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애정 렌즈로 지인들 바라보기 어때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최근 지인들에게 선물을 할 일이 많아 요즘 각종 선물하기 서비스를 들락날락거렸는데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첫 문장을 읽고 한 권을 골라 보내는 상품이 있더라고요.
고전은 주제도 천차만별이고, 제목만 보고는 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편인데
이렇게 첫 문장을 쭉 읽어보니 좀 더 쉽게 고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상대를 생각하며 문장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눈에 딱 들어온 것으로 보내고 나면,
책 제목은 저도 알 수가 없는 터라 과연 어떤 책이 도착했을지 기다리는 것도 설레고요.
32개의 문장 중 구독자님의 마음에 들어온 문장은 무엇인가요?
P.S. 어제 2025 서울국제도서전 얼리버드 티켓이 오픈했어요.
올해 초에 소개해드렸듯 <믿을 구석>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도서전도
예년만큼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할인가로 얼른 예매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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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경 <흩어지지 않는 마음>, 본문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들어 정말 가까운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먼 지인이나 회사 동료 때완 사뭇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한껏 기쁜 손끝으로 청첩장을 건네는 그 애를
어린 날의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그 애의 얼굴에서 내가 아는 모습과 알지 못하는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이 사람은 내가 잘 안다는 속단을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인데, 모르고 지나친 구석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오늘은 애정을 담아
주변인을 조금 더 관찰하려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구석구석 놓치지 말고 더 알아채고 아껴주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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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리스트
👉 감독 : 아담 브룩스
👉 출연 : 소피아 카슨, 카일 앨런, 코니 브리튼 외
구독자님은 어렸을 적 써둔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장래희망은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난 크면 이걸 꼭 할 거야!" 하고 선언했던 기억은 나시나요? 저는 제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삶을 함께해 온 친구들이 있는데요, 그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저는 기억도 나지 않는 제 어렸을 적 말과 행동을 얘기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제가 어렸을 적 상상했던, 친구가 어른이 된 모습과 차이를 발견할 때면 저도 모르게 "너 어렸을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더라고요.
엄마의 유언이 담긴 영상을 받기 위해 알렉스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놀면서 적어둔 '라이프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스탠딩 코미디 하기', '보름달 보며 캠핑하기' 같은 소소하고 재미있는 것들부터, '훌륭한 선생님 되기', '진정한 사랑 찾기'까지요. 그렇게 알렉스는 자신을 지켜보고, 응원해 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진짜 나'를 조금씩 찾아나가게 됩니다.
제가 보지 못한 그 친구의 어떤 순간이 어렸을 적과 다른 지금의 친구를 만들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속에 어쩌면 감춰둘 수밖에 없는, 혹은 잊어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꺼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진짜 너'를 잘 들여다보고 잘 이야기해 주는 그런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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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주만화
유니크한 그림체의 짧은 인스타툰을 만났습니다. 평화로웠던 세상에 인간이 나타나 온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는 내용인데요. 그래요. 별명 짓기는 천왕성과 해왕성의 비명처럼, 잘 살고 있던 사람을 훼방 놓는 행위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인류가 발명한 놀이 중에 이만치 애정이 담긴 게 또 있을까요? 나의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또 나의 언어로 당신을 가두는 거니까요. 가만두지 못하는 특유의 제스처도, 빼고는 말 못 하는 입버릇도 다 별명의 좋은 재료가 되어줄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괜히 지인들을 이름으로만 불렀던 세월이 아까워집니다. 제 자신도 못 보는 광경을 한 세월 지켜본 사람으로서, 마땅히 그것들에 이름을 지어줬어야 했었는데요. 무심하게도 그 귀한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다음 주말에 만날 친구부터 명명 지어보겠습니다. 일단 너는.. 웃음이 많으니까.. 뭐가 좋을까요.
🍋 링크를 클릭하면 언급한 만화로 이어져요 (짤주만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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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지 않는 마음
👉 작가 : 고선경
👉 수록 :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영은이는 언 강을 오래 바라보았다
햇빝에 녹지 않는 얼굴 왜 얇아 보이는지
살얼음에 대해 생각해서인지
어디선가 물이 졸졸 흐르다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후략)”
가까움의 특권은 누군가의 슬픔을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겁니다. 한껏 강해 보이던 사람이 내 곁에 긴장을 푼 채 슬픔을 널어 놓으면, 감사하지만 또 그만치 견디기 쉽지 않은 것도 없습니다.
최근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이 시가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화자는 영은이를 위해서 시를 이어갑니다. 서로가 친구인지, 언니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은은 내가 아끼는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강 앞에 그를 가만히 세워 두지는 못하는 걸 보면요.
강바람을 잔뜩 맞은 두 사람은 발길을 돌리지만, 그 앞에 어떤 길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자꾸 희망적인 다음을 기원하게 될까요. 슬픔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과 슬픔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함께한다면, 그건 분명 혼자보다 강한 마음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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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고백
👉 노래 : 이제순 (원곡 : 이영훈)
가사부터 멜로디까지, 기타 하나 들고 덤덤한 고백을 내뱉는 원곡의 감성이 워낙 좋아서, 커버영상이 참 많은 노래인데요. 그 많은 커버 영상 중 이 영상을 계속해서 찾아보게 되는 건 이 영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때문이더라고요. 어두운 밤, 후덥지근한 바람, 귀뚜라미 우는 소리... 이 영상이 촬영된 환경부터 이미 너무나 곡과 잘 어울리지만 무엇보다도 촬영하는 이의 시선이 참 좋았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잘 나오는지 계속 움직여보는 것 같기도 하고, 기타를 연주하는 손을 확대해서 그 연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마구 흔들리지도, 아주 고정되어 있지도 않은 카메라 너머의 누군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고백을 받는 당사자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사람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 사람이 가진 마음을, 그 모습을 잘 담아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주인공의 마음을,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진심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 알아줄 이의 시선이 이 여름밤의 순간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거죠.
아마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들도 이런 애정 어린 시선이 함께하기에 완성되고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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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해피엔드>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균열_사이를_가로지르는_우정
세상이 더 복잡해지고, 불안정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되려 반대로 자꾸만 단순해지고 싶습니다. 많은 것들 중 최선을 선택하려 애쓰는 그 과정이 괴로우니, 다수의 선택이 곧 옳은 것이라고 믿으면 쉽고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
안전을 위해 도입한 AI 감시 시스템의 무용함을 지적하고, '비국민' 학우 차별에 대항하고... 사회와 학교의 체제와 순리를 자꾸만 거스르고, 자신들의 존재를 온몸으로 외치는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와닿은 것은 결코 그게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친구들과 즐겁게 함께하고 싶었던 유타처럼 그저 모른 척 지나가고 싶다가도, 코우처럼, 후미처럼 반기를 들고 저항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서로의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정작 사회는 그러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 느끼며 씁쓸함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영화 속 설정은 근미래였지만, 사실 지금 우리가 있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마 관객들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헤어진 후에도 행복한 '해피엔드'를 맞이하길 바란다면, 분명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겠죠.
이 영화는 지인의 추천으로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보게 되었는데요. 감독도, 배우도 처음이라더니 이렇게나 긴 여운을 느끼게 될지 몰랐습니다. 한 컷 한 컷 넘어갈 때마다 아쉬울 만큼 영상이 예쁘고, 함축적으로 담아낸 요소들도 많아서 여러 번 봐도 모두 다르게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어요. 상영관이 적긴 하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시간 내어 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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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갤럭시를 쓰는 친구들에게>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요근래_만나본_가장_감각적인_후기
일단, 한 가지를 밝히자면 저는 아이폰을 쓰고 지금 이 원고도 맥북으로 쓰고 있습니다. 갤럭시 홍보를 위해 영수증을 쓰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잔잔한 바이브에 중얼거리는 톤이 중독적입니다. 무심코 알고리즘에 흘러 들어온 이 곡. 듣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데요. 가사가 전부 자신의 갤럭시 후기라는 거였어요. 영상이 어떻고, 기능은 또 어떻다는 식으로요.
저도 숨 쉬듯이 글을 쓰고 또 제 생각과 일상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지만, 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표현력이 좋은 사람을 보면 솔직히 질투도 좀 나는데요. 주섬주섬 일상을 뒤집어서 뭐부터 이야깃 거리로 꺼내면 좋을까 다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구독자님이 노래를 쓴다면 주제는 뭐로 하시고 싶어요? 소금빵은 빼주세요. 제가 난 이제 소금빵을 먹는다로 가사 쓰기 시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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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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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가 너무 좋았어요! 인생에 대한 계획을 무수하게 세워도 언제 어떤 기회와 시련들이 찾아올지몰라 흐릿한 불안이 느껴질때가 있잖아요. 또 어떤날은 하루하루가 너무 똑같아 무료하게만 느껴질때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저도 한치 앞도 모르겠는 콘텐츠들이 좋더라고요. 때로는 우리의 인생과 같아서, 때로는 무료한 하루를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오늘 시소가 소개해준 콘텐츠들 벌써부터 너무 기대됩니다!
늘 일상의 여러 순간들을 포착해서 다양한 콘텐츠로 풀어주는 시소 정말 애정해요.
→ 저보다 주제를 더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은데요?! 두 에디터의 일상 속에서 떠올리는 주제들이라, 잘 와닿지 않거나 반대로 따분하게 느껴지진 않는지 걱정이 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진심 어린 공감으로 회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 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또 의견 남겨주세요. 구독자님의 애정 어린 시선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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