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2주 만의 휴가를 마치고 오랜만에 인사를 드려요.
구독자님, 잘 지내셨나요?
에디터 흥선과 리코도 모두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제대로 충전하는 시간이었답니다.
그 사이 잠깐이라도 저희의 빈자리를 느끼셨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연휴를 뒤로하고, 원고를 타이핑하고 있는 지금.
진짜 일상으로 돌아왔단 생각이 들어요.
구독자님께도 저희의 작은 글이 일상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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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에도 반전이 일어나는 야구 ⓒ직접촬영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찾게 됩니다.
그럴 땐 안 봐도 다음이 어떻게 될 지 예측 가능한 것보단,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겠는 콘텐츠가 끌리더라고요.
우연과 우연이 만나서 운명이 되고,
시냇물을 순식간에 폭포로 바꾸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에요.
이번주는 이렇게 리프레쉬가 필요할 때 찾게 되는
뻔하지 않은 콘텐츠들을 가져와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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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인사이드
👉 감독 : 그렉 자르딘
왓츠 인사이드(What's inside), 직역하면 '안에 무엇이 있는지'라는 뜻의 이 영화는 아주 오랜만에 열린 친구 별장에서의 동창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이가 멀어진 옛 친구가 가져온 '몸 바꾸기'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8명의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 앉아, 손에 클립을 꼽고 기계를 작동시키면 서로의 몸이 바뀝니다. 처음 게임을 할 땐 평소 말투와 습관으로 금세 서로를 알아보지만,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숨기고, 또 추리를 하기보단 바뀐 몸으로 상황을 즐기는(?) 탓에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인물들을 계속 관찰하게 되는데요. 이 혼란의 도가니탕에서 정말 웃지 못할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니 정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해서 보게 됐어요.
소재부터 캐릭터 설정, 서사, 결말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 다소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이것만큼 제 일상과 정 반대인 게 또 없더라고요.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는 이 영화, 아마 구독자님께도 정말 새로우실 거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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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
👉 감독 : 김세휘
👉 출연 : 변요한, 신혜선, 이엘 외
제목은 너무 평범한 서술형 문장인데, 첫 장면부터 물음표가 계속 쌓였습니다. 버스 옆자리에 탄 학생의 휴대폰 화면을 염탐하고, 아침 출근길 부부의 싸움을 관망하고… 공인중개사라는 다소 평범한 직업과 다르게 특이한 취미와 습관을 가진 구정태의 일상부터요. 그 일련의 과정과 함께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을 듣다 보면, 어쩐지 저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지’ 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요. 그렇게 평범한 듯 전혀 다른 세계로 잠시 빠져들게 됩니다.
구정태는 그중 자신이 관찰 중이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범인을 잡겠다며 SNS를 뒤지고 발로 뛰게 되는데 사실은 한소라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음이 차차 밝혀지게 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숨겨져있던 진실들이 밝혀지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분명 저와 동시대의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직업도, 집도 모두 평범한데,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아서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뛰어난 관찰력과 집념을 가진 구정태나, 실행력이 좋은 한소라가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각자의 분야에서 아마 꽤나 에이스이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 뛰어난 감각과 재능을 이런 데에 쓰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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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 츠츠이 마리코, 미치이시 켄 외
영화의 매력은 전혀 모를 인생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남편이 가출한 뒤 사이비에 빠진 삶까지도요. 사람도 신도 아닌 무려 생명수를 섬기는 주인공 요리코는 어쩐지 그 전보다 더 평화로워지는데요. 그것도 잠시,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돌아옵니다.
잔잔하던 일상을 방해하는 사건들은 계속되고, 그럴수록 요리코는 더욱 더 종교에 심취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의 생명수에는 점점 파문이 일게 되는데요.파격적인 주제를 뒤로 하고, 영화는 오컬트보다는 주인공의 일상에 집중합니다. 뒤틀려 보이던 삶에 반대로 우리가 비춰지는데요. 마침내 누구 하나 뒤틀리지 않은 이가 없다는 진실을 전할 때, 영화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2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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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xiety
👉 노래 : 도우치 (Doechii)
우연히 처음 만난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게 질문 하나를 던지시더라고요. “왜 그렇게 콘텐츠를 좋아하세요?”.
그의 시각으로는 일상 사이사이를 끼어드는 것도 모자라, 몇 년 동안 콘텐츠 뉴스레터까지 써온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지신 듯했는데요. 그 질문에 오래 생각치도 않고 단박에 대답했습니다. “콘텐츠 속에서는 비극도 아름답게 그려지니까요.”
고티에의 원곡*을 뒤집어 ‘불안’을 펼쳐낸 이 곡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외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곡조. 그 사이를 침투하는 랩은 또 다른 긴장을 자아냅니다. 끊임없이 깨지고 폭발하는 배경을 뒤로 하고 온몸을 흔들어 대는 도우치. 이 모든 게 합쳐져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하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죠. ‘맞아, 저게 불안이지’ 하고요.
사랑, 미래, 희망. 이런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우고 싶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죠. 괴로운 감정을 무작정 지워버리고 싶을 때, 도우치가 <Anxiety>로 대답합니다. 때론 불안도 이렇게 멋지게 노래할 수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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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당신의 맛>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900
#미슐랭_그게_뭐라고
셰프들이 방송에 나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제 주변에서도 미슐랭 식당을 예약해서 경험해 보는 지인들이 종종 있는데요. 단순 맛집보다도 '파인 다이닝'이라는 개념이 낯설기도,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그 세계에 슬쩍 발을 담근 듯한 이 작품은 <D.P>, <약한 영웅>을 제작한 크리에이터 한준희 감독이 가져온 첫 로맨스코미디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색적인 소재에, 훌륭한 배우진에 기대했던 만큼 꽤나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선 미슐랭 쓰리스타를 가져와야만 하는 한범우는 형보다 더 빨리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소 편법을 사용합니다. 훌륭한 식당을 찾아 그곳의 셰프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 그 집의 레시피를 가져와 이용하는 건데요. 그러던 중 새롭게 론칭을 준비하던 신메뉴가 전주의 한 원테이블 식당의 것과 동일함을 발견하고, 그 주인인 모연주 셰프를 찾아가게 됩니다. 고기도, 계란도, 고춧가루도 함부로 아무거나 쓰지 않는, 음식에 진심인 셰프와 그저 쓰리스타를 받기 위해 레시피를 훔치고 싶어 하는 철저한 자본주의 경영인이 만나게 되는 거죠.
전주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정갈하고 예쁜 비주얼의 요리가 나오니 눈도 즐거웟는데요. 아직 2부까지 밖에 보지 않았는데 진행이 꽤나 빨리 되길래,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10부작이더라고요. 과연 한범우는 레시피를 훔쳐 쓰리스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챙겨 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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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입에 대한 앙케트>
구매처 : 서점
가격 : ₩ 6,500
#문방구에서_만나던_딱지책의_귀환
교보문고 한구석에서 저를 강렬하게 이끈 책이 있었습니다. 요새 화려한 표지야 워낙 많지만, 손바닥만 한 크기를 꽉 채운 빨간 입술이 제 시선을 확 잡아 두었어요. 그렇게 <입에 대한 앙케트>를 만났습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우리는 누군가와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상대는 젊음의 객기라고 하기도 뭐 한 담력 훈련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채 다 들어보기도 전에 그려지는 이 뻔한 결말이 보이지 않았나 본데요. 그렇게 인터뷰이의 입에서 우리의 입으로, 꺼림칙한 그날이 전해져 옵니다.
말 한마디로도 천리 길도 간다는데, 오늘의 인터뷰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왜 제목은 인터뷰가 아닌 앙케트일까요? 그리고 주인공들은 담력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을까요? 몇 페이지 안 되는 이 책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을까 싶을 때, 뜻밖의 결말이 우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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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영상 몰입을 잘 못해서 여러 큐레이션 뉴스레터들을 받고 있어도 아쉬운 게 좀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중심이 ott 플랫폼 영상 추천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노래와 책 등 다양하게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약간 오늘의 노래, 이 주의 책 이렇게 기록용 일기나 블로그 글 보는 느낌이기도 해서 더 친근하게 느껴져요 멋대로 가까운 마음느끼기..ㅋㅋㅋ 잘 쉬고 오시고 우리 오래 오래 봐요 !
→ 영상물이 접근성도 좋고,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노래 한 곡을 그보다 더 오래 곱씹게 되기도 하고, 책 한 권에서 더 큰 세계를 경험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구독자님께서 느끼신 아쉬움들을 저희 시소레터가 채워드리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저희의 추천과 기록을 함께 즐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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