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레터가 준비한 빨주노초파남보 🌈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어제 어버이날 잘 보내셨나요?
맘껏 놀기만 해서 좋았던 어린이날과 다르게,
제가 주도해서 이벤트를 짜야 하는 날이어서 다소 무겁게(..) 다가온 날이었는데요.
외식을 마치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5월엔 참 별 별 날이 많아서 누군가는 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날이 있어야 챙길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챙김 받지 못한 생일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소외된 이들을 위한 날도 하나 쯤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 레터를 시작해 봅니다.
|
|
|
오감 중 우리가 제일 편하게 쓰는 감각은 시각이 아닐까요?
우리는 매일 입고 바르는 것들을 자연스레 색깔로 구분하고,
어떤 때는 그것에 호불호를 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종종 떠올려 보려면,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기에는
익숙한 이름을 빌려오는 것만한 것도 없죠.
그래서 오늘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색이름을 붙여 보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콘텐츠 속 푹 익은 감각도 색깔로 낯설게 만나기를,
또 에디터들이 경험한 감각을 낯익게 와닿기를 바라며
오늘은 콘텐츠의 색감을 모아봤어요.
P. S 혹시 오늘의 시소 사진이 뭔지 알아 챈 분이 있을까요?
|
|
|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작가 : 고명재
예전에는 톡톡 튀는, 문장을 읽기만 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색깔로 치면 흔히 형광펜 같은 네온 빛을 따라 하고 싶었는데요. 모든 사람이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글맛을 갖는 건 아니더라고요. 고명재 작가의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도 그렇습니다. 작가는 종종 무채색의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데요. 제가 만난 고요하고 정적인 그의 세계는 정말로 무채색을 닮아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산문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눈 오는 사찰에 홀로 놓인 듯, 때론 적막하고 때론 고독한 감정이 글을 통해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절대 세상을 등지는 글쓰기는 아니었는데요. 삶의 한계를 인정하되 그 안에서 사람을 기꺼이 사랑하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빛이 없는 것 같아도 어떤 색도 담을 수 있는 무채색처럼요.
“사랑은 화려한 광휘가 아니라 일상의 빼곡한 쌀알 위에 있다.”
원고를 작성하는 지금까지 작가의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글은 오래 봐야 온유한 그 빛을 제대로 마주하게 됩니다. 손 끝에 페이지가 달라붙는 듯한 끈적함도 없지만, 곱씹을수록 담백한 글들이 얼마나 좋던지요. 이제는 무채색이 절대 광휘의 그것보다 뒤쳐지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그렇듯이요.
|
|
|
넘지 못할 벽이 없는 열정은, 붉다 못해 보랏빛 |
|
|
스턴트맨
👉 감독 : 데이비드 리치
👉 출연 : 라이언 고슬링, 에밀리 블런트 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슈퍼마리오’ 나 ‘페르시아 왕자’ 인가 싶습니다.💥
아무리 빌런이 주인공을 두들겨 패도, 오로지 사랑만을 향해 꿋꿋히 전진하거든요. 2020년대 영화에서 보기 힘든 감성인데요. 그런데 이상하다.. 왜 제 마음은 이리 뭉클한 걸까요?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론트 사이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도 볼 만 하지만, 이 영화를 지배하는 건 ‘무사히 영화를 완성하고 싶은’ 한 스턴트맨의 열정입니다.
<스턴트맨>은 오랫동안 영화계를 떠났던 주인공 콜트의 복귀로부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조디가 감독을 맡은 작품에서 짜잔, 사랑도 잡고 컴백도 잡는다는 게 그의 계획인데요. 하지만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고 빌런들은 영화 한 컷 한 컷 찍을 때 마다 방해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콜트는 사랑 뿐만 아니라, 영화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촬영장을 사수해야겠죠?
좌충우돌하며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스토리에 자연스레 마음이 동하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진심이 너무 느껴져 찾아보니 감독이 스턴트맨 출신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배우보다 스태프들을 뽀득 뽀득 닦아가며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 스태프들 이렇게 자랑스럽습니다'하고요. 그들이 왜 굳이 떨어지고 구르고 먼지까지 뒤집어써가며 2시간짜리 영상을 만드는지, 감독의 시선으로 자연스레 이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아주 고마운 작은 불꽃을 얻어 가게 되죠. 콜트처럼 빨갛다 못해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열정을요. 💜
|
|
|
시차와 시대착오
👉 작가 : 전하영
차분한 분위기의 잿빛 표지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읽다 보니 이건 그런 색이 떠오르는 책은 아니더라고요. 흐리멍덩하다기보다는 분명하고, 한 가지의 분명한 색깔보단 어딘가 애매한 그 사이에 있는 색 - 청록색 - 이 떠올랐습니다.
다 좋지만, 가장 첫 번째 단편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표현해 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 죽은 여자의 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작가가 소설의 끝자락에 쓴 소설을 읽으면, 이게 픽션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그 내용이 앞서 작가가 쓴 내용과 어딘가 비슷해 이게 작가의 실화인지 헷갈리거든요. 그리고 더 넓게는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까지도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진 않은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신비로운 소설이라는 빠지게 된 셈입니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풍경화를 그릴 때면 꼭 이 색을 쓰려고 하지 않아도 팔레트 위에 어느샌가 만들어져 있어서, 어딘가에는 꼭 쓰게 되었던 색깔이라서 더욱 생각이 났을지도 모르겠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한 번쯤은 겪었을, 혹은 보았을 것들이 녹여져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거든요.
|
|
|
Earth, Wind & Fire
👉 노래 :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최근 어쩌다 보니 주변에 소개팅을 몇 차례 주선해 주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나이가 좀 들어선 지, 아님 사회가 너무 복잡해져서인지 서로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게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야기가 여전히 가장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단번에 확신을 갖고 몰아치듯 상대에 몰입하는 그런 사랑이요.
이 노래의 주인공도 꽤나 직진을 하는데요. 자신에겐 이미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상대는 반대로 자꾸만 재고 따지며 헷갈려하는 모습에 답답해하며 노래합니다. 아무리 꼼꼼하고 신중해야 할 세상이라지만, 마음마저 재단하려 들기엔 시간이 좀 아깝기도 하더라고요.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 듯 몰아치는 이 곡처럼, 앞뒤재지 않고 달려들어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요? 🔥
You're my earth, wind and fire
Earth, wind and fire
왜 넌 갈팡질팡 날 헛갈려 해
이것저것 재지 말고 say yes, oh, oh, oh
|
|
|
🥨 리코'S PICK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구매처 : 티빙
가격 : ₩ 9,000
#현대인이라면_공감백프로 #연출이_너무_goat해요
제목부터 '히어로'를 냅다 박아버려서, 이미 그걸로 장르도 소재도 분명하게 보이지만 설정과 서사만큼은 여태 본 한국형 히어로물 중 가장 독특하지 않나 싶은데요.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불면증, 우울증, 비만 등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 그 능력을 잃어버리고 만 이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이 가족의 구원자로 인식되는 여자주인공이 사실은 엄청난 가족사기단의 주연이라는 것까지도요.
아, 근데 스토리를 가장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시청해보니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연출과 음악에 있더라고요. 1화에선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접점이 되는, 바다에 뛰어든 복귀주(장기용 분)를 보고 그를 구하기 위해 도다해(천우희 분)도 바다로 달려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드라마에서는 서사나 배우의 연기 외적인 것들에 주목할 일이 잘 없었는데, 이 드라마에선 훨씬 눈에 띄더라고요. 그만큼 좋았다는 뜻입니다. 찾아보니 개인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 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재형이 음악감독을 맡은 첫 드라마라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
|
👴 흥선'S PICK <챌린저스>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테니스공으로_두들겨_맞는_기분 #벌써_올해의_영화_등극
‘Come on!’ 테니스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젠데이아의 함성과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음악. 그리고 내가 공이 된 듯 어지러이 튕겨져 나가는 카메라 연출. 이 몇 가지 문장만으로도 가슴이 뛰신다고요? 하지만 <챌린저스>의 매력은 단순한 스포츠 장르로만 국한 짓기에는 좀 아깝습니다. 타시, 아트, 패트릭의 경기장 밖 랠리도 정말 ‘맛깔나게’ 담고 있거든요.
저는 평소에 영화를 볼 때 사전 정보 없이 보러가곤 합니다. 기껏해야 배우가 누가 나오는지 정도만 알고 가는데, 무정보 상태로 스크린을 마주하는 기분이 아주 짜릿하고 추천할 만하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제 그런 습관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테니스로 묶인 세 사람의 욕망, 열정, 그리고 애증은 제가 멋모르고 감당하기엔 너무 강렬했습니다. 상대는 스포츠맨이고 저는 민간인이었으니까요. 마구잡이로 튀겨져 오는 테니스 공을 온몸으로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
네버더리스! 저는 벌써 올해의 영화를 5월에 만난 듯 합니다. 네이버에 치니 <챌린저스>를 ‘스포츠 로맨스’ 장르라고 나오던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헐리우드 판 <모순>*이다. 그 무엇도 단정 지을 수 없는 모순의 마음을 테니스로 담아냈거든요. 생각해보니 이걸 글로 풀어내는 것도 모순일지도요? 궁금해지셨다면 극장으로 가보시는 게 더 ‘현답’일 수 있겠어요.
*양귀자, <모순>
|
|
|
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
|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
|
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