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아' 유죄인 사람들 모두 들어오세요 👌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바로 어제가 보름이었는데, 다들 동그랗게 차오른 달 보셨나요?
이제 겨울은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하늘은 그걸 부정하고 싶은 양
자꾸만 눈, 비를 내리고 어지럽게 만들어서
그렇게 차분하게 하늘을 바라본 게 참 오랜만이더라고요.
오늘은 낮에도 한 번쯤은 하늘을 보고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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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몇 주간 제 속을 들들 끓게 만드는 주제입니다.
맞아요. 저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안타깝게 짝사랑보다 더 이 마음을 전할 수가 없네요.
사랑하기도 아까운 인생이라고 성인들은 말하지만,
그럴 수만 있었다면 저도 그 속에서 추앙받고 있었겠죠.
조금이라도 훌훌 털어 내고 싶은 마음에
지면을 빌려 싫어하는 마음에 대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지금 떠오르는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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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
👉 연출 : 김상호
👉 출연 : 차주영, 이현욱 외
간혹 '도대체 내가 이 사람을 왜 싫어할까?'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그저 그는 그의 삶을 살고 있는데도요. 그렇게 싫은 감정이 고개를 내밀면 되려 제가 묻고 싶어 집니다. '제가 왜 당신을 싫어하게 됐을까요?' 하고요.
역사에서도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 중 이방원은 원경과 크게 다투고 난 뒤 원경이 가장 아끼던 나인 채령과 합궁하여 그를 원경과 떼어놓는데요. 원경을 롤모델로 삼고 존경하며 평생을 살아온 채령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괴로워하며 원경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궁의 법도를 생각해 원경은 단호히 그를 잘라내는데요. 이후 채령은 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경을 배신하기도, 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채령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 사람을 배신한 스스로를 미워할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스스로를 탓하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은, 밖으로 새어나가야 할 감정도 자꾸만 안으로 가져온다고들 하죠. 반대로 남을 싫어하는 일은, 어쩌면 나 스스로를 싫어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면을 타인에게서 발견하고 그를 미워하는 그 과정에서 사실은 내가 더 상처받고 있을 텐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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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 작가 : 청예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지만 제 마음의 크기나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고 느낍니다. 이미 오래전에 제 가치관은 깊게 뿌리내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싫은지가 명확하거든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호기심이 들다가도, 내 안의 기준과 맞지 않으면 슬금슬금 멀어지고 싶어 하고, 반대로 그 기준을 바꿀 생각은 쉽사리 들지 않습니다. 그저, 나와 다른 이에게는 자꾸만 방어막을 칠 뿐이죠.
저와 반대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기준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있습니다. 은주가 옳다 하면 옳은 것이고, 은주가 싫어하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주는 착하고 바른 아이라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속으로는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모를 저렴한 마트의 물건을 구매하고, 저작권 이슈가 있었던 작가의 웹툰을 읽고 싶고.... 그렇게 참아왔던 마음은 점점 그 크기를 키워, '시술'을 받고 난 뒤 크게 표출됩니다. 오랜 시간 지켜왔던 방어막을 거두고 총구를 겨누고야 말죠.
개인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일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그게 개인의 삶과 사회를 유지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싫어하는 감정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억누르다 보면, 종래엔 그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요. 나는 싫어해도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누군가는 싫어해도 나는 좋아할 수도 있음을. 그렇게 사랑과 혐오가 번갈아 나를 돌아나가는 것이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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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카메라 롤, 슛, 빌런들 지금 찍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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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 작가 : 이미예
공용 얼음틀에 커피, 콜라 얼음을 얼려두는 사람.
커피 믹스를 한 번에 쟁이는 사람.
냉장고에 부피 큰 케이크 박스를 여러개 넣어 두는 사람 등등등.
살면서 탕비실 빌런 썰로 한 번쯤 들어봤을 인물들을 모아두고, 관찰 예능을 찍으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가 서로를 증오할까요, 아니면 그중에서도 자기는 ‘괜찮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온 걸까 하고 봤더니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책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쓴 작가였더라고요.
소설을 읽어 내려가며 정말 사소한 악행을 저지르는 그들에게 판사 마냥 가치 판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A는 오케이 나쁘지 않고, B는 회생불가를 외치면서요. ‘사이다’라고 쓰고 ‘사적 제재’라 읽는 그것이 판치는 시대라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두 눈 딱 감으면 애교도 필요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일 텐데, 왜 당연스럽게 싫어하는 마음이 피어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빌런’화하고 있었던지도 몰라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서 나와 다름을 발견하면, 아주 천천히 마음속 두 손가락으로 그 일을 확대하고 있었던 거죠. ‘무슨 일이세요?’ 물어볼 여유는 없다는 것처럼요. <탕비실>의 인물들을 찍어 한 편의 예능으로 편집했던 PD가 사실 멀리 있었던 건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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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막걸리처럼 쌓아지는 이 기분 어쩌면 좋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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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유령
👉 연주 :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Marc-André Hamelin)
불처럼 끓어오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점차 스며드는 일도 있습니다. 사랑이면 좋겠지만은, 저는 오늘의 주제인 싫어하는 마음인데요. 잔잔하게 쌓아지는 에피소드들은 어느새 무너지지 않는 공든 탑이 되더라고요. 가슴속에 결석처럼 쌓여 버린 그것을 철거해버리고 싶지만 영 쉽지가 않습니다.
꽤 짧지 않은 시간을 비슷한 감정으로 소모하고 나니, 저라는 인간을 휘휘 돌려 보면 막걸리처럼 싫어함만 침전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그 마음이 잠식해 버릴까 겁도 납니다. 분명히 나도 이런 것보다 더 좋은 감정으로 에너지와 마음을 써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저와 처지가 다르지 않는 분들에게, 겨우 찾아낸 제 처방을 공개합니다. 요즘 이 곡을 귀에 담으며 그것들을 곡조에 씻어 내리라 하고 있습니다. 귀하게까지 들리는 선율을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싶은데, 그것까지도 뛰어난 음악가의 숙명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아믈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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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검은수녀들>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흥미로운데_지루하고_아쉽지만_좋았어요
몇 주 전 걍밍경 채널에서 송혜교 브이로그를 본 뒤로 궁금해서 꼭 봐야겠다, 생각했던 <검은수녀들>을 보고 왔습니다. (아주 훌륭한 마케팅이었네요.) 전작 <검은 사제들>을 본 지도 너무 오래되었던 터라, 그냥 새로운 마음으로 보고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보는 내내 1편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영화 속에서 그 흔적을 틈틈이 보여준 것도 있지만, 보는 내내 그 영화의 잔상이 맴돌 만큼 비슷하고, 또 아쉬운 것이 보였거든요.
사제가 아닌 수녀를 주인공으로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 다 참 고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사제만 구마의식을 행할 수 있고, 수녀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으면서 두 사람의 삶이 더 무겁게 다가와서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전작보다 주인공들에게 훨씬 더 고난이 많은데, 그것들이 또 시원하게 해소되는 것도 아니라서요. 타로와 무당을 함께 소재로 사용해서 다채로운 느낌이 들고, 또 그 본질은 모두 같음을 강조한 것도 좋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것을 가져왔는데 정작 구마의식은 전작에 비해 강렬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해서 그렇게 된 것인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보고 난 뒤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작품이었지만, 오컬트 장르로 여성 주연 영화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으니 결론은 좋았다고 하려고요.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이었는데, 또 10년쯤 뒤에 볼 수 있으려나요? 강동원 배우의 재출연... 기원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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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남색 대문>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푸르른_대만_청춘물_대표작 #아쉽게도_넷플릭스에선_끝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자료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만 지나도 DVD는 부식되어 재생이 안되고, 수만 장 찍어 놓은 갤러리 속 사진은 채 들춰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종료된 영화 <남색 대문>을 보고 나서든 생각이었는데요.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OTT에 콘텐츠가 쏟아지지만, 막상 그것들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영화는 200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단짝 친구를 대신해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다가가는 커로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막연히 떠오르는 플롯처럼 그 남학생과 서로의 마음을 점차 키워간다는 흐름이지 않을까 했는데요. 영화는 첫사랑과 첫 연애 그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공기를 제대로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내려갈 때쯤, 왜 수많은 대만 청춘물 중에서도 수작으로 언급되는지 알겠더라고요.
내 친구의 5년 후는 그려져도, 스스로의 내일은 알 수 없던 시기. 스마트폰도 없어서 친구를 보기 위해 집 앞까지 가던 마음.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대만의 푸른 가로수들 사이 속 담아둔 매 장면이 지금도 아른아른 맴도는데요. 우리가 분명히 지나왔던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던 그때를 주말 사이 잠깐 다시 만나고 왔습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서는 종료되었지만, U+모바일TV에서는 아직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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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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