면 좋겠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 못 이기는 척, 슬며시 따라나설 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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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되고 싶어
👉 작가 : 김화진
"개구리처럼 되고 싶어.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마음먹으면 단번에 예상할 수 없는 높이와 거리를 뛰어오르기도 하는.
그런 잠재력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
<개구리가 되고 싶어>는 제목처럼 작은 개구리 조각을 토템처럼 여기는 주인공이 나오는데요. 책상 위에 작은 피규어나 식물을 올려 둔 적 있으시다면 권태로움을 이겨보고자 발버둥쳤던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실 거예요. 그와 반대로 친구 수경은 라테 하나에도 감사와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산뜻하고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분명 나도 라테의 달콤 고소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인데, 주말에도 지루하고 막막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평소엔 귀여워서 좋아했던 개구리 조각도 오늘은 왜인지 고작 이것만 한 사람인 것 같아 원망스러워집니다. 우리의 마음은 정녕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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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작가 : 이나다 도요시
구독자님은 OTT서비스에서 빨리감기를 잘 사용하는 편이신가요? 저는 중간에 정지를 할지언정, 빨리감기는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영화관만큼 집중해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할 일이 생각나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시 시작하게 될지언정 원래 속도 그대로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화를 빨리 감기 배속을 해서 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방면에서 사회 현상과 흐름을 탐구하는데요. 개인에게 콘텐츠의 소유가 아니라, 일정한 기간 동안 자유롭게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는 구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 서비스 형태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기저엔 ‘이기심’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은 없지만, 영화는 보고 싶은 사람, 일명 ‘가성비 추구’를 위해서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아서,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감상보단 정보 수집이 목적인 사람이나 모두 불편은 제거하고 이득만 취하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작품에서 서사가 켜켜이 쌓이는 과정을, 미장센을, 장면에 쓰인 음악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게 영화 관람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각 인터뷰이들의 말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열심히 살지 않는 것 같아 불편한 기분이 든다면, 느슨하게 사는 것이 내게 더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때로는 이기적이어야 하는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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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법 (How To Go On)
👉 노래 : 한로로
약속 없는 주말이 돌아오면 느지막이 이불 속에 꼼지락대며 저는 늘 고민하고 합니다. 콘텐츠 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으로서, 뭐라도 봐야 하는 건 아닌지요. 아니면 폴폴 쌓여가는 먼지를 더 모른 채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아니면 체르니 연습장 채우듯이라도 운동하러 나가야 할 것 같기도 한데요.
내가 참 삶의 우선 순위라는 게 없는 밍숭맹숭한 인간이구나 싶다가도, 아차차. 안 그래도 거친 세상에서 나 자신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 밀었습니다. 그러라고 있는 따뜻하고 자비로운 주말이 아닌데 말이죠. 그럴 때, 한로로의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넌 나를 사랑해 줘야 해 평범하길 빌어왔던 내일이 없을 것처럼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제목과 겹치어 가사를 듣다보면, 스스로에게 끊임 없이 사랑을 주입하게 되곤 합니다. 하루 하루 쌓아온 내 일상만큼 기특하고 안쓰러운 게 없는 데 말이죠. 고작 이틀 밖에 안 남은 이 시간에 이도저도 아니면 뭐 어때요. 그게 우리 나름의 생존법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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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론 뮤익 개인전>
구매처 : 국립현대미술관
가격 : ₩ 5,000
#생각의_꼬리를_물고
하루평균 5천 명 방문, 누적관람객 10만 명이 넘었다는 그 유명한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티켓이 저렴해서인지, SNS로 바이럴이 잘 되어서인지 정말 듣던 대로 전시장에 사람들이 가득했는데요.
이전에 한 현대미술 기획전에서 그의 작품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엔 대형 작품들이 많아 더욱 그 섬세함과 정교함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촬영은 포기했지만, 되려 그 시간만큼 천천히 걸으며 인물의 표정, 자세, 눈빛까지 자세히 살피고 어떤 감정, 어떤 생각일지 상상하고 얘기하며 관람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전시의 끝에는 마치 브이로그 같았던, 론뮤익의 작품 제작기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좀 해소할 수 있었어요. 눈동자에 실핏줄을 그리고, 주름진 피부에 색을 입히고, 손발톱을 조각하는 것까지. 한 작품당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을 공들여 만든다는 그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니 경이롭기도 했고요. 전시는 7월 13일까지라고 하니, 여유가 되신다면 한 번 방문해서 관람해 보시기를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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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우리를_울고_웃게_하는_이_도시
살면서 현대 인도 여성의 마음에 이리 깊게 이입해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전혀 그려본 적 없는 삶을 이해하게 되는 마법은 역시 영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잠들지 않은 도시 뭄바이에서 생활하는 20-30-40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울의 복잡함 속에서 울고 웃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 생활자로서의 그들의 삶이 낯설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됩니다. 일, 주거, 가족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함께 고뇌하게 되죠.
하지만 현대 인도의 실태를 고발하거나 하는, 무작정 무거운 영화는 아닙니다. 지친 도시 야경에서도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는 우리처럼 말이죠. 어둠 속에서도 ‘빛’을 그려 나가는 세 사람과 함께, 스크린 앞의 우리도 서서히 밝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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