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응원을 담아 보냅니다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레터를 보내 드리는 오늘은,
79주년 광복절입니다 🇰🇷
태극기 게양이란 말도, 애국이란 말도 평소에는 조금 낯설게만 느껴졌었지만, 오늘만큼은 한번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어떨까요?
우리 말로, 우리 나라에서 레터를 보내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 레터도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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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노예주의 전시 <거친 모래가 뱀의 머리에 닿지 않도록>에서 직접 촬영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일이 삶에선 종종 일어납니다.
결연한 의지보다는 무력감을 먼저 선물하고
무성한 검은 안갯속을 걷는 일처럼
그 길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습니다.
겪는 이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하다가
익숙한 말의 무덤으로 저는 비겁하게 도망치곤 했습니다.
오늘은 그런 날들과 다르게,
의미 있는 위로를 전하고 싶어 타자를 두들겨 봅니다.
삶에서 큰 사건을 마주했을 때의 콘텐츠를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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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30초 안에 음료가 나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
👉 작가 : 이성혁
책의 초반, 작가가 부모님 돈으로 생활하며 노량진에 살던 일이 나옵니다. 뉴스에선 남 일처럼 느껴졌던 게, 책으로 접하면 꼭 가까운 사람의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말 한마디 없이 식당, 집, 학원만 오간 경험은 활자만 읽어도 숨이 턱 막혔습니다. 결국 작가는 수 년간 준비하던 시험을 마치고, 초록 앞치마를 입은 바리스타가 되었는데요.
결심으로 말미암은 일이지만 작가는 경찰을 꿈꾸던 자신도, 2분 30초 안에 커피를 준비해야 하는 자신도 부정하지 않고 서술합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을 위해 예정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 존재하는 것처럼요. 물론 때때로 경찰이 되지 못한 걸 아쉬워하지만, 또 음료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도 싫어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인생은 챕터가 아니라 페이지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일이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결국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우리의 일인 걸 작가에게 배웠습니다. 무슨 사건이든 의미로 만들 수 있다면, 인생에 기승전결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책에서 한 페이지라도 생략되면 말이 되지 않듯, 삶을 그냥 페이지 넘기 듯 살아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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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 출연 : 현빈, 송혜교 외
👉 극본 : 노희경
어렸을 땐 배우들이 좋아서, 혹은 나도 커서 방송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봤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나온지 꽤 된 드라마긴 하니, 혹자는 탑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래도 살면서 종종 아는 사람처럼, 드라마 속 인물들의 대사와 상황이 떠오르는 걸 보면 괜찮은 걸 넘어 정말 좋은 드라마였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때 드라마가 다 그랬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희한하게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내레이션이 참 많이 나옵니다. 한 장면 걸쳐 한 장면마다, 각 인물들이 자기 속마음을 줄줄 말해주는 덕분에 그 누구의 마음도 이해 가지 않은 사람이 없었는데요. 살면서 정말 얽힐 리도, 알 지도 모를 것 같은 마음이 저렇겠거니 공감이 가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일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젠장."
한 에피소드에서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나서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분주한 촬영장을 카메라가 비추고, 지오(현빈 분)가 내레이션을 읊습니다. 가족을 잃는 마음이라든지, 애도를 미루는 마음 같은 건 겪어도 안다고 말하기 영 어렵습니다. 이런 일을 닥친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건 더 어려운데요.'별일'이란 지오의 말이 참 불친절한 데 이만한 말이 없더라고요. '별일'을 겪은 상대에게는 한 템포 느리게 지켜봐 주던 이 드라마처럼, 나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건 이런 기다림인 것 같습니다. 언제 또 맞은 뒤통수를 인생이 때릴 지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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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녀석들 - <로맨스 도파민> 中
👉 작가 : 최영원
모종의 사건으로 회사에서 좌천당하고, 이별을 통보한 전 남자친구에게 괴롭힘 당하며 거식증에 걸린 해수의 인생에 불쑥 나타난 영노. 미식 칼럼을 쓰는 거식증 환자와 편식이 심한 남자의 데이트는 꽤나 특별하고, 즐거웠습니다. 비록 그 편식이 사람을 먹어치우는 식인귀라 할지라도요. ‘사람만 먹는’ 편식이 아니라, ‘못된 사람만 먹는’ 편식이기에,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다정한 남자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에 해수는 그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가 예상하지 못한 어떤 큰 일을 겪게 되면 갑자기 겁을 먹기 마련이죠. 하지만 내가 마주한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한 것일 뿐, 사실 세상에선 별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어쩌면 해수처럼, 그 일이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무언가를 채워줄지도 모르고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기로 해요. 실제로도 아마 그렇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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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니적나일천
👉 출연 : 장신성, 양결 외
진부한 말이지만, 큰 일을 마주했을 때 결국 찾게 되는 건 가족, 그리고 친구들인 것 같더라고요. 그들은 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분명히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 주고, 위로해 줄 테니까요.
엘리베이터 사고를 함께 당했을 뿐인데,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어 버린 장이(장신성 분)와 위성성(양결 분)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서로의 인생을 살아내며 다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합니다. 갑자기 명랑해진 장이와, 꾸미지 않고 출근하는 위성성을 보며 처음엔 그들의 주변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의심하지 않고 믿어주죠. 몇 번의 뒤바뀜을 겪은 뒤에 진실을 밝힌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저런 가설들을 함께 생각하고, 결국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게 돼요.
엉성하기 그지없는 핑계들이었지만, 무조건 믿어주는 장이와 위성성의 가족과 친구들을 보며 뭔가 안심이 되더라고요. 나의 ‘단축번호 1번’이 되어주는 사람들도 그렇겠구나, 싶어서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하물며 영혼이 뒤바뀌는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일 지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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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명탐정 스테이 홈즈>
구매처 : 티빙
가격 : ₩ 7,900
#인터넷_많이_하는_사람_같아
SNS에서 영화 <서치>를 좋아하면 분명히 좋아할 콘텐츠라고 추천을 해서, 제가 정말 드물게 보는 일본 드라마를 한 편 봤는데요. 정말 비슷한 형식이긴 한데, 일본 문화와 감성이 첨가돼서 미묘하게 웃기더라고요. 그래도 꽤나 재미있게 봐서, 좀 찾아보니 무려 영국 프로듀서와 공동제작한, 진짜 ‘홈즈’ 시리즈였다는….
이야기는 ‘어린이방 아저씨(일본의 사회현상으로 캥거루족과 피터팬 콤플렉스를 결합한 니트족)’ 아이다 아타루(키타무라 타쿠미)가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의 불륜을 인터넷 서치만으로 발견해 낸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데요. 해당 연예인의 고소를 취하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형사의 부탁을 받고, 실종된 여자를 찾는 수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서치>처럼 컴퓨터 화면 속 수사 과정을 좇아가는 재미도 있고, 아타루가 엄마와 동료들의 도움으로 세상 밖과 연결되는 과정도 감동적이라 좋았어요. 2부작으로 이 작품은 끝이 나는데, 그 끝에 또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아마 영국을 배경으로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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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Daisy (Feat. pH-1)>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계절에_좀_안_맞으면_어때요 #활짝_피어난_데이지처럼
살면서 꽃을 자주 사는 편이세요? 저는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는 퇴근 길에 어떤 기분을 얻고 싶으면 종종 꽃을 삽니다. 생각해 보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 있을 때 ‘리틀 최수종’으로 불리고 싶어 사기도 한 것 같아요. 도시 생활자에게 식물은 의도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존재지만, 특히 색감과 꽃말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고르는 꽃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 플레이리스트에서 다시 만난 미란이의 이 곡도 마치 꽃집을 들르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바쁜 출퇴근 길에 알고리즘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유독 귀에 가삿말에 꽂히게 되더라고요. 몇 글자 안 되는 꽃말에서 내 마음을 찾은 것처럼, 16마디 랩 사이에 제가 모르지만 알고 있던 기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사방에 활짝 핀 Daisy
이미 계절은 쨍쨍한 여름이지만, <Daisy> 덕분에 요즘 이어폰에서는 산뜻하고 신선한 봄날입니다. 통 요즘은 꽃을 선물받을 일이 없다 하셨다면 저 가삿말 사이에서, 제가 구독자 님에게 선물하고픈 기분을 찾아 보셨음 좋겠어요. 그게 늘 긴 글을 읽어 주시는 당신께 제가 드리고 싶은 데이지 꽃입니다. 🌼
🍋 딩고에서 Ph-1 과 함께한 라이브 영상으로 더 들으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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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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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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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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