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시국을 보내고 있는 구독자님에게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고전 영화 및 다양성 영화를 다루는 몇 안 되는 플랫폼이라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꼬박꼬박 결제하고 쓰는 곳이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공지가 떠서 보니, 12월 18일까지 운영한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이미 구매한 경우에는 크게 영향은 없지만요.)
또 이렇게 콘텐츠 플랫폼이 하나 저무는 것 같아 더 마음이 휑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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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를 한 주였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도 마음을 무겁게 했는데요.
그 와중에 발표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이
머릿속에 든 생각을 요약해 주었습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무엇이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시작되는 행동들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 주는 인류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이 생각이 저희로부터 구독자 님으로,
다시 세계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노벨 수상 소감 <빛과 실>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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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작가 : 한강
“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물을 잠가주세요.”
(중략)
“학생. 다 잊고 이젠 공부를 해요”
한참 계엄이 진행되고 있던 광주, 물이 켜진 분수대를 보고 화자는 구청에 전화를 합니다. 끈기 있게 받아주던 민원 사무원도 결국엔 만류하고 맙니다. 분수대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요. 하지만 소설을 읽는 우리는 압니다. 그것이 무시되어선 안 된다는 걸요.
소설에서 현실로 돌아온 우리는, 우리의 분수대를 찾게 됩니다. 켜져 있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요.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이 남아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겸손과 배려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온 아이는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요.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바꿔왔는지 보고 자랐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바꿔왔는지 보고 자랐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뒤에 올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도 얘기했습니다. 약간의 불편한 마음을 견디고 입을 떼는 것, 저는 이게 21세기의 인류애, 사랑법이라고 믿습니다.
*하미나 작가, 경향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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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가족
👉 감독 : 이상문
👉 출연 :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외
<고속도로 가족>은 고속도로 위 휴게소를 전전하며, 사람들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나중에 갚을 테니 2만 원만 달라고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나름의 행복이 있어 보이지만, 아내는 임신한 상태로, 두 아이들은 초등교육도 받지 않아 한글도 모르는 상황이죠. 우연히 이 가족을 2번 마주하게 된 영선(라미란 분)은, 아빠 기우(정일우 분)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며 그를 사기혐의로 신고합니다. 그렇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기우가 구속되자, 남은 가족들은 갈 곳을 잃고 이를 본 영선은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는데요.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두 가족은 점점 하나가 됩니다.
인간은 참으로 모순적입니다. 범법행위를 하는 기우를 신고한 것도 영선이지만, 갈 곳 없는 엄마와 아이들을 챙기는 것도 영선이라는 사실이 참 이상하게도 이해가 됐습니다. ‘굳이 그랬어야 해?’라는 질문보다, 그렇게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 더 나은 세상이 되게 만들 수 있음에 탄복하게 되더라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사각지대에 빠진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영선 같은 인물이 있었겠죠?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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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방과 후 루미큐브 해주던 초6 담임 철수쌤을 다시 만났습니다
얼마 전 한 강연에서 김하나 작가의 에피소드를 듣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이 있습니다. 30여년 전 고교 선생님의 말 한마디 덕분에 책을 낸 작가가 다시금 연락이 닿았다는 일화였는데요. 좋은 말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과 그 말을 흘리지 않고 기억하는 제자의 따뜻함이 저를 먹먹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은사님에게 연락을 드릴 계기가 되기도 하였는데요.
학교를 다니지 않은 시간이 꽤 긴 지금에도 어떤 선생님들의 말과 행동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 자라나는 사람의 그릇은 그만큼 말랑하고 유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시 어른이 된 저는 어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떠올려 봅니다. ‘초딩’, ‘잼민이’ 같은 말을 쉽게 입에 얹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사람은 그 나이니까 그래'라고 쉽게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를 때 제가 아는 어떤 어른이 생각났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따돌림을 당하던 어린 시절, 자신과 방과 후에 루미큐브를 해주던 철수쌤을 오랜만에 뵙습니다. 둘이서 하면 별 재미도 없을 게임을 해주던 선생님. 그분 덕분에 본인도 같은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지난한 시간을 같이 걸어온 두 사람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게 됩니다.
어떤 사랑은 충분히 자리를 마련해 주고 기다려 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너무도 빨라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말랑하고 유연할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선물할지는 철수쌤이 대답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단어와 어울리는 그 자세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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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작가 : 조승리
최근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이 실감합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말도 맞지만, 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걸 말이에요. 한 번 본 적도 없는, 나의 삶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과도 결국 어떤 순간에는 하나에 소속되어 있는 동료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에세이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나와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아서요. 열다섯 살부터, 후천적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은 조승리 작가의 삶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고, 지루함과 유쾌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폭력적인 세상의 모습을 저보다는 조금 더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아, 슬프기도 했습니다. 눈도 안 보이는데 무엇하러 여행을 왔냐며 핀잔을 주는 할머니들의 무례에, 공항에서 직원의 팔을 잡고 입국장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창피하지 않냐며 면박을 주는 다른 직원들의 무지함에 화가 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손등에 손을 살며시 올려놓고 응대하는 승무원의 따뜻한 배려에, 동행인이 아닌 당사자를 보고 안내하는 가이드의 태도에, 간이의자를 꺼내주는 어린 청년들의 친절에 분노를 삭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오래오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들의 마음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의 ‘동료’들에게 이런 세상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폭력적인 모습은 조금 덜 보고, 아름다운 모습은 조금 더 보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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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스파이가 된 남자>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고령화_시대의_생존법
<브루클린 나인나인>, <굿 플레이스> 등을 제작한 마이클 슈어의 새로운 작품이 넷플릭스에 공개됐어요. 유쾌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대사와 이야기들을 선보이는 감독이자 작가라, 이번 것도 기대가 돼서 바로 시청했습니다. <굿 플레이스>에서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설계자(천사), 테스 댄슨이 이번에도 주연을 맡았더라고요.
원제와 달리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은 좀 더 직관적이라, 무슨 이야기인지 바로 알 수 있으시겠죠? 한 사립 탐정 줄리(릴라 리치크릭)가 실버타운 내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린 이의 의뢰를 받게 되어, 그 안으로 잠입해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노년층을 섭외합니다. 찰스(테드 댄슨 분)는 은퇴한 건축학과 교수로,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가 된 후 사람들과 맺은 모든 관계를 끊은 채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딸이 뭐라도 해보라고 제안하자, 신문에 있는 공고를 보고 이 스파이에 자원합니다. 그렇게 찰스가 실버타운에 입주 후 평생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스파이로서, 그리고 자신과 또래인 사람들과 처음으로 어울리며 완전히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최근 몇 년간 의도하지 않아도, 노년층의 이야기들을 콘텐츠 속에서 많이 접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주로 그 이야기들은 나이에 비례하는 어떤 지혜나 조언들에 젊은 층이 의존하는 이야기에 가까웠는데요. 이 작품은 그와 달리 고용인과 직원으로서, 혹은 동등한 인간으로서 줄리와 찰스가 서로를 대하고 협업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보는 내내, 사실 이게 좀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가 누구든, 그 성질과 관계없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이 필요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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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Dua Lipa - Radical Optimism Tour>
구매처 : 인터파크 티켓
가격 : S석 ₩ 143,000
#파중의파_두아리파_또와줘요
연말을 맞이해 나날이 내한 공연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티켓팅과 공연 사이에 꽤 긴 텀이 있었기에, 등기 우편을 받고 나서야 공연의 존재를 깨닫곤 했는데요. 두아 리파 공연이 수요일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부랴부랴 고척 돔으로 향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3층 좌석을 ‘하느님석’이라고 부르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흔들었다간, 무대 밑 두아리파를 만나든 하느님을 만나든 둘 중 하나는 분명했거든요. 다음번에는 꼭 리듬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라운드석을 노려볼 예정입니다.
투어이자 앨범의 제목인 ‘Radical Optimism’이란 단어처럼, 직설적이고 강한 그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두아리파 하면 떠오르는 레트로하고 싸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무대에 그대로 연출한 것은 물론, 화려한 무대를 결코 넘치지 않게 장악하는 센스가 대단했습니다.
수록곡들을 포함해, “그 노래는 부르겠지”라고 생각한 곡들을 알짜배기로 다 챙겨주었는데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퍼포먼스와 라이브, 의상 교체까지 놓치지 않고 해내는 그의 모습에서 ‘디바’라는 단어가 단연코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다음 공연을 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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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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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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