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레터도 우리는 다르게 기억하겠지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전주 여행을 다녀왔어요.
아기자기한 한옥 마을을 구석구석 돌며 구경하고 다니는데
인사동처럼 곳곳에 갤러리가 많아서 생각지도 못하게 전시들을 여럿 보았는데요.
캔버스에 돌가루를 뿌려 멋진 질감의 그림을 완성한 김영란 작가님도,
돌을 이용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사유하는 감정을 그려낸 유대수 작가님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전통적인 감성(?)을 가득 충전하고 온 느낌이 드네요!
이미 많이 덥지만, 더 더워지기 전에 구독자님도 짧은 국내 여행 한 번 어떠세요?
※ 금일 에디터 개인 사정으로 레터 발송이 평소보다 지연된 점 사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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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기억'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는데요.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이 시간을 보냈는데도
서로 너무나 다르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심지어는 시간이 흐른 뒤에
그게 얼마나 기억에 남아있는 지도 서로 달라서,
같이 있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이번 주는 '우리가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고 느낄 때'
볼 만한 콘텐츠를 가져와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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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 작가 : 최진영
이소라의 노래처럼, 같은 시간을 보낸 사이라도 기억은 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모두 외롭게 설계된 존재 같아요.
파격적인 최진영 작가의 소설 <구의 증명>에서도 이것이 잘 드러나는데요. 사랑하는 ‘구’의 죽음 후에, ‘담’은 그와의 시간을 천천히 복기합니다. 어린 나이에 처음 동네에서 마주한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이별을 고해야 했던 시점, 그리고 ‘구’를 애도해야 하는 현재까지. 함께한 모든 시간을 돌아보면서 소설은 흘러갑니다. 그러면서 소설은 구와 담의 시선을 오가며, 그들이 같은 시간을 어떻게 공유하는 지를 서술합니다.
저는 이것이 최진영 작가의 작전처럼 느껴졌어요. 구체적으로 나열되었으면 절대 이해받지 못할 사건들이 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와닿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일기를 보는 순간, 일기를 적은 이를 미워할 수는 없다고 말했나 봐요. 둘이 함께 해야 온전한 구와 담의 인생에도 이격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타인의 삶은 얼마나 내 생각과 멀리 떨어져 있었을까요. 사랑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어쩐지 책장을 덮어도 씁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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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우라 씨의 친구
👉 작가 : 마스다 미리
작가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미우라 씨의 친구>에서는 ‘우정’과 ‘친구’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전해 받게 됩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하우스 셰어를 하게 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하지만 룸메이트가 좀 특이합니다. 알고 보니 그는 사람이 아니라, 부동산 회사에서 발견하게 된 로봇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로봇 룸메이트가 요새 유행하는 챗 지피티처럼 척하면 척, 사람답게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오로지 다섯 가지 말밖에 할 수 없고, 그 중 한가지 말만 입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우라는 어떤 단어를 입력할 지 고민합니다. 가장 자주 쓸 수 있고, 그러면서 로봇이 말할 때 공감되는 말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면서요. 마치 그 말이 로봇을 위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민하는데요.
결국 주인공은 한 가지 단어를 고르게 됩니다. 어떤 단어일지는 책에서 한번 확인해 보세요. 🙈 이 과정에서 말을 하는 일이 우리가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지를 결정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친한 사이일수록 생각도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한데요. 어쩌면 그걸 통해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무한하게 기억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미우라와 룸메이트처럼, 제 룸메이트와 자주 쓰는 단어가 뭐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기억하는 방법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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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클립으로 연결됩니다. 이미지 출처 ⓒ 머니투데이)
그해 우리는
👉 출연 : 김다미, 최우식, 김성철 외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가장 최근에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는지 되짚어볼 때면 그 기억을 떠올리는 지점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누군가는 그때 만났던 장소와 먹었던 음식을, 다른 누군가는 그날 가장 재미있게 나눴던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가 그때 입었던 옷을 먼저 떠올립니다. 사람마다 그때 뭘 가장 인상 깊게 느꼈는지, 혹은 뭘 기억하고 싶었는지에 따라 다른 거겠죠?
국연수(김다미 분)와 최웅(최우식 분) 역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게 된 날의 순간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데요. 마지막 촬영날, 갑자기 쏟아진 비에 둘만 남겨진 상황은 똑같았지만 추워하는 연수에게 웅이는 교복 셔츠를 멋있게 벗어줬다고 기억하고, 연수는 본인도 추워서 덜덜 떨면서 셔츠를 벗어주는 게 한심하다고 기억하더라고요. 연수에게 웅이의 그 행동은 아마 멋있는 게 아니라 한심하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다가왔지 않았을까요. 이후에 공개된 에필로그에선 앞의 기억이야 어땠든, 두 사람이 서로가 그날따라 이상하게 굴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은 똑같이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우리의 기억은 그 지표만 다를 뿐이지, 결국 핵심은 동일할 거예요. 너와 내가 공유한 순간의 사실은 변함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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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로 돌아갈까?
👉 작가: 게일 콜드웰
함께 시간을 공유한 건 두 사람이지만, 이제는 추억할 수 있는 건 한 사람뿐이라면?
이 책의 저자, 게일 콜드웰은 7년간 함께했던 친구 캐럴라인 냅을 갑작스레 떠나보내며, 그와 함께했던 우정을 추억하며 글을 썼습니다. 각자가 키우던 개를 매개로 함께 하기 시작하며, 서로의 삶에 천천히 스며들었던 나날들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기억을 다 알 수 없기에 더 좋을 수도 있겠다고요. 친구에 대한 깊은 그리움은 좋았던 기억은 더 행복하게, 나빴던 기억은 희미하게 만들어주고 있을 것 같거든요.
제목 <먼 길로 돌아갈까?(Let’s Take the Long Way Home)>는 두 사람이 늘 함께 했던 산책 도중 헤어지는 시간을 늦추고 싶어서 캐럴라인이 습관처럼 하던 말이라고 하는데요. 기억의 끈을 잡고 놓지 않고 싶어 글을 쓴 게일의 마음과도 같아 보여 두 사람이 왜 친구였는지 알겠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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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4K] 240615 꺼내먹어요 이성경 LEESUNGKYOUNG 직캠 @ Weverse Con Festival>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너만_보인단_말이야
지난 주말 (여러 가지로 잡음이 좀 있기는 하지만) 하이브가 오랜 시간 꽤나 공들여 준비한 음악 축제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지난해엔 르세라핌의 허윤진이 본인이 발매했던 솔로곡을 이 페스티벌 무대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선보였어서 화제가 된 바 있는데요. 여타 페스티벌과 다르게 기획사에서 주최하는 거다 보니, 소속 가수들의 다양한 무대를 많이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는 특히나 자사에서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했는데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 츄, 십센치, 요아소비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정말 축제 같은 느낌으로 출연진을 구성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배우 이성경이었는데요. 평소 노래를 잘하기로 너무 유명해서, 드라마 시청률 공약으로도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종종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도 해서 페스티벌에서는 또 어떨지가 궁금했거든요.
공식 채널에서 올려준 영상은 아직 없지만, 주말 내 SNS를 통해 그의 팬이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팬을 딱 알아보고 노래를 부르는 내내 카메라를 쳐다보고, 손짓해 주는 모습이 참 예쁘더라고요. 서로를 사랑으로 아끼는 시선이 느껴지는 이 영상, 아마 보시면 마치 나를 위해 노래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해지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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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이영지X도경수 "Small girl" [Live ver.]>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한번쯤_있지_이런_경험
원고를 쓰는 지금, 공개한 지 며칠 안 된 영지의 영상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랐습니다. 이 곡은 원래 아시아 투어에서 짤막하게 공개한 미 발매곡이었는데요. (라이브 영상) 어느새 바이럴이 되어, 이렇게 도경수와 함께한 버전으로 다시 공개한 거죠.
‘나는 네가 키 작은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걸 알아’라고 시작하는 노래가 참 솔직하게 느껴진다 했더니, 100% 영지가 실제로 겪은 실화라고 해요. 참고로 영지의 키는 175라는데요. 큰 키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에 빠진 그에게는 아니었나봐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 작아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특히 그 이유가 내가 쉽사리 바꾸지 못하는 것들 때문일 때, 더더욱 찌질 해지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죠. 나만의 ‘그것’을 미워하게 되는 경험은 다들 한 번쯤 겪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흥얼 거리게 됩니다. ‘Boy you got the small girl fantas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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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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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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