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하~ 🚣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저번 주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있었죠. 🥳
프로 책 임보(임시보호)러 주제에 작가님 책은 없어서
바로 집밖으로 뛰쳐 나가 구매하려다 참았는데요.
다음날 찾은 서점에서는 매진 행진,…
예약 주문 걸어 놓고 어제서야 책을 받았습니다.
서점에 줄 지어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정말 믿기 힘들면서도 독서인으로서 뿌듯했는데요.
앞으로도 한국 문학계에 이같은 기쁜 소식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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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역시 낭만의 계절 아닐까요
긴팔 옷 어딨나 꺼내는 건 좀 귀찮지만요.
날씨가 더웠던 때랑 비교해 보자면
떨어진 나뭇잎 한번 쳐다보고,
부는 바람 한번 느껴보게 되고요.
작년 이맘때엔 무슨 노래를 들었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뒤적여 보기도 합니다.
딱 2주 정도만 입을 수 있다는 트렌치코트처럼,
이상기후로 점점 짧아지는 가을
놓치기 싫으시다면 이번 주 레터에 주목해 주세요.
이번 주는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를 모아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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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
👉 작가 : 김수지
<유퀴즈 온 더 블럭> 에도 출연했던 김수지 아나운서의 에세이가 나왔다길래 구매해보았는데요. 낮에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언어로 뉴스를 전하다가, 밤에는 감성적인 노래 가사를 적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던 게 컸어요. 어느 쪽이 됐든 ‘아, 멋있다’라고 생각되는 직업인데 그걸 동시에 이뤄냈으니까요.
낭만을 챙기는 일도 이 정도로 ‘멋진’ 사람이어야 되는 건가 싶었는데요. 페이지를 넘기며 만난 그는 부끄럼 없이 자기 자신을 밝혔더라고요. 남들 앞에 보이는 직업이면 좀 겉치레를 챙길 법도 한데, 어려웠던 가정 환경부터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순탄치 않던 과정까지 샅샅이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제야 그의 가사가 왜 주목을 받는지 알겠더라고요. 자기 기 자신에게 이렇게 솔직했으니 누군가의 마음도 환하게 밝힐 수 있었구나 싶었어요.
낭만과 생활이란 단어는 어찌 보면 같이 두기 어색해 보이는데요. 전자는 미술관에 예쁘게 모셔두어야 할 것 같으면, 후자는 일상감 가득한 내 방구석에 있는 모습이 떠오르니까요. 그런데 어느 한 쪽으로 기울이는 거야말로 멋없더라고요. 인생이 쓰고 단지도 모르고 부르는 노래가 울림을 줄 수 없듯이요. 우리의 낭만은 인생을 충분히 느낄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랫말에서 나올지도 몰라요. 김수지 작가의 가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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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미
👉 작가 : 김소연
👉 시집 <촉진하는 밤> 수록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하면, 어떤 글을 택하는 게 좋을까요? 소설, 산문, 노래 가사,.. 물 흐르듯 흘러가는 서사에 온 정신을 내어주는 것도 재미지만요. 시어 사이사이에 내 감상을 겹쳐보는 것도 낭만을 배우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소에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면 두서 없이 사둔 시집들을 헤집어 보는데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나는 말 못했던 것들을 표현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번 계절에는 그러다가 <올가미>라는 시를 만나 소개합니다.
누군가가 찾아옴으로 시작하는 시는, 원치 않는 무언가를 마주한 사람이라면 반갑게 느껴집니다. 후회나 질투, 혹은 옛 인연에 대한 그리움처럼 우리는 갑작스레 마주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을 떠올리며 줄줄이 행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화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물론 배려가 정말 미안하게도, 남의 얘기처럼만 들리진 않아 더 읽어 나가게 되지만요.
"(전략) 내가 쓰고 있는 이 시를 읽는 한 사람은
이 페이지를 쉽게 덮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 궁금한 것 없이 다음 세계로 가뿐히 가버린다면 (후략)"
계절을 맞아 낭만을 따라가기에 부끄럽고 무거운 기분만 들 수도 있죠. 이 날씨처럼 버석하고 쌀쌀하게 감정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우면 차라리 감정을 언어로 덮어버리는 것도 방법일 듯 싶어요. 질척거리고 못생기던 마음도 아름다움으로 감싸다 보면, 어느새 감정은 희석되고 낭만만 기억될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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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 노래 : 5 Seconds of Summer
I hope you think of me high
네가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길
I hope you think of me highly
네가 날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해 주길
When you're with someone else
네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왠지 이 맘 때엔 없던 연인과도 이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고 하지만, 전 영화, 드라마 속에서만 본 이별에 대한 로망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남남이 되더라도, 그 기억 속에선 내가 꽤나 멋진 사람이었으면, 그리고 내게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그런 헤어짐이요.
제겐 학창 시절 추억의 밴드인 5 Seconds of Summer의 이 곡이 바로 그런 이별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이별 후에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깨닫고, 다시 만나주지 않을 상대의 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화자의 모습이 담겨 있거든요.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날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해 주길’ 노래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더 마음이 동하는 노래입니다. 현실 속 이별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 노랫말에서만큼은 그 감성을 담뿍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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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 감독 : 정지우
👉 출연 : 김고은, 정해인 외
남들에겐 별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엔 목숨을 다 바칠 듯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동하는 건 아마 그게 바로 ‘낭만’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 굳이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하게 되는 것도요.
이 영화 속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를 보고 있으면, “왜 이렇게 힘들게 만나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면서도, 그렇기에 두 사람이 더욱 아름답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어린 시절 잠깐의 인연이었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서로를 찾고, 의지하고… PC 통신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을 잊어서 현우가 메일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메일을 보내둔 미수도, 어떻게든 비밀번호를 찾으려 애쓰다 결국은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찾아내고야 만 현우도 참 낭만적입니다. 출판사 사장 종우는 미수에게 ‘가벼운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 미수에게는 현우처럼 삶의 무게를 짊어진 무거운 사람이, 그리고 그 속에서도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미수와 현우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일상 속에서 자꾸만 낭만을 찾고 있잖아요. 지하철이면 10분일 거리를 버스를 타고 창 밖 풍경을 보고 싶어 30분을 돌아가는 것도, 날씨를 즐기고 싶어 일부러 길가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모두 다요. 무거운 현실 올 가을엔 꼭 여유와 낭만을 즐겨보자고요.
🍋 영화의 두 주인공이 부르는 <보이나요>는 더욱 낭만적이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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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조립식 가족>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산뜻한_가족_이야기를_찾고있다면
지난주부터 새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포스터가 언뜻 봤을 때 청춘물 느낌이 나서, 호기심에 보게 되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더라고요. 제가 정말 재미있게 본 중국 드라마 <이가인지명>의 한국 리메이크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리메이크는 정말 모 아니면 도라고 할 만큼, 원작의 결을 살리면서 다른 재미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기도 한데 이 작품, 꽤나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어렸을 적 엄마를 잃고 아빠와 둘이서 사는 주원(정채연 분)에게 나타난 첫 번째 오빠 산하(황인엽 분)와, 두 번째 오빠 해준(배현성 분)이 삼 남매로 한 가족이 되어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피도 안 섞인 가족이라는 말에 발끈하는 세 사람이 귀엽다가도, 그게 현실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 실망하게 되는 그런 드라마예요. 각 캐릭터들이 가진 사연이 너무나 구구절절해서, 원작을 볼 땐 매 회마다 눈물이 펑펑 났었는데 한국판은 좀 더 가볍고 산뜻하게 그려낸 느낌이 들고, 46부작에서 16부작으로 축약하니 스토리 전개도 빨라서 색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가족 그 자체를 계속 곱씹어보게 하는 드라마는 아마 잘 없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삼 남매가 성인이 된 후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더 마음을 울릴 것 같은데요. 한국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이 잘 되었을지, 기대하며 지켜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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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장손>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사이좋게_지내요_우리_제발
추석 얼마 안 지나 만난 모임에서 지인들의 속엣말을 듣자 딱 든 생각이 있어요. ‘정말 사연 없는 집은 없구나.’ 명절마다 여행으로 도망치는 저는 말해 줄 에피소드가 없어 미안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 보는 내내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장손>은 코리안 트래디셔널의 끝판왕, 3대 독자 집안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요.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고소하다 못해 머리를 어지럽히는 전 냄새로 시작합니다. 제사를 맞이해 대가족이 모이게 되고, 서울에 사는 성진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게 되는데요. 왜 친척들은 따로따로 놔두면 잘 살면서 이렇게 모이면 말을 못 얹어 난리일까요? 우리 모두가 예상 가능한 갈등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성진의 집안이 얼마나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화해할지 기대하신다면 애초에 <장손>을 보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이 문제를 정말로 탐구해 보고 싶은 ‘인류학자’의 마음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난하고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집안 갈등에 끝이란 게 있긴 한 걸까요? 다들 비슷한 것 같은데 또 꼬치꼬치 묻긴 애매한 다른 집 가정사가 궁금하시다면,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한번 관람해 보세요!
🍋 이번 추석 기간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다면 패스하시길 바라요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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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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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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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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