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라는 건 다 옛날 일이려나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구독자님, 독립영화 좋아하시나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90편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간혹 보고 싶은 독립영화가 있어도, 주위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보기가 힘들어 아쉬우셨다면
이번 기회에 보시면 좋을 것 같아 소식 전해드려요.
저도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있는지, 또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살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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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내 코트를 입을만큼 따뜻해서,
이젠 진짜 봄이 찾아올 거라 기대했던 것이 무색하게
이번주는 매섭게 추운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분명 월요일에 '입춘'이라고 했는데,
어째 다시 겨울, 그것도 한겨울보다도 더 추운
시베리아같은 추위를 맞이하게 될 줄이야...
이번주는 이 마음을 담아,
'입춘'다움을 그리워하게 될 때 볼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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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혼
👉 각본 : 홍자매
👉 출연 : 이재욱, 정소민, 황민현 외
입춘, 하지, 처서, 동지…. 이곳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익숙하게 접한 24절기죠. 그저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거 조상님들의 계절을 셈하는 법이라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입춘이지만 입춘답지 않은 지금이 좀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환혼>은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뒤틀린 살수 낙수와 명문가 도령 장욱의 이야기인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낙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기도 합니다. 무덕이의 몸속에 숨어있다고 할 수도, 갇혔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극 말미에 그 몸이 원래 사리촌의 무덕이가 아닌, 신녀 진부연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이 캐릭터는 심지어 3개의 이름을 가진 것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낙수는 그 무엇보다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욱에겐 스승님으로, 서율에겐 어렸을 적 첫사랑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 이들에게 힘을 주기도,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의 입춘 역시 낙수처럼, 아마 존재하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라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좋더라고요. 찾아보면, 곡우(봄비가 내리는 날), 소만(볕이 잘 드는 날) 같은 절기는 실제와 잘 맞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여전히 우리는 기사에서, 일상에서 절기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그걸 기념하기도 하잖아요. 잊고 있다가도 그 존재를 한 번씩 실감하게 되면 오히려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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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freeze
👉 노래 : 검정치마
연휴가 끝나고 다시 복귀하자마자 입춘이라 하여 이제 슬슬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나, 싶었는데 오히려 더 추워지다니. 사실 연휴에도 눈이 펑펑 쏟아지고 무릎까지 쌓이는 걸 보면서도 긴가민가 했는데, 체감온도로 -20도를 오가는 이번 주까지 보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구온난화가 엄청나게 심각해져서, 이상기후가 계속되면, 인류가 무사할 수 있나? 그 순간 이 노래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라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하냐는 가사가 인상적이었거든요.
도로가 얼어서 자꾸만 사고가 나고, 수도가 동파해서 물을 쓰는 것이 어렵고…. 평화로웠던 일상이 자꾸만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종래엔 저 역시 그런 생각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비가 내렸다, 눈이 잔뜩 쌓이고, 세상이 얼어붙어도 무언가는 변치 않고 한결같이 있어주길, 그리고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은 아마 자연스러운 거겠지요. 세상은 계속 바뀌지만, 그 자리 그대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여전히 예전과 같은, 봄이 되어주고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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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 원작 : 백온유 <유원>
👉 출연 : 강윤민지, 김계림 외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덜컥 들 때가 있습니다. 지드래곤의 노래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는데 말이죠. 며칠 동안 두꺼운 옷을 단단히 챙겨 입다 보니, 이상한 마음이 덜컥 들었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봄이 점점 늦어져 안 오는 건 아닌가 하고요.
우울감이 몸을 감쌀 때쯤 이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늘 홀로였던 주인공 유원이 친구를 만나 아지트를 만들고, 노을을 보고, 다시 꿈틀거리는 내용이었는데요. 그가 사건 생존자라는 꼬리표를 잘라내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닮아 있었습니다. 단박에 오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온다고 유원이 전해주었습니다. 자기만의 봄, 우리의 계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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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 노래 : 이츠 (It′s)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면이 있더라고요. 몇 해 전 잠깐 유럽 어떤 국가에 살 기회가 있었는데요. 날씨에 무던한 편인 줄만 알았는데, 시시때때로 내려치는 빗줄기가 사람을 얼마나 내려뜨리는지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걷기, 따릉이, 한강 공원 등에 더 마음을 쏟게 된 건 그때부터였어요.
살짝은 쌀쌀한 듯한 날씨여도 페달을 구르다 보면 금세 훈기가 돌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죠. 제아무리 T형 인간(에디터 스스로를 말합니다.) 이어도 그때 들이키는 푸른 공기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봄은 다 안다고 생각해도 모르는 구석이 있고, 막상 만나보면 더 좋은 계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차,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더라고요. 자전거는커녕 땅이 녹지 않아 조깅도 어려우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날씨형 인간에게 이번 연도는 좀 혹독한 구석이 있더라고요. 저만의 그 시간이 얼른 오기를 바라며, 초봄의 낭만을 노래하는 이 구절을 흥얼거리려고요. 🎵
"축축한 잔디를 밟고 떨어지는 감상에 젖어 초봄의 잔잔한 바람 가슴 깊게 쓸어 담어 백색의 모퉁이부터 채색을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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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백인액션>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익숙한_즐거움이_필요할_때
연휴가 끝나갈 즈음,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고 싶어 가벼운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넷플릭스엔 작품들이 워낙 많아서,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볼 때가 참 많은데요. 이 작품은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알겠더라고요.
전직 CIA 요원이었던 부부가 15년 만에 존재를 들키고 그들의 마지막 미션에서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인데요. 스파이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도 하고, 아이들, 그리고 전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유쾌해서 맘 편히 웃으며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스파이 할머니와 부모님을 두면, 하루종일 방 안에서 게임만 하는 아들도 본투비 스파이일 수 있다는 것? 아마 속편이 나온다면 그가 활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주 영수증의 <중증외상센터>처럼, 때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더 즐겁고 힘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이번주가 지치고 힘드셨다면, 이번 주말엔 이 영화와 함께 힐링 타임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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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제1회 스쿨오브락 가요제>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반짝반짝_빛나는
요 근래 이렇게 반짝반짝한 것을 보았나 싶었습니다. 카더가든의 <스쿨오브락> 무대를 보고 나서의 제 감상이었는데요. 게스트 실리카겔의 무대를 보고 감동에 젖어 글썽 거리는 눈망울과 무대 위에서 물 만난 듯 날아다니는 학생을 보니, 알 수 없는 몽글몽글한 감정이 마음 속에서 피어 올랐습니다.
학교 밴드부를 찾아다니는 유튜브 예능이 이렇게 감동적이게 돌아올지도 몰랐습니다. 채널주 카더가든의 성격 그대로, 평소 에피소드에서는 약간은 장난기를 가미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출연 한 학생 중에는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인 경우도 있어, 이런 무대를 만들어 준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음악 선배로서 진지한 그의 자세를 살짝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언제나 학생들을 바라볼 때,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을까”, “어떤 학교에 가고 싶을까” 딱 그 정도만요. 항상 그들을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여기고 있었더라고요. 그 자체로도 온전하고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말이죠. 부디, 이번 무대에서처럼 반짝일 수 있다는 사람을 잊지 않기를요. 저도, 학생들도요. 락윌네버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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