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이겠지만🐱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매년 독서인을 설레게 하는 행사, 서울국제도서전.
작년에는 무려 15만 명이나 찾아 텍스트의 힘을 느끼게 했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도서전을 여는 주제도 매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올해는 ‘ 믿을 구석’이라는 단어를 툭 던져 주더라고요.
‘힘들 때, 외로울 때, 당신이 기대는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요?’
라는 문장이 보는 순간,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습니다.
구독자 님의 이것은 무엇인가요?
책도 그 안에 포함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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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꽤나 많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합니다.
머릿속으로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눈 앞에 마주했을 땐 나도 모르게 피하기도 하고,
무엇이 올바른지 알고 있음에도
말과 행동은 그에 맞게 나오지 않을 때도 있죠.
우리가 이때까지 영위해온 일상에 균열을 낼까봐,
지금까지 누려온 편의과 편안함을 앗아갈까봐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이겠죠.
이번주는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고 싶은
이런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게 될 때 볼 콘텐츠를 가져와 봤어요.
구독자님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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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극본 : 문지원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를, 그 안에 속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처럼, 다 아는 것처럼 우리는 착각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내가 잘 모르긴 하지만…’으로 시작하는 말 뒤에, 사실 내가 이미 나의 잣대로 단정 지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내 의견이 틀렸다고 누군가 지적해서 그것을 고칠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그것을 지적받을 상황은 많지 않기도 하니 결국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옳다고 믿은 채로 살아가는 거죠.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칭찬이 자자한 이 드라마, 아마 지나가면서 한 번쯤은 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도 했습니다. 영우는 몸을 조화롭게 다루지 못해 회전문조차 잘 이용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는 순식간에 외우죠. 우리보다 열등하기도, 우월하기도 한 존재를 보며 연민을 느끼기도,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는 어렸을 적 만난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를 떠올리며 제 무지함을 탓하고 그때 더 잘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했는데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드라마가 영우의 멋진 모습들을 잘 발견해서 편집해 준 것과 달리, 아마 현실에서의 저는 그 정 반대의 모습들을 주로 보았을 테고, 간혹 나오는 멋진 점은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여겼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며 마주한, 진짜 불편한 진실이었어요. 아무리 미디어에서 알려줘도, 제가 ‘봄날의 햇살’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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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뒤의 여자들
👉 작가 : 김지호
최근 친구들과 모여 여행 이야기를 하면, 저는 지난 연말에 다녀온 삿포로가 '인생샷' 찍기 좋은 여행지라며 추천을 하곤 했는데요. 하얀 설원 위에 있는 나무와 함께 찍은 그 사진이 정말 마음에 들어,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잘 보일 수 있도록 게시물의 첫 장으로 등록하고 난 뒤 친구들의 칭찬 댓글을 보며 즐거웠거든요. SNS를 지인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하고는 있지만, 저도 잘 나온 사진 한 장에 보람을 느끼고, 관심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 거죠.
작가의 석사논문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인생샷’,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태도에서 저 역시 외면하고 있었던 불편한 진실을 느꼈는데요. 콘셉트를 잡고 피드를 꾸미고,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해시태그를 쓰지 않아도, 저와는 다른 집단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인플루언서, 혹은 그와 비슷한 SNS 유저들과 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분명한 콘셉트는 없어도, 인스타그램에 제 사진이 너무 많지 않도록 적절히 사물과 풍경 사진을 섞어서 올리기도 하고, 보정은 하지만 실물과 너무 차이 나지 않도록 조절하기도 하는 등 한정된 제 팔로워들에게조차 조금은 꾸며진 스스로를 전시하고 있었더라고요.
작가는 이와 같은 행동이, 어떤 허세와 허영이라고 지적질하지는 않습니다.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가도, 그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비판하다가도, 또 그들을 주제로 책을 써 유명해지고 싶어 했던 작가 스스로의 삶에서 찾은 답은 ‘갈팡질팡’이라는 운동전략이었는데요. 완전무결할 수 없다면 내가 딛고 있는 현실과, 내가 지향하는 이상 사이에서, 계속해서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삶을 살아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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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변신이자 수작’ 가수 박지윤의 만개한 음악 이야기
“제가 만든 앨범이 아니고,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자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파격적인 컨셉으로 90년대 화제성의 중심이었던 가수가 말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심했을지 짧은 몇 마디에서부터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그 이미지를 내려놓고 다시 자신만의 노래를 하기까지, 약 6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바로 가수 박지윤의 이야기입니다. EBS가 산정하는 명반 시리즈에 포함된 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해준 전작이 아닌 바로 그 앨범인 ‘7집’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건 참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모든 사람에게 맞추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의 반감을 사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무색무취의 나를 견디면서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다시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박지윤의 인터뷰에서, 그 어렵고 겁이 나는 일을 해낸 선배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듯한 그의 얼굴은 한결 더 편안하고 빛이 나 보였습니다.
🍋 긴 공백기를 깨고 나온 그가 낸 곡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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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자마자 마음이 편해지는 집에 산다는 것
👉 쉬는집안 - 나를 위한 공간 만들기
몇 년 동안 잘 지내던 집인데 요 며칠 꿈자리가 뒤숭숭했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잠이 제일 좋은 ‘잠좋아 인간’이라,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며 수면 아이템을 수집했는데요. 참 좋아하던 커피도 줄이고, 수면 안대와 가습기의 힘을 빌리니 이제는 아침까지 산뜻하게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노력으로 안 되는 것 없다는, 자기 계발서 같은 말을 여기까지 쓸 뻔다니까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유용히 본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정보성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제가 느낀 건 ‘편안함’ 마저도 어느 정도 품은 든다는 점이었어요. 참 당연하게 여겨왔던 수면의 질처럼 말이죠. 가족들과의 시간, 친구들, 건강, 취미 … 손 뻗으면 닿을 자리에 언제나 있을 것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편안함을 준다는 게 응당 대가 없이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험하게 쓰고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처럼 한 번 잃고 나니 무엇이든 내 곁에서 달아나지 못할 건 없었습니다. 컴포트 존이 무너지는 것보다 무서운 건 없는데 참 안일하게 살고 있었어요. 이젠 자주 들여다보고 닦아줘야, 제대로 보이는 안경처럼 대하려고요. 사람도 일상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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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멜로무비>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불행과_행복의_총량은_같으니까
<그해 우리는>의 이나은 작가, <당신이 잠든 사이에>, <호텔 델루나>를 연출한 오충환 감독이 만났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잔뜩 안고 있었던 넷플릭스 신작입니다. 예고편에서도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였던 만큼, 예쁜 장면들이 많았고, 툭툭 내뱉지만 뭉근하게 감정을 어루만지는 대사들이 좋았는데요.
영화를 너무나 사랑해서 연기를 시작한 배우 고겸과 현장 스태프 김무비가 서로의 삶에 얽혀 들었다가 순식간에 멀어지고, 시간이 흘러 영화 평론가와 신인 감독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전체적인 서사가 <그해 우리는>과 비슷해서, 초반에는 좀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움을 상쇄해 주더라고요. 특히나 서브 커플로 나오는 전소니 배우, 이준영 배우가 참 좋았습니다. 이별한 커플의 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다 본 기분이었어요.
작품 초반, 김무비의 영화를 보고 난 고겸이 “영화의 장르가 멜로 맞나요?”라는 질문을 하는데요. 그게 이 시리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떠올랐을 질문 같더라고요. 멜로보단 서로를 구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고겸과 고준 형제, 김무비의 가족, 시준과 주아 모두 서로가 가진 불행의 틈으로 행복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고 또 사랑스러웠습니다. 그게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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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KiiiKiii 키키 'I DO ME' MV>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아이브_동생_그룹 #첫인상은_반가워요
화려함과 자신감을 주제로 노래하는 아이브를 참 좋아하는데요. 그 동생 그룹이 공개되어 바로 노래를 들어봤습니다. 이제 5세대 그룹인 건가요? 숫자 세기는 포기하고 봐도 괜찮습니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입은 소녀들이, ‘달릴거야’라고 말을 건넨 순간 기대가 되었습니다. 어떤 조마조마함도 없이 반갑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그룹인 것 같아서요. 요새야 그런 모습이 덜 보이는 듯한데, 위태롭고 파리한 모습에 마음이 불편한 적 종종 있었거든요.
뉴질랜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다는 뮤직비디오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아닌가 싶은 느낌입니다. 나무, 설산, 송아지, 무당벌레까지 스케일과 디테일을 오가는 게 컨셉이 아주 확실했어요. 그 속에서 숲의 일부처럼 뛰어다니는 멤버들도 더더 궁금해지던데요. 본격적인 앨범은 오는 24일에 발매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시간을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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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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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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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 '내 친구의 5년 후는 그려져도, 스스로의 내일은 알 수 없던 시기.' 이 문장을 읽자마자 감탄했습니다. 표현을 정말 잘 하시는 것 같아요.
→ 잘 쓰는 것까지는 욕심이고 솔직하게만 쓰자는 게 제 모토였는데요. 보내주신 답장을 보고, 조금 더 레터를 자신있게 보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화면 너머 보고 계실 당신에게 더 꾸준히 오랫동안 문장 보내볼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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