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흥선과 리코가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5월 연휴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데요.
바로 저입니다. 해외 여행을 가기에는 조금 늦은 타이밍 같아서
국내에서 어디로 갈지, 전국 지도를 펼쳐 두며 호시 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저의 1순위는 템플 스테이에 가서 정신 수양하기,
2순위는 대전에 가서 맛있는 빵을 잔뜩 사오기인데요.
전국민 눈치 싸움에 져서 도로에서 시간을 버리게 될지 살짝 걱정 되지만,
쉬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서 오늘도 모니터에 집중을 못하겠네요. (ㅋㅋ)
구독자님은 연휴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5월에도 시소레터는 멈추지 않으니, 틈틈이 같이 봐주시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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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는 거짓말 하나로 곤란해지곤 하더라고요.
콩알만 하던 거짓말이 자꾸자꾸 커져서
걷잡아질 수 없는 상황은 어린 나이의 저를 무섭게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요새 저는 종종 자연스럽게 그 “거짓말”이 튀어나옵니다.
‘밥 한번 먹자’부터 ‘요즘 잘 지내’까지.
언제부터인지 툭 치면 나오는 이 말들은 저를 어디로 데려가게 될까요?
제 코는 아무리 해도 거짓말을 해도 길어지지 않아서,
이번 주 모아본 콘텐츠들이 거짓말에 대한 결말을 말해 줄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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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소설 <일인칭 단수> 중)
👉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찰리 파커는 미국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로, 1955년 3월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보사노바라는 장르가 히트한 것은 1962년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찰리 파커는 보사노바를 연주할 수 없었을 테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것이 마치 진짜 있는 것이었던 양 음악 평론을 썼는데요.
무려 그 앨범의 A면과 B면을 나누어, 각 면에 수록된 곡까지 각각 설명해 가며 쓴 평론은 전부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심도 없이 문예지에 수록되었습니다. 꿈에서 만난 찰리 파커는 심지어 그에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의 곡을 연주해주기까지 합니다. 읽는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던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유니버설뮤직 클래식에서 이 소설과 동명의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해 둔 것이 있더라고요. (당연히 타 가수의 동명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즈를 잘 모르는 저조차도 실제 이게 있었던 일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내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업계의 관계자들, 재즈 애호가들은 더욱 그랬겠죠. 사실이 아니기에 더 믿고 싶은 거짓말, 구독자님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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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상 미쳤닼ㅋㅋㅋㅋㅋ(아직 안 봄)
👉 유병재 유튜브 채널
사실 이번 주제를 떠오르게 된 건 이 영상 덕분이었습니다. 유병재 씨가 ‘안 본’ 인생 영화를 골라 보는 일종의 이상형 월드컵 영상인데요. 인생에서 보지도 않은 영화나 책을 본 척할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상황, 한 번쯤 마주하지 않으셨나요? 막상 보려고 마음 먹기는 쉽지 않아서, 봤다고 하면 있어 보이는 콘텐츠들이 딱 그런 상황을 자아냅니다. 이걸로 ‘인생 영화’ 월드컵을 할 생각을 하다니 (손톱을 잘근 잘근 깨물며) 아이디어 진짜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이브로 진행된 만큼, 유병재 씨는 그 때 그때 구독자들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영화를 고르는데요. 심지어 이 영화를 봤다고 하는 게 ‘지적 허영심 때문인지’ 아니면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인지’까지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정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만큼 팁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거짓말하는 속마음을 뻔히 내다보며 들으니, 이런 거짓말이면 알고도 속아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영화 볼 시간은 없지만 잘 보이고 싶은게, 죽을 만큼 나쁜 죄는 아니니까요. 상대를 기만하고 이용하려는 거짓말도 넘쳐나는 세상에 이 정도 거짓말만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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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마 조마한 상황 싫어하시면 보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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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 출연 : 김성규, 박강현, 임규형 외
참 귀여운 거짓말도 있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장이 큰 거짓말도 있죠. 특히 거짓말에 죽은 사람까지 엮다면, 그건 제대로 선 넘은 거 아니겠어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보는 내내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제게 해 주신 말이 생각났습니다. ‘거짓말은 숨기려고 할 수록,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계속 커진단다.’
정신 질환을 앓는 에반은 심리 상담에서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숙제로 받게 됩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디어 에반 핸슨’으로 시작하는 편지가 동급생 코너의 유서로 둔갑하게 되는데요. 코너의 부모님은 에반을 아들의 베스트 프렌드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멈췄어도 일은 이미 커졌는데, 에반은 부모님의 그런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나 봐요. 본격적으로 ‘코너’와의 추억을 꾸며내기 시작하죠.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거짓말은 주인공들을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관심과 애정이 필요했던 에반에게, 그리고 코너를 잃었다는 상실감을 가진 가족들에게 현실적인 한 마디보다 거짓말 한 마디가 당장은 더 달콤하게 와닿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하죠. 거짓말을 덮기 위한 거짓말은 점점 커지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아주 작은 거짓말은 귀엽다고 했지만, 한번 세상에 나온 거짓말은 진실이 툭 건드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처럼 발산합니다. 그리고 그 크기도 방향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죠. <디어 에반 핸슨>의 스토리가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것처럼요. 과연 주인공들은 차가운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요? 그런데 왜 자꾸 저는 거짓말에 젖어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가는 걸까요?
🍋 에디터가 꼽는 넘버가 참 좋은 뮤지컬 중 하나기도 해요! (추천 넘버 들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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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감독 : 안국진
👉 출연 : 손석구, 김동휘, 김성철, 홍경 외
거짓을 진실처럼 만드는 건 약간의 진실이라는 걸 최근 이 영화를 보며 느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팩트에 이리저리 거짓을 엮어 잘 만들어 낸 서사는 심지어 현업에서 일하는 기자도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그럴듯하다는 것도. 그리고 그건 그 기자의 직업도, 평판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현대 사회에서 더 잘 먹힌다는 것도요.
댓글 부대란, ‘인터넷 기사나 커뮤니티 등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서 사이버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집단’을 일컫는 말입니다. 찡뻤킹, 찻탓캇, 팹택 세 사람으로 구성된 이 영화 속 댓글부대 ‘팀 알렙’은 온라인 여론 조작의 위력을 깨닫고, 이를 이용해 더 과감하고 큰 사건들을 조작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에 무언가에, 허구의 여러 장치들을 얹으면서요. 실체가 없더라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익명성의 가면을 믿고 쉽게 떠들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이 팀의 활동은 그야말로 숨을 참고 보게 될 만큼 매혹적이고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극 초반, 촛불시위의 첫 시작과 그 역사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레이션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PC통신의 유료화는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이고, 과거 대통령의 탄핵 시위에 참가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다시 생각해 보니 진짜는 그것뿐이더라고요. MSG처럼 살짝 곁들여진 진실들에 현혹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이 모든 것의 진실은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만큼 머리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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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도영 - 나의 바다에게 (From Little Wave)>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가수가_팬에게 #청량한데_아려오는_이_기분
미디로 찍어내는, 디지털 사운드가 가득한 곡들이 너무나 많아서일까요, 요즘은 사운드가 풍성한 밴드 음악에 꽂혀있어요. 얼마 전, NCT의 도영이 발매한 그의 첫 솔로 앨범이 그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룹의 음악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생(?) 음악이 가득했거든요.
그중에서도 이 곡 <나의 바다에게>는 이번 앨범의 제 원픽입니다. 앨범 소개 중 '작곡: 구름'을 보았을 때부터 제 취향에 아주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더 좋았던 건 가사였어요. '나의 바다인 도영이에게'로 시작하는 팬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썼다고 하더라고요.
너는 나의 바다야 곁에 두고만 싶은 욕심이야 난 네게 기대는 사람이야 네 앞에서 더 아름다워져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애정을 쏟는 팬들에게, 사실은 그의 앞에 설 때 자신의 가장 자신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꼭 가수와 팬의 관계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앨범 전곡이 다 다른 느낌으로 봄과 잘 어울리니, 한 번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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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소설 보다 봄 2024>
구매처 : 서점
가격 : ₩ 5,500
#잡곡맛_소설 #꼭꼭_씹어야_넘어가요
한 술 뜨기만 해도 “내가 찾고 있었던 맛이야” 하며 연거푸 읽게 되는 맛집 소설이 있다면, 문장 한 글자 한 글자를 놓치지 않고 따라 가야 하는 소설도 있죠. 오랜만에 그런 잡곡밥 같은 소설을 읽고 싶어 꺼내게 된 책이 있습니다.
매 계절마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내는 ‘소설 보다’ 시리즈인데요. 이번 봄 편을 소개하는 글이 “자기만의 방식을 살아가는 젊은 화자의 이야기” 더라고요. 벚꽃처럼 밝고 아름답기만 하진 않을 것 같아, 제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올해 <소설 보다 봄>에는 농장을 운영하는 나와 클로버 병정들이 등장하는 환상 소설 ‘럭키 클로버’, 시력을 잃어가는 다운과 그를 사랑하는 미수를 그리는 ‘밤의 반만이라도’, 그리고 제가 제일 재밌게 보았던 ‘하와이 사과’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후자는 매주 콘텐츠를 찾아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 제작 AI가 상용화된 소설 속 배경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카메라 없이도 영화를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 소설 모두 후루룩 빠져들며 읽기에는 제 어딘가를 쿡쿡 불편하게 찌르곤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불편함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기꺼이 감수하고 읽는 문장 끝에서 세상이 노래하는 봄과 사뭇 다른 계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봄이 꼭 찬란하고 아름답기만 한 계절은 아닐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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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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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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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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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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