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이라면 참을 수가 없다구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얼마 전 쌀쌀해진 날씨에 딱 맞는 귀여운 이벤트를 하나 발견했어요.
11월까지 산타우체국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산타로부터 크리스마스 답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 자세히 보기)
잠깐, 산타가 어딨냐는 생각 하신 건 아니죠? 😠
무려 핀란드 산타 마을로 보내지는 데다,
산타의 개인 비서가 한국어 편지를 번역해 준다고 해요.
답장도 그래서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온다는데,
이 말을 듣고 너무 설레서 안 쓰고는 못 배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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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우리 스스로를 위해 글을 쓰는 것도
보통 쉬운 것만은 아니란 거겠죠.
어떤 날에는 감정이 북받쳐서
문장이 채 따라오지 못하는 날도 있고,
어떤 날에는 나를 위한 표현을
마땅히 찾지도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에는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채워 보는 건 어떨까요?
오직 나를 위한 지면에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걸로 채우는 거죠.
이번 주는 내 일기장에 훔쳐 가고픈 문장을 모아 봤습니다.
제가 고른 문장이 구독자 님의 일기장에도 담기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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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끝에
👉노래 : 강민경
떠나간 것들을 미워하며 떠나갈 일들을 걱정하며 하나둘씩 놓아버리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중략)
낯설은 서러운 새로운 날들 위에 나는 많은 걸 비우고 반짝일 거야 천천히
일기를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가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면 그래도 핸드폰이나 컴퓨터 메모장에 타이핑하기보단 펜을 들고 종이에 끄적이는 편인데요. 특히나 지금같이 한 해가 끝날 즈음엔 생각이 많아져서, 지난 일들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곤 해요.
얼마 전에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몇 자 적어둔 게 있는데요. ‘끊어진 인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끊어진 건 연락뿐이지 그 관계가 끝난 건 아니었구나.’라는 문장을 썼더라고요. 거창한 뜻은 아니고,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일부러 끊어내려고 했다기보단 나도 모르게 그저 내버려 둔 인연을 뜻밖의 곳에서도 마주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저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렇게 계속 새로운 것들로 반짝일 거라는 이 가사가 참 예뻐서 이 날의 제 글에 덧붙이고 싶더라고요. ‘끊어진다’는 표현보다 ‘사라진’, ‘놓아버린’이라는 말이 더욱 제 감정을 잘 담아둔 것 같아서 그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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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 출연 : 히스 레저, 줄리아 스타일즈, 조셉 고든레빗 외
솔직한 게 가장 큰 매력이 되는 시대라지만, 전 여전히 그게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들어서 그런 건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상대의 눈치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걸 맞추는 게 먼저라서요. 말이나 행동이나, 자꾸만 그렇게 하다 보니 저 혼자 쓰는 일기장에조차 그 순간에 느낀 모든 감정이나 생각을 다 막힘없이 토해내기보다는, 조금씩 포장해서 쓴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조커>의 주인공, 배우 히스 레저의 젊은 시절이 담긴 것으로 유명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1999년에 개봉한 하이틴 로맨스 고전 영화인데요.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건 패트릭(히스레저 분)이 캣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서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불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이 영화 제목이 정해진 이유인 캣(줄리아 스타일즈 분)의 자작시 낭송 장면도 참 좋아합니다. 시라고 거창한 게 아니라, 캣이 그 순간 패트릭에게 느낀 자신의 감정과, 그에 대한 마음을 가감 없이 담아낸 문장들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I hate the way you talk to me and the way you cut your hair
난 당신이 말하는 방식도 싫고, 머리 모양도 싫어요.
I hate the way you drive my car I hate it when you stare
차를 모는 방법도, 나를 쳐다보는 눈길도 싫어요.
(중략)
But mostly I hate the way I don't hate you
하지만 가장 싫은 점은, 당신이 싫지 않다는 점이에요.
Not even close, not even a little bit, not even at all
조금도, 정말로 조금도, 싫어할 수 없다는 거에요.
냅다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선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장면에선 정말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지더라고요.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다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조차 거짓말을 하는 나 자신… 반성해라! 😑
🍋 자작시로 고백하는 귀여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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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학에 갑니다 | 드로우마이라이프, 새로운 30대의 시작📈
👉 유네린LIN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매번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가져오는 유튜버 유네린. 드로우 마이 라이프에서 밝힌 그의 삶은 어디 하나로 수렴되지 않아서, 다시 스스로에게 수렴되는 모습이었어요. 그는 이 모든 일들을 겪고, 다시 호주에서 간호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영상 말미에 말한 이 문장이 꽤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도 그처럼 제 신변을 정리할 만큼의 새로운 도전을 앞둔 것은 아니지만요. 어쩌면 스스로를 다잡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라요. 어렸을 때는 막연히 온 세상이 내 땅인양 꿈을 꿨었지만, 커가면서 돌다리도 무서워 두들겨 보지 않는 마음이 자란 것 같아요. 두드리는 일 자체를 남들한테 들킬 세라, 혹은 내가 서있는 땅의 경계를 지키려고 꼼짝 달싹하지 않고 있죠.
하지만 다행인 건 요즘은 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건데요. 그들이 보여주는 양상은 각기 다르지만 결국 헤맨 만큼이 또 자기 땅이 된다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당연했지만 당연하지 않은 문장을 훔쳐 적어 봅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요. 고작 한 문장에서부터라도 이 일기장에서부터 경계를 넓혀 보면 또 길이 펼쳐지질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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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마음 있는 사람
👉 작가 : 정기현
👉 수록 : <소설 보다 가을 2024>
“준영은 물 태생의, 도무지 발을 붙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곳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어떤 유속에도 물 안을 물 밖처럼 자연스레 거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 “
요 며칠, 아니 그보다 더 길게 요즘 제 마음을 무겁게 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잼얘(재밌는 얘기를 의미하는 유행어)’와 ‘도파민’인데요.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자연스레 저것이 제게 겨냥되었을 때, 장기 자랑에 강제로 나가는 아이처럼 부끄럽고 당황스럽습니다. 거의 루틴처럼 사는 제 인생은 미적지근하고 평화로우니까요.
그럴 때, 다행스러움 같은 위로를 느낀 건 이 소설을 읽고서였습니다. 송파구 거여동을 배경으로 기은과 준영의 만남을 잔잔하게 펼쳐낸 이야기인데요. 약간의 사건이라고 해봤자, 마을 곳곳에 등장하는 낙서나 발견한 오카리나 박물관*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기승전결로 요약되기엔 납작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 아주 미묘한 감정선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 잼얘로 평가되기엔 충분히 마음이 쓰일만한 일들도 있고요. 누군가에게 마땅히 말할 필요도, 전달할 언어도 모르고 있던 차에 소설 속에 비슷한 마음의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누가 나쁘다고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디디고 있는 곳이 다를 뿐이라는 내용이에요. 제게 잼얘를 묻는 분들도 물 속에서 자연스레 서 있었던 것 뿐이겠죠?
*실제로 거여동에 위치해 있는 박물관인데요. 전 세계에 오카리나 박물관은 딱 두 곳이 있다는데, 구독자님은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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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즐거운 어른>
구매처 : 서점
가격 : ₩ 16,800
#유쾌하고_즐겁게_나이들고_싶어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계절이라니. 조만간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상식이 지나고 나면 또 한 살 나이를 먹게 되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매일매일의 나에게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을 일은 잘 없어서 과연 먼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하는 제게 운명같이(?) 눈에 들어왔어요. 정말 '즐거운 어른'이라는 건 뭘까 궁금해서요. 작가 이옥선 할머니는 교사생활을 3년 정도 하다가, 그 뒤로는 아이들을 키우며 쭉 전업주부로 살아왔는데요. 나이가 들고,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남편을 떠나보낸 뒤 혼자가 되고 경험한 것들과 생각들을 글로 썼어요. 여전히 의리가 중요하고, 몸무게가 신경 쓰이고, 친구들과의 여행이 즐겁고... 유쾌한 그 일상을 보면서 '어쩌면 생각보다 더 즐거울지도?'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목도 제목이지만, 표지가 참 귀엽지 않나요? 목욕탕 의자에 나란히 앉은 세 여자, 그리고 이태리 타월 모양의 띠지가 함께 한눈에 들어와 정말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와 같은 고민이 있으셨다면, 가볍게 그 고민을 쓱 넘길 수 있게 해 줄 거예요. '나도 이렇게 즐거운 어른이 되어야지!' 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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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카피라이터의 일>
구매처 : 서점
가격 : ₩ 12,000
#글쓰는_마음을_한번이라도_품었다면
저는 회사에서 비정기적으로 책 모임을 열곤 하는데요. 일하는 나와 일하지 않는 나를 철저히 구분하고 싶은 저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기는 안전감을 버리진 못하겠더라고요. 적어도 나와 비슷한 감상을 나눈 이들이 이 사무실 안에 있다는 감각은 꽤나 다정하고 따뜻합니다.
이번에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글 쓰는 직업이 궁금해져서 이 책을 선택해 보았습니다. 작가는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이자, 11년 차 직업인인데요. 어떤 직업인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떤 글을 써왔는지 차근히 펼쳐낸 글에서 은근한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단단하지만 술술 읽히는 글이 딱 제가 꿈꾸던 문체였습니다.
제일 궁금했던 점은,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한 직업을 11년 동안 해왔을까였는데요. 우여곡절 끝에서도 지킨 그의 마음은 이효리의 일화를 인용해 밝혔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사소하지 않은 정성을 담는 것.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써왔기에, 긴 시간 동안 펜을 놓지 않을 수 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어느 날 남편이 손수 의자를 만들며 보이지 않는 바닥까지
열심히 사포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한 마디 질문을 합니다.
"여긴 안 보이잖아. 누가 알겠어?”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이 제 마음을 울리네요.
"내가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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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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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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