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라고 안부도 묻기 뭐한 사이 다들 있으시죠?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잇따른 산불 소식 때문에
이번 주는 다들 마음이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링크에서 짧게라도 댓글 하나를 달면,
카카오가 대신해 천 원을 기부한다고 해요.
여유가 되신다면 조금 더 마음을 보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불길이 잡히고 안정되어,
피해 복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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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 뒤로 SNS로 근황만 확인하던 친구와
우연한 기회로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도 '밥 한번 먹자'로 끝날 줄 알았던 대화가
'언제 시간 돼?'로 이어지며 정말 약속을 잡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땐 매일같이 만났던 친구들이
이제는 말 한마디 건네는 데에도,
약속 하나에도 용기가 필요한 상대가 되었음에
아쉽고 또 씁쓸했습니다.
이번 주는 이렇게 지나간 시절 인연에 대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잊혀졌던 기억들을 꺼내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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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사랑
👉 감독 : 임순애
👉 출연 :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외
그저 나를 스쳐가는 남이 될 수도 있던 누군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보통 적어도 한 가지 이유씩은 있었습니다. 같은 곳에서 일을 했거나, 함께 좋아하는 취미가 있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었거나.... 그리고 그들이 결국 '시절 인연'으로 스쳐가게 된 것 또한 같은 이유였습니다. 같은 곳에서 일을 했을 뿐이고, 함께 좋아하는 취미가 있었을 뿐이고, 그 당시의 나에게 공감을 많이 해주었을 뿐이라서요. 상황이 달라지고, 상대나 내가 변하면 슬그머니 그 접점은 사라지거나 잊히고 또 다른 인연으로 향하게 되더라고요.
회사 돈을 빼돌리는 남자, 도영이 제게 조금 다정했단 이유만으로 그를 좋아하게 된 영미. 그것 하나만으로 도영은 세상이 망하기 전날 밤 같이 있고 싶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사실은 유부남이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지기는 했지만요. 남들이 보기엔 이상할지 몰라도, 영미가 도영의 아내, 유진의 집에서 함께 지내는 이유 역시 단순했습니다. '내가 아니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서요. 이 기묘한 삼각관계는 한쪽으로 기우는 듯 싶다가도 다시 서로를 구하려고, 반대로 서로를 미워하려고 계속해서 평행을 유지하는데요.
도영이 출소 후 유진과 이혼을 하고, 영미를 만나 돈을 갚을 때 두 사람의 삶엔 유진이 없습니다. 한 꼭지를 잃어버린 삼각형은 선이 되어 길게 뻗어나가겠지만, 아마 그 기울고 또 기울던 그 면의 기억은 살아남아 계속해서 떠오를 것 같았습니다. 구독자님에게도 기억의 한 구석에서 점으로 남아있을 이상하고도 구질구질한 이 세기말의 사랑 같은 인연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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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 노래 : 15& (피프틴앤드)
I- I'm a little star 빛을 뿜는 shining star 키는 좀 작아도 무대 위에선 빛날 star 음은 정확하게 한음 한음 가지고 놀 준비돼있어 날 반짝일 준비도 돼있어
이제는 백예린과 JAMIE(제이미) 각각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이지만, 한 때 그들이 15&(피프틴앤드)라는 듀오로 활동했던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무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데뷔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팬이 되었던 저는 요즘도 종종 노래를 찾아 듣곤 합니다.
지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의 조합이 참 좋았습니다. 한 사람은 몽글몽글한 음색을 가지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시원시원한 가창력이 장점이라 서로를 보완해 주는 느낌이었어요.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면서도 반응이 좋았어서 이렇게까지 다른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건대, 아마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이 뚜렷하지 않았을 시절에 이것저것 도전해 보며 방향을 찾아가던 과도기였던 듯싶습니다.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대 위에서 반짝일 준비'는 되어있던 시기요. 덕분에 대중들은 그 좋은 목소리들로 멋진 음악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요. 정말 '그때'만 가능했던 이 조합, 다시 뭉친다 해도 이것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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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Virus
👉 노래 : 롤러코스터
로또 같은 인연을 기다리며 산 시간이 있습니다. 소울메이트니 베스트 프렌드니, 지금은 부끄러워 입에 담지 않은 단어를 경전 삼아 꿈꾸던 날들이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 간절히 믿으며, 아니 사실은 맞는지 아닌지 남몰래 무게를 재곤 했어요. 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얼마나 서로가 빈틈 없이 맞아떨어지는지 칭송했는데, 아차 지금은 그 부스러기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인 건 강렬했던 인연을 몇 번 보내고 나니 사람이 참 담백해졌다는 거예요. 이제는 인연을 맺을 때, 누구는 진짜 누구는 가짜 따위 이름을 절대 붙이지 않습니다. 그저 내게 시간을 내어줌에 감사할 뿐이죠. 그런데도 스마트폰이 뜬금없이 누군가를 띄워줄 때가 있습니다. 너, 한때는 이 사람이랑 친했잖아라고 놀리는 것처럼요.
시대가 좋아져, 그저 손가락만 몇번 움직이면 잘 살고 있는 그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나도 분명 똑같이 잘 살고 있었는데, 이젠 서로가 없어도 잘 산다는 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듭니다. 정말 오래된 노래지만, 현악기의 음울한 멜로디를 뒤로 하고 쌓이는 이 가삿말들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잘 가 이제는 멀리 내가 널 볼 수 없는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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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 작가 : 은희경
시간과 장소가 딱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게 인연이지만, 그것만으로 안 되는 게 또 인연이기도 합니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속 두 주인공처럼요. 세네갈에서 온 마마두와 한국에서 온 수진도 뉴욕이란 배경이 아니었다면 만나기 쉽지 않았을 테죠. 얽히고설킨 인연은 둘을 교실 밖 코너스 빵집까지 이끌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단절되는 영어와 어디인지 가늠도 안 되는 서로의 출신은 대화를 점차 가로막습니다.
표제작이자, 책의 이름을 곱씹어 보면 결국 각자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마마두가 마마두이고, 수진이 수진일 수밖에 없는 이유처럼요. 제아무리 힘이 센 인연이라도 사람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둘의 인연이 소설의 끄트머리에서도 계속되는지는 비밀이지만, 우리의 시절 인연들을 곱씹어보면 결국 그들을 위해 나도 바뀌지 않았고 나를 위해 그들도 바뀌지 않았단 걸 깨닫게 됩니다.
차라리 사람이 변하지 않는단 걸 알았다면 더 잘해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를 만나게 해 준 시간은 흐르고, 장소는 바뀌기 마련이니까요. 바뀌지 않는 건 오직 그때의 우리였겠죠. 그러기에 이름을 더 불러주고, 당신의 이름이 왜 그 이름인지를 느끼게 해줘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지난 인연에 대한 후회는 이쯤으로 하고, 다음 인연의 차례를 맞이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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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 버렸다>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제발_시즌2가_있다고_해주세요
제목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놉시스를 보고 홀린 듯이 보게 되었습니다. 백악관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이라니. 남의 나라 대통령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거기서 누가 왜 죽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하던 밤, 갑작스레 수석관리자가 사망하고 FBI, 비밀경호국, CIA 등 주요 기관의 국장들이 모이는데요. 이 기관을 모두 제치고, 지역 관할 경찰서에서 고용한 사립 탐정, 코델리아 컵이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는 세계적인 천재 탐정이거든요.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지만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탐조'가 취미라는 것? 한마디 말없이 망원경을 대고 새를 기다리고, 또 관찰하는 이 이색취미의 연장선상에 있는 그의 수사 방식이 신기하고 또 재미있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하룻밤동안 함께 탐조를 하니 지루한 듯 싶다가도, 간간이 치고 들어오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빠른 장면 전환 덕에 눈 깜짝할 새 다 보았네요.
이전에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추리물에선 얼렁뚱땅 사건이 해결되는 기분이 들곤 했었는데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섬세하고 치밀한 추리를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0피스짜리 퍼즐만 보다가 갑자기 3000피스짜리 퍼즐을 마주한 기분? 주인공 코델리아 컵이 이번 한 시즌만으로 끝내기 아쉬울 만큼 매력적이고 궁금한 캐릭터라, 꼭 다음 시즌이 나와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말도 안 되는 한국어 제목도 좀 수정 부탁드리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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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콘클라베>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교황판_프로듀스_101 #내려가기_전에_보세요 #흥선픽
요새 극장에서 볼 영화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웃픔의 절규(첫째는 티켓 가격, 둘째는 시간 때문)을 지르며 ‘콘클라베’를 겨우 보러 갔는데요. 차기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들의 모임을 뜻하는 제목이 사뭇 구미를 당겼거든요. 팽팽한 긴장감이 나를 짓누르는 영화겠구나 싶어서요.
물론, 배경이 배경인 만큼 스낵처럼 가볍게 떠먹을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숙한 미사 시간처럼 숨죽여 받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입소문처럼, 이 영화 ‘프로듀스 101’를 방불케 하는데요. 규모가 다르니 이런 비유가 맞나 싶긴 해도, 학창 시절에 반장을 뽑을 때도 인기와 선거 공약에 따라 판이 뒤집힐 때도 있잖아요?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서, 콘클라베 안에서도 마찬가집니다. 파벌과 흐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데 그 모양새가 사제복만 입었을 뿐 어디서 많이 본 장면입니다.
신은 어떤 마음으로 이 판을 짠 것일까요? 주인공 로렌스는 콘클라베가 한창 벌어지는 와중에 종종 천장의 벽화를 쳐다봅니다. 위에서 아래를 조망하는 그 시선 끝에는 다시 추기경들로 향하는데요. 하늘의 시선을 받는 로렌스, 영화를 보는 우리도 그가 되어 어지러운 콘클라베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 결판의 끝에는 ‘정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을지’는 영화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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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 시소레터의 메일은 늘 반가웠지만 안 그래도 행복을 수집하고 있던 저에게 유달리 더 큰 행복으로 느껴졌어요. 행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해요! (행복 수집하기도 참 재밌고 좋답니다! 한번 해보세요)
→ 행복이란 두글자가 몽글 몽글 피어나는 말씀 감사합니다. 말 나온 김에 행복을 사전에서 찾아봤는데요.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 이라고 해요. 그 말인 즉슨, 저희가 구독자님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단 뜻이겠지요? 앞으로도 목요일 마다 메일함에 들어오는 행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더 뒤에 남겨주신 말도 잊지 않고 보았어요. 다만, 지면의 한계로 줄였습니다!)
- 요즘 꾸준함도 재능이라는 생각을 하며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마침 비슷한 주제가 나와서 반갑고 힘이 됐어요! 그리고 즐겨보던 하말넘많 영상도 나와서 더 반가웠습니다~~
→ 마침 적시에 좋은 주제로 글을 보냈네요! 힘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걸 지향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이 크게 달라지진 않아서 너무 비슷하게만 흘러갈까 걱정할 때도 있는데, 이렇게 즐겨보신 콘텐츠가 나와 반가웠다고 해주시면... 조금은 안심이 되곤 합니다. 결이 잘 맞는 친구가 레터 너머에 있다고 느껴지셨을까요? 앞으로도 좋은 주제와 재미있는 콘텐츠 열심히 담아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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