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만큼 조심스러웠던 건데 말이죠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듣기만 해도 무서운 ‘뇌 썩음(brain rot)’이라고 해요.
좋지 않은 콘텐츠를 과잉 소비하는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선정하였다고 하는데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에 푸욱 빠져서
시간을 펑펑 쓰는 제 모습이 겹쳐져 뜨끔했습니다.
구독자 님은 올해의 단어를 꼽자면 뭐라고 하실 것 같으세요?
옥스퍼드 대학교의 단어 선정에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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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꼬박꼬박 하는 게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인데요.
투박한 문장이지만, 평소에는 못한 말을 담다 보면
편지지는 금방 부족해지더라고요.
한 친구가 편지를 받고 크게 좋아한 모습을 보고
왜 평소에는 그렇게 표현을 아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끼는 건 표현뿐은 아닌 것 같아요.
물건도, 돈도, 시간도, …
이런 것들이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이번 주는 아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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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외
여태껏 본 영화 중에 가장 정적인 영화하면, <드라이브 마이카>가 떠오릅니다. 흔치 않은 긴 러닝 타임* 동안, 공기는 아주 느슨하게 흘러갑니다. 덕분에 관객은 그 시간을 감상과 생각으로 채울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영화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배우들의 숨소리가 아닌 대사입니다. 주인공 가후쿠는 연극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그도 조금씩 타인과 섞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연극은 막을 오르고, 긴 시간을 거쳐 만나게 되는 완성에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지게 됩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 내버려둡니다. 열어보지 않은 마음은 괴물이 되어 나를 덮칠 때도 있는데요. 감정을 소유하기 위해선 그것들을 열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정말로 내 마음을 아끼는 것일테고요. 영화 속 주인공은 연극으로 였다면, 구독자 님의 언어는 뭐가 될 수 있을까요?
*17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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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 작가 : 오은
👉 책 :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에 수록
“1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만 되면 꾸역꾸역 치밀어오릅니다.
어제의 밥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낀 것만 같지는 않지만, 올 한 해도 거의 다 흘러가버렸습니다. 이제 새해라고 엄청난 결심을 하는 건 아니지만, 시작하는 마음과는 사뭇 멀어져 버린 것 같아 늘 아쉬움이 남는데요. 매년 반복되는 감각이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꺼내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오은의 <1년>인데요. 한 달마다 드는 감정을 연마다 풀어낸 시인데, 11월에 다다르면 이 마음의 이름을 제대로 찾아주게 됩니다. 벌써 시간은 불쑥 흘러가고 있는데 나는 그걸 붙잡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잡은 건, 내가 더 좋은 사람이었어야 한다는 후회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흐르지 못하는 시간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요. 읽지 않은 행들을 남겨 두고는 시가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설령 같은 내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더라도, 그것은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쪽에 더 가치가 있을 겁니다. 인생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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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문단순적소미호(아름다웠던 우리에게)
👉 출연 : 심월, 호일천 외
자고로 사회생활 하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제 삶의 모토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아끼면 안 된다는 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말을 해도 될지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고,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이건 너무 오지랖인가?’ 싶은 생각에 삼켜버리고… 이래저래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이 종종 생기더라고요.
이 작품은 학창 시절 천샤오시(심월 분)의 장천(호일천 분)을 향한 유구한 짝사랑으로 시작해 성인이 되어 연인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아마 중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분들도 한 번쯤은 스치듯 보셨을 이 작품에서 꽤나 알려진 장면이 하나 있어요. 천샤오시가 대뜸 장천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호일천은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합니다. 그리고는 물어보죠. “넌 자존심도 없냐?” 하고요. 천샤오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너 줬어.”라고 대답합니다.
극 중 천샤오시는 아낌없이 장천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데요, 호일천은 그런 천샤오시를 계속해서 밀어내다 끝내는 사실 자신도 같은 마음임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그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게 돼요. 드라마를 처음 볼 땐 자존심도 체면도 없이, 무수한 고백을 던지고 계속해서 상처받는 천샤오시를 보며 차라리 좀만 참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과정이 상처가 될지언정 후회가 남지는 않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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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 (제 25회 이효석 작품상 대상 수상작)
👉 작가 : 손보미
스스로를 아껴주는 것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것? 운동도 하고, 취미도 즐기는 것? 다 좋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을 건재하게 잘 지켜내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사주를 보러 가서 이런 말을 듣습니다. 엄청난 부자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친구들도 다 한바탕 웃고, 이후 그녀가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 엄청난 부자니?”라고 던질 만큼 우스갯소리처럼 여기며 삶을 살아가는데요. 결국 그녀가 결혼한 사람은 부자는 아니었으나, 요트를 타고 사람들을 초대할 만큼 여유가 있던 그의 지인과, 그리고 자신이 유기견을 만나게 해 준 동물병원 의사와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지며 생각합니다. “이 사람들이 그 엄청난 부자였을까?” 하고요. 얼핏 보면 여러 사람과 사랑하며, 사랑을 받는 삶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스스로를 계속 갉아먹고 있습니다. 상대의 눈치를 보고, 주변의 상황을 살피고, 그렇게 계속 전전긍긍하며 살죠.
이 소설은 글의 전개방식이 참 독특합니다. 주인공인 그녀의 머릿속 생각의 흐름대로 진행되고 있어,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다시 돌아가서 자꾸만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자꾸만 되짚어보며 느꼈습니다. ‘스스로를 아끼는 법이란 뭘까?’ 하고요.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 정답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방식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도, 마음도, 자꾸만 흔들리고 불안한, 정말 그녀가 탄 요트와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으니까요. 소설의 끝자락에 다가갈수록, 나를 ‘잘 아끼는’ 사람이 되기란 참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것이 곧 나를 ‘지키는’ 법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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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모아나2>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쑥쑥_커버린_모아나 #이번에도_OST_반복재생
디즈니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이 꼽는 <모아나>가 8년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멋진 그래픽과, 여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디즈니 공주가 아닌 영웅 이야기를 그려내 색다르고 좋았던 터라, 저도 후속 편이 개봉하길 손꼽아 기다렸는데요.
지난 1편에는 모아나가 처음으로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의 역사를 알게 되며, 넓은 바다로 나아가 반인반신인 마우이를 만나 저주를 풀고 자신의 세상을 더 확장시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번에는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바다에 살고 있는 다른 민족들을 찾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항해를 시작합니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 전개이긴 하지만, 이게 또 모아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 저는 괜찮게 보았어요. 아, 그리고 저는 이전에 등장했던 반가운 얼굴들도 좋았지만, 이번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는데요. 모아나의 동생 시메아의 귀여움에 반했다가, 새로 등장한 반인반신, 마탕이의 호쾌함에 또 반했거든요.
2026년에는 실사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촬영 중인 장면들을 보니 꽤나 싱크로율이 높아서 기대가 됩니다. 추운 겨울, 시원한 여름 바다가 그리운 분들은 지금 영화관에서 모아나를 만나보시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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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2024 오피셜히게단디즘 내한공연>
구매처 : 인터파크 티켓
가격 : S석 ₩ 121,000
#킨텍스_공연_조심하세요
좋은 공연은 어떤 공연일까요? 아직도 그것의 정답은 모르지만요, 지난 주말에 하나의 예시는 알게 되었습니다. 8년이라는 시간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오피셜히게단디즘. 50명 남짓한 관객은 이제 수천 명이 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더 울컥하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밴드 사운드로 울려 퍼지는 곡들은, 역시 이래서 라이브를 듣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 투어가 새 앨범 발매 차 도는 것이었는데 한국만 특별하게 셋 리스트를 다르게 구성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쩐지 익숙한 곡들이 참 많다 싶었습니다. 땡큐.
그리고 내한 콘서트를 여러 번 가봤지만 일산 킨텍스의 단차*는 정말 극악이더라고요. 그냥 평지이다 보니 앞사람의 키가 꼭 크지 않아도, 뒷사람이 무대를 보기는 힘든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 공연에는 무대를 본 적이 손에 꼽는 것 같아요. 밴드도 이런 점을 의식하였는지 다음에는 꼭 고척돔으로 오겠다고 약속하더라고요. 😉
*공연에서 시야에 도움을 주는 관객석의 높낮이
🍋 첫 곡은 역시 이 곡일 거라 생각했는데 맞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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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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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구독자님에게 온 답장
- 공대생이라 평소 접하지 않았던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더 신선한 콘텐츠들을 많이 소개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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