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현생을 잊고 싶을 때면...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지난 주말, 김천에서 열린 김밥축제에 다녀오신 분 계신가요?
‘김밥천국’을 줄여 김천이라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지역 축제로까지 만든 것도 참 신기했지만
귀여운 마스코트 ‘꼬달이’와 축하 가수로 노래 <김밥>의 주인공 '자두'를 초대한 것까지
이 축제에 정말 진심인 기획자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김천시 인구가 15만명인데, 첫날 10만명이나 방문했다고 하니
어쩌면 대한민국은 언젠간 이런 축제를 할 날만을 기다려왔던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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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에서 '소격효과'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는데,
그 표현이 사용된 글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소격효과란 극에서 배우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극을 갑자기 중단하는 등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일명 '낯설게 하기'라고도 하는 개념인데요.
고통이 가득한 삶에서 도망치고자
나의 소격효과가 되어주는 책과 영화들,
이야기로 잠입해 현실과 멀어지는 글쓴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이번주는 우리의 소격효과가 되어줄 콘텐츠들을 가져왔어요.
잠깐이나마 숨을 돌리게 해주는 그런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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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인사이드
👉 극본 : 아담 랩
👉 출연 : 문소리, 강승호 외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아주 섬세하게 타인의 삶을 훑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가끔은 버겁게 감정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요. 이런 이유로 문학을 업으로 삼은 두 사람이 <사운드 인사이드>에도 있습니다. 교수인 벨라와 그의 제자 크리스토퍼인데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둘이지만 강렬하게 서로는 매료됩니다. 특히, 크리스토퍼가 쓴 소설을 나눠 읽으면서요.
연극이 진행되며 저는 배우들의 입을 빌려 소설을 전해 듣습니다. 고요한 무대에 대사가 울려퍼지는 것만으로, 깊은 밤 책과 나 단둘이 남겨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운드 인사이드>에서 저는 문학으로 한번, 연극으로 한번, 총 2번의 소격 효과를 얻었는 지도 모릅니다.
큰 병을 얻게 된 벨라와 대학 생활에 영 적응하지 못하는 크리스토퍼 모두 지난한 일상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관객석에 앉은 저도 비슷한 결의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어떻게 다시 삶으로 돌아갈 지 궁금해 집니다. 소격 효과의 끝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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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씬
👉 연출 : 윤현준
👉 출연 : 박지윤, 장진, 홍진호 외
<클루>라는 보드게임을 아시나요? 각자 표에 O, X 표를 그리며 어디서, 어떻게 ,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찾아내는 게임인데요. 현실 속에서 내가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어떤 성격과 취향을 가졌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게임 속의 캐릭터로서 추리하고 증명하기만 하면 됩니다. 추리가 미궁 속에 빠져서 헤맬 때도 있지만, 이만큼 그 속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게임이 또 없더라고요.
<크라임씬> 시리즈는 이 게임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추리예능인데요. 플레이어들은 매 회차마다 주어진 캐릭터와 그 설정을 암기해 범인을 추리하는 동시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내야 합니다. 방송 당시 예능인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활약하는 박지윤, 장진 등의 출연자들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플레이어들이 찾아내는 범죄의 흔적, 범인임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들을 좇다 보면 최종 선택 전에 내가 생각한 범인이 실제로 맞을 때도 있어 짜릿하기도 한데요. 반대로 맞추지 못하면 또 뭘 놓쳤을까 되짚어 보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지쳤다고 느껴질 때면, 내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무언가에 몰입하는 게 필요하죠. 내 생에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살인 사건 같은 것 말이에요. <웃음> 그런 의미에서, 혹시 <크라임씬>, 일반인 게스트는 안 부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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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 극본 : 권도은
👉 출연 :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 외
몸에 딱 맞는 각진 정장을 입고, 한 손엔 서류, 한 손엔 커피 한 잔 들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 내며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환상 속 모습이라는 건 아마 이젠 다들 아시겠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하니 옷은 편하게, 커피는 살기 위해 생명수처럼 들이켜는 것일 뿐 그렇게 멋 부리고(?) 일하기란 정말 꿈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어렸을 적 꿈꿨던 그런 멋진 직장인이 되고 싶어질 때가 있죠.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극 중 국내 1, 2위 IT 대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루는 오피스 드라마인데요. 배타미(임수정 분)가 회사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일명 ‘꼬리 자르기’를 당하고, 경쟁사로 스카우트를 당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합니다. 회사를 설립한 초창기 멤버로 밤낮 가리지 않고 함께 일해온 선배에게 배신당하고, 이직한 회사에선 TF팀장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지만 강한 승부욕과 다년간의 경험으로 하나씩 해나가는데요. 그 와중에도 연하남 모건(장기용 분)과 썸도 타고, 연애도 하는 걸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직장인에게 그 정도 체력이 있다고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120%, 아니 200% 판타지임이 분명하죠. 그래서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하나 내 뜻대로 없는 현실과 다르게, 일도 사랑도 척척 해내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잖아요. 이렇게 멋진 인생까진 아니더라도,, 38살이 되면 그중 10% 정도는 닮아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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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 노래 : 유라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것 같으면 저는 잘 집중이 되지 않더라고요. 최대한 멀리 떠나야 하는데, SF나 판타지에는 영 적응을 못하는 제 취향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고작 멀리 떠나도 내가 가본 어디 나라를 가거나, 한국 어드메를 빙빙 돌고 있으니까요. 차라리 그럴 때 저는 유라의 노래를 듣습니다.
최근에 유라를 가수로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그가 이런 뉘앙스로 얘기하더라고요. “노래를 들으며 굳이 내가 무슨 의미를 담았을 지 생각해 주지 않아도 된다.” 늘 모호하게 들렸던 가사에 더 힘을 쥐여 주는 말이었습니다. 그럼 정답도 없는 이야기 속으로 맘 놓고 떠나도 된다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세탁소>는 제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상상 속에서 가사의 ‘네’는 엄마가 되었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가 하며 저를 헷갈리게 합니다. 네, 그래서 더 좋더라고요. 이젠 제가 장르에게도 낯을 가리는 이유를 알 것만 같습니다. 상상에서라도 저를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보내고 싶진 않은 마음인 거죠. 그럼, 이번 테이크에서 나는 어느 동네의 세탁소로 가볼까요? 거기는 아주 익숙해서 잘 알고 있는 곳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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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행복지수 52위 한국살이에 지친 외국인 정신 감정 | K’s 스터디 최종화>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한국인은_왜_그럴까
예전에 소개해드린 적 있는 금융앱 토스의 ‘머니그라피’ 채널에서 잘 보고 있던 시리즈 하나가 끝이 났어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핀란드인 레오와, 뿌리는 한국인이나 전혀 한국인 같지 않은 존박이 만나 ‘K-소비문화 연구 프로젝트’를 했던 K’s 스터디인데요. 사주, 인생 네 컷, 디저트, 야구 등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취향이 잔뜩 녹아진 각종 문화들을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보고 있던 터라 아쉽더라고요.
마지막 화는 행복지수 52위라는 한국에서 사는 두 사람이 정신 감정을 받고, 웃음 치료를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행복지수 1위라는 핀란드에서 온 레오가, 되려 한국인들이 많이 언급하는 ‘ADHD’ 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은 것도, 웃음 치료사 선생님의 당황스러운 요구에도 웃는 얼굴로 다 따르는, 유교문화가 몸에 밴 존박이 이번화의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이번 화말로 두 사람 모두 ‘어? 한국인 아냐?’ 싶어 더 이 시리즈와 잘 맞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영상을 볼 때마다 너무 익숙한 내용인데 두 출연자가 그중에서도 어떤 건 당연히 여기면서도 어떤 건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한국인만 그렇게 생각했나, 싶어 저를 되돌아보게 됐는데요. 새삼스럽지만 K-문화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어 좋았습니다. 한국인의 말버릇인 ‘아니 근데 진짜’로 시작하는 댓글을 고정해 둔 것마저 이 시리즈의 매력이었는데… 시즌 2로 다시 돌아오길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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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죽지 않은 연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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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_왔다_데이먼스_이어를_듣자
얼마 전에 도저히 못 버티다 전기 매트를 꺼내 들었습니다. 저는 더위만 느끼는 사람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기온에는 못 버티겠더라고요. 장롱 깊숙한 데 넣어뒀던 옷들도 꺼내 드니, 드디어 가울(가을과 겨울 사이?)이 찾아왔단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생각해 보니 계절은 옷이나 이불이 아닌 제가 듣는 음악에서 먼저 찾아온 것도 같습니다.
6월에 출시된 이 곡은, 사실 여름 노래라기보다는 제가 말한 가울 노래지 않나 싶은데요. 데이먼스 이어 특유의 먹먹하고 느릿한 음성이 이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노래가 재생되면 잠깐 멈추고 가사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도 그의 음색이 지닌 장점입니다. “나는 언제나 너에게 내 모든 걸 들키고 싶은 사람”으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는 언제나 제 가슴을 쿵하게 내려놓는 재주가 있기도 하고요.
재생될 때마다 멈칫 멈칫하게 만드는 노래도 있더라고요. <죽지 않은 연인에게>라는 제목처럼 우리 안에 죽지도 않고 훨훨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우리 안의 그 사람을 떠올려 보는 것도, 이 노래를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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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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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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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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