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 보다 정확하게 시소레터가 알려 드려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눈 깜빡할 새 2024년의 상반기가 끝이 나버렸습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하반기지만, 그래도 뭔가 마무리짓는 인사 한 번쯤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배우 홍경이 그의 팬카페에 남긴 안부인사가 그 마음을 잘 담아낸 것 같아 공유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24년 여름과 하반기도 좋은 순간들로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하반기의 첫 시소레터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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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성형 AI에게 사진을 보여주고선,
“이 캐릭터가 할만한 대사를 알려달라”라고
물어보는 게 일종의 밈처럼 돌았었는데요.
각자가 갖고 있는 귀여운 사진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세요.
사진 속 상황에 적절한 대사를 말해줘서
괜히 사진이 배로 귀여워 보이거든요.
오늘은 이 밈에서 영감을 받아,
촌철살인 대사가 돋보이는 콘텐츠를 모아 봤어요.
이것만큼은 AI보다 시소레터가 더 잘 뽑아낼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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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 감독 : 이옥섭
👉 출연 : 이주영, 구교환 외
몇 번 레터에서 전해 드린 내용에서 느끼셨을 지 모르겠지만, 감기 증상 하나에도 구글링해서 겁을 먹는 타입인데요. 좋게 말해 저는 미래 걱정을 사서 하는 편입니다. 좀 티가 났나요? 이런 습성이 무서운 게 몇 번 좋은 결과를 낳으면, 그것 때문에 더더욱 단단하게 굳어져 간다는 겁니다. '역시 걱정하길 잘했어 하면서요.
영화 <메기>의 윤영(이주영 분)도 저와 비슷한 결인가 봅니다.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근무하는 그는 민망한 소문이 자신과 남자친구를 두고 난 걸까 봐 전전긍긍하는데요. 약간의 구멍 같던 그것은 점점 구덩이가 되어 윤영에게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 윤영과 저에게 시의적절한 대사가 영화에 등장합니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정수를 담고 있는 대사가 진짜 좋은 대사라 생각합니다. 담백한 평양냉면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메기>의 이 대사는, 미슐랭 단 평양냉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영화의 핵심이면서, 또 우리 인생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문장이죠.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인생에서 구덩이를 매번 팔 필요는 없죠. 해일이 몰려오면 곡괭이를 던지고 도망치는 게 삶에서는 유리하니까요. 익숙함에 무뎌져 소중함을 잃은 관계를 붙잡고 계시지는 않나요? 혹은 잘 될 일도 걱정으로 망쳐버리고 있지는 않나요? 고민과 의심을 거두는 게 쉽지 않겠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릴스를 보는 게 정신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메기>를 한 번 봐보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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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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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 작가 : 김이듬
👉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중
시어의 매력이라고 하면, 둥둥 뜬 표현이 현실과 맞닿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알 듯 말 듯 한 말이 내 프레임에서 해석되는 게 묘미라고만 여겼는데, 김이듬의 시는 아니었죠. 누군가가 후배에게 쓴 손 편지를 몰래 읽는 듯 내밀하고 사적인 문장들은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화자는 현실에 지친 후배를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이는 어느 저녁 술집에서 건네 본 것처럼 반갑고, 카카오톡을 통해 한 번쯤 읽어본 듯 익숙한데요. 하지만 이 시의 맨 마지막 문장은 마음에 꽤 오래 남습니다. 삶에 허덕이는 지인을 안타까워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문장이죠.
"어쩌면 삶에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사는 걸 꽤 좋아하면 좋겠어"
제아무리 오래 산 노인이라도 삶을 다 알지는 못할 겁니다. 고작 몇 년 먼저 산 입장이라고 선배 노릇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적어도 이 시의 화자는 제법 멋진 선배인 것은 확실합니다. 산다는 게 뭐인지 한탄하는 상대를 애정 하는 마음이 이 두 문장에 뚝뚝 묻어나는데요. 인생의 정답을 모른다 해도, 부디 그 무지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저한테까지 전해져 옵니다. 저도 그 선배처럼 오늘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문장을 전해 보려고 하는데, 그 두 문장이 저는 몇 문단이 되었네요. 🙈
P.S 지면 상 시의 전문을 실지는 못했지만, 구독자님이 기회가 된다면 포털에서 한 번 전문을 검색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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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 출연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외
“우리가 여기에 머무르면 지금이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낭만적인 파리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 같은 타임슬립으로 어렸을 적부터 동경해 왔던 유명인들을 만난 주인공 길(오웬 윌슨 분)은 그 황홀함에 넋을 잃고 맙니다. 피카소, 달리 등 예술의 황금기에 존재했던 이들의 삶 속에 들어가, 그들과 대화를 나눠본다는 게 얼마나 꿈만 같은 일이에요.
그렇게 1920년대 파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길은, 아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 분)와 함께 또 한 번, 그녀가 늘 선망해왔던 1890년대로 가게 되며 깨닫습니다. 가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심지어는 그가 동경해왔던 예술가들에게도 존재했다는 걸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도 좋았지만, 극 중 길이 유명인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이라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특히 헤밍웨이의 대사는 낭만적인 파리의 예술가인 동시에, 현실을 사는 작가로서의 가치관이 녹아져 있어서 '진짜' 같더라고요. 영화는 전혀 현실감 없는 소재지만, 그 인물들의 대사들이 와닿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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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 작가 : 최은영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무려 5년 전에 읽은 책인데도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대사입니다. 이것 말고도 몇 개가 더 떠오를 정도로, 담담하지만 강렬한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위 대사가 있었던 <모래로 지은 집>도, 제목인 ‘내게 무해한 사람’을 따온 <고백>도 모두 인간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라 더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책은 누군가를 ‘무해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 반대로 여기는 것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지가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는 것을 7개의 단편을 통해 보여주는데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라,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곱씹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무서운 진리를 되새기며, 무해하진 못하더라도 다정한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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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
구매처 : 네이버 예약
가격 : ₩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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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모두 직접 촬영)
🥨 리코'S PICK 부스 <창비>
아무래도 제일 크고 화려한 부스가 눈에 띄기 마련이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었던 안전가옥, 민음사 등 유명 출판사들의 부스는 규모가 큰 것도 있고, 그만큼 사람이 많기도 해서 아무래도 시선이 더 가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관람객이 체험하는 섹션을 제법 크게 구성한 창비의 부스가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은 출판사들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추세인데요. 그중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책과 관련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이번 창비 부스에서는 그런 점에서 착안을 한 듯, 시집 시리즈 '창비시선'이 500권 출간된 것을 기념하여 시와 함께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재생하는 CD플레이어를 함께 비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어요. 잠시동안이었지만 소란스러운 전시회장 한가운데서 혼자 다른 세계로 간 듯, 시를 집중해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옆으로는 나만의 짧은 시를 완성해 보는 체험도 같이 하고 있어서, 시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더라고요.
'전시회'라고 했을 때 기대하는 건 분명 책 구매 이상의 그 무언가라고 생각하는데, 창비는 기나긴 업력과 자본(?)으로 그걸 충족시켜 줘서 좋았습니다. 곳곳에 비치된 엽서와 스티커도, 빈손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관람객들의 심리를 꿰뚫은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특히 새롭게 런칭한 '교양100그램' 시리즈의 책 속 글귀가 쓰인 트래커는 도저히 가져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낚싯대를 드리울 여러분만의 호수를 만드세요." - 변영주, 창작수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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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유유출판사>
도서전을 둘러보면 저도 사람인 지라, 크기나 컨셉이 확실한 부스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책을 사랑해서 모인 자리에서도 금전적(?) 가치는 무시할 수가 없었는데요. 꼭 크기가 커야만 좋은 공간인 건가 궁금해졌어요. 그러던 제게 ‘유유 출판사’의 부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형 부스의 으리으리한 모양새와 달리 아담한 크기였지만, 그동안 출판한 책을 균형 있게 배치해놨었는데요.
평소에도 몇 권 소장했던 ‘땅콩 문고’ 시리즈를 연달아서 볼 수 있어 특히 좋았습니다. <만화 그리는 법>, <독서모임 꾸리는 법> , <궁궐 걷는 법> 등 현대인에게 유용한 실용 지식을 전하는 시리즈인데, 지금 찾아보니 땅콩처럼 가볍지만 알차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해요. 귀엽네요. 손바닥 보다 살짝 큰 이 서적들을 책방에서 한 번쯤 보셨을 수도요?
사방에는 땅콩 문고를 비롯한 책들의 편집자들이 쓴 편지가 이미지처럼 붙여져 있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는지 쓰인 글들을 읽으니, 더 이상 부스의 크기 같은 건 꼭 중요치 않게 느껴졌어요. 그러고 나서 필연적으로 소개된 책을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더 이상 그 책을 만든 사람과도, 책들과도 모르는 사이가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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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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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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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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