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찝찝해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얼마 전부터 자꾸 제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이 하나 있었는데요.
당시 21살에 영화 <올드보이> 오디션에 참가한 강혜정 배우의 영상입니다.
긴장한 기색 없이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 것도 놀라웠지만,
손에 쥔 회칼이 오디션장 바로 아래 횟집에서 빌려왔던 것이라고 해요.
신인배우만의 기세라고 보기엔 범상치 않죠?
요 근래 화면 너머로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 건 참 오랜만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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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나머지 몸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걸까요..?
마음 졸이며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예상과 다르게 잘 풀려서 순식간에 끝이 났을 때,
다 끝났다는 안도감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이럴리가 없는데...' 하며
마음이 불편했던 적 있지 않으신가요?
혹은 보는 내내 어떻게 끝날 지 궁금했던 영화가,
새드엔딩도, 해피엔딩도 아닌 열린 결말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을 볼 때
찝찝한 기분에 자리를 뜨지 못한 적은요?
이번주는 이렇게 어딘가 모르게 걸리는 부분이 있어
찝찝할 때 볼 콘텐츠를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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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 감독 : 김한결
👉 출연 :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외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간 인생의 챕터가 있습니다. 분명히 힘들고 어려웠는데, 그걸 어떻게 해결해 냈는지 상세한 기억은 없이요. 감독이 컷! 하고 외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편집되어 버린 순간이 때로는 궁금하기도 하지만 또 금세 잊게 되더라고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혹은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거나 최악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수도 없이 떠올랐어요. 어떻게 동생의 개인정보를 빌려서 이력서를 썼는지, 거짓으로 만들어낸 경력이 레퍼런스 체크도 없이 통과가 됐는지, 4대 보험 가입이 필수인 대기업에서 이 모든 게 가능한지. 현실적으로 파고들자면 전제부터 틀려먹은 이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며, 서사를 전개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캐릭터가 앞서 뱉은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르고, 갑자기 사건은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극 말미엔 얼렁뚱땅 갈등이 해결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옵니다. 그렇게 '끝'을 내버립니다.
뭐가 문제였냐는 듯, 웃음을 짓는 주인공을 보며 이걸 받아들여야 하나 싶다가 번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일에 꼭 앞뒤 맥락이 맞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뚝뚝 끊겨버린 것도 그 나름의 인생이잖아요. 그저 그 순간이 무사히 잘 지나갔음에 안도하며, 스륵 넘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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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 느끼는 감각이, 불행의 전조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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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등
👉 책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수록
👉 작가 : 김기태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앞둘 때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찾아오진 않으신가요? 준비할 수 있는 일을 다 준비했다고 해도 생기는 그 불안감. ‘진인사 대천명’ 같은 말이 있는 걸 보면 꽤나 보편적인 감각인 듯 한데요. 정말 끝이 끝날 때까지는 그 감정은 잘 다스려지지가 않습니다.
<전조등>의 주인공 역시 인생의 빅 이벤트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생을 착실하게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살아온 그에게 어쩌면 결혼도 퀘스트였을지 모릅니다. 배우자를 찾는 과정도 정말 주어진 일처럼 열심히 해내거든요.
마침내 주인공은 딱 맞는 짝을 만나, 완벽하게 계획된 프로포즈를 하러 가게 됩니다. 콘텐츠 속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겪게 되는 기승전결의 징크스를 이겨내, 우리 마음속 찝찝함을 없애버릴 수 있을까요? 제발 지금 느껴지는 이 감각이 아무런 전조도 아니라고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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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 오사카 환상선
👉 작가 : amy2****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백 년도 채 살지 못하고, 우주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단 사실인데요.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버리면, ‘시대 안에서 우린 무얼 할 수 있을지’ 아주 찝찝하고 냉소적인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이 물음은 더 아프고 무용하게 다가올 테죠. <나니와> 속 주인공 재일교포 김용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지 모릅니다. 변변한 것 하나 없이 살아가는 용에게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 아닙니다. 조선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꼬투리로 핍박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니까요.
그런 그에게 기회의 탈을 쓴 무언가가 생깁니다. 야쿠자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한 조선인 마을에 잠입하게 되는데요. 그 일로 만져본 적 없는 큰돈을 벌게 될지도 모르지만요, 운명이 언제 주인공에게 친절한 적이 있었나요? 영 결말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도망칠 수 없는 시대의 굴레, 용의 인생은 어떻게 될런지 찝찝한 마음을 안고 스크롤을 내려보는데, 이것 참, 순탄하지는 않아 보이네요.
🍋 그 날 오사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1화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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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감독 : 안토니오 캠포스
👉 출연 : 톰 홀랜드, 세바스찬 스탠, 로버트 패틴슨 외
다 끝났다고 박수치고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생기면 어떻게 하세요?
"아무렴 어때, 이제 끝인데." 라고 생각하며 일어날 수도 있지만,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는지, 빼먹고 하지 않은 게 있는지 다시 되짚어보기 마련입니다. 기우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한 것을 다시 돌아보는 게 이상하진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뒤를 돌아봐도 고칠 수 없는 선택들이 있기도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악을 처단하기 위해, 서로를 탐하고 제거하는 이 마을 주민들처럼요.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이 어떤 이에게는 구원이, 어떤 이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은 모두 연결된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끝없이 계속 이어져 돌아가는 굴레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잠시 간의 반성 혹은 아쉬움은 물론 있겠지만, 시간을 돌려 완전히 다시 시작할 수는 없잖아요. 조금 걸리는 게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겠죠. 그 찝찝한 기분마저도 경험의 일부라면 받아들이고 나아가자고요. 혹시 알아요? 그게 또 다른 시작이 되고 있을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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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더 인플루언서>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과연_누가_찐_관종일까
제목부터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새로운 넷플릭스 예능! 77명의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하여 ‘누가 최고의 인플루언서인가’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입니다. 저는 이 방송 촬영을 위해 진행된 한 출연자분의 라이브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어서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됐었는데요. 대체 어떻게 진행되길래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하나, 싶어서 프로그램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시청했습니다.
빠니보틀, 이사배 등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유튜버부터 틱톡커, 아프리카TV BJ까지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출연한 만큼 과연 이들을 어떻게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할지가 정말 궁금했었는데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는 인플루언서의 원 뜻을 잘 살린 1라운드, 이 직업에 요구되는 역량을 다방면으로 평가하는 2, 3라운드 모두 그럴듯해서 재미있더라고요. 순조롭게 통과할 것 같은 사람이 빠르게 탈락하기도, 의외의 인물이 계속해서 살아남기도 해서 보는 맛도 있었고요.
방영 전, 출연자의 논란으로 이슈가 있었던 터라 공개 되었을 때 너무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진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반응은 좋더라고요. 되려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의 분량이 적어서 아쉬워하는 글을 더 많이 보기도 했고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회차에는 어떤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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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리볼버>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오승욱_전도연_느와르 #기대되는_세_조합
영화 <무뢰한>의 버석 버석하게 삶에 지친 혜경도, <길복순>의 완벽한 프로 청부 살인자 복순도 너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던 사람이라 이번 작품도 큰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요. 개봉하자마자도 아닌 개봉 전 시사회로 영화 <리볼버>를 보고 왔습니다.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 새 집 입주를 앞두고 있던 수영(전도연 분)은 뜻밖의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경찰으로서의 명예도, 안정적인 생활도 내려놓은 채 감옥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2년을 거쳐 마침내 출소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애인도 아파트도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영화 곳곳에는 물 탄 위스키가 심벌처럼 등장하는데요. 서서히 알콜과 섞여 들어가는 물처럼 수영은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앞으로 향해 갑니다. 사이다 탄산처럼 결말을 뿜는 콘텐츠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진실과 복수를 향하는 주인공의 표정은 어떤지, 그리고 그런 주인공의 액션은 또 어떤 템포인지 아주 흥미롭게 지켜본 영화 <리볼버>였습니다. 🥃
🍋 영수증엔 미처 다 못 담았지만, 임지연과 지창욱 배우까지 출연해요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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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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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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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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