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선넘는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상상을 해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레터를 보내 드리는 날 기준으로 4월 10일 어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죠.
저는 사전 투표를 미리 끝내 놓고 하루를 통째로 즐겨보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본가에 가서 저녁도 먹고, 드라마도 보고 또 책도 보고, …
계획은 좋았으나 정작 하루 종일 밀린 잠을 자느라 일어나니 이미 늦은 오후였습니다.
완벽한 제 휴일 계획을 지키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뭐 어쩌겠어요.
인생은 늘 계획 대로 되지는 않는걸요.
어제 구독자님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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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카 타츠야 <미니어처 라이프 미타테 마인드>에서 직접 촬영
얼마 전 한국에 살고 계신 한국계 미국인 분과 대화를 하다가,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 보이지 않지만 침범하지 않아야 할 영역이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부분이 불편하다고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한국의 '정'을 좋아하면서도,
타인이 행하는 무례한 언행이나 과도한 참견을 떠올려 보면
서로 간의 분명한 선이 필요한 건 아닌가
다시금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주는 우리 사이 '보이지 않는 선'에 대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구독자님에게는 어떤 선이 필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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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금*
👉 감독 : 임군양
👉 출연 : 연유함, 온승호 외
가까운 듯하면서도 다른 나라 대만에서도 ‘선을 넘는 포인트’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업을 이어 르광 주식회사를 경영하는 장아신의 이야기, <차금>을 보면서 느꼈던 포인트인데요. 지금에도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한다 하면 한 마디씩 끼어드는데, 드라마의 배경인 1950년대는 어땠겠어요. ‘20살짜리 어린 사장이 뭘 알겠냐’는 태도로 주인공을 무시하는데, 이미 1화부터 같은 편이었던 저까지 속상하더라고요.
그의 사업이 늘 탄탄 대로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만차의 자존심을 지켜갈 수 있던 데에는 흔들리지 않는 꿋꿋함에 있었습니다. 찻잎을 천재적으로 알아보는 미각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국제 정세에 빠삭한 것도 아니지만 아신은 자신만의 감과 논리로 사업을 이어갔죠. (잘한다 장아신!)
주인공이 주인공인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도 인생의 주인공 아니겠어요? 가끔은 선을 침범하는 무례함과 당황스러움이 있겠지만,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놀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우아하고 동물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이어가는 아신처럼요.
P.S 여기까지 읽고 드라마에 흥미가 생기셨다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드라마 <차금>은 실제 이야기인데요. 대만 다다오청에 가면 주인공 장아신과 차 사업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고 해요. 🍵
*차가 금처럼 비싼 시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 대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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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강하늘, 정소민 외
사실 문화권의 차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 사회적 관계, 성향 등 수도 없이 많은 요소들이 모여 집집마다, 아니 사실은 개개인마다 미묘하게 다른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내거든요. 왜, 친구 간에도 어디까지가 조언인지, 오지랖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잖아요.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했지만, 결국 이혼을 준비하는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 역시 각자의 선이 참 다른 사람들입니다. 학원 선배의 여동생 결혼식 축의금은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열에게 나라는 백수가 그런 것까지 챙기냐며 핀잔을 주지만, 반대로 나라는 술에 취해 귀가해 공부 중인 정열에게 애정표현을 쏟아내며 다음날 시험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부부가 되니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건 그 경계를 넘었기 때문이었어요. 정열은 처음 본 나라의 목에 걸린 음식을 빼주고, 나라는 버스를 타지 못해 정열 친구들의 차를 얻어 타고... 그렇게 서로의 공간에 스며들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어쩌면 선이 뚜렷하고 흐린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만나고 또 이별하는 세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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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작가 : 도대체
이미지는 일명 행복한 고구마 짤로 유명한 본문을 일부 인용한 것인데요. 자신이 누구이든 본인 대로 삶을 즐기는 ‘고구마식 라이프’의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에서 인삼이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한순간 견디지 못하고 ‘선을 넘는 이야기’를 해버리고 만 게 꼭 남일 같지는 않아서요. 아직은 상대 면전에 대고 말할 용기도 없지만, 종종 내 안에서 불필요한 오지랖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합니다. ‘내가 아는 데,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하고 말이죠.
나름 인생의 빅데이터가 찼다는 증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종종 헷갈립니다. 조언과 오지랖의 적정한 선이 어디인지를요. 되도록 상대가 먼저 요청한 게 아니라면, 최대한 입을 꾸욱 닫고 있습니다만 제 침묵이 상대를 곤란하게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람들은 이런 선이 헷갈려서 종종 선을 넘는 걸 수도 있겠어요. 언제 어디든지 써먹을 수 있는 '선 넘는 포인트'의 절대 법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헷갈리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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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You (feat. Vernon)
문서 편집할 때 보면, 선 종류가 참 많더라고요. 실선도, 점선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 뭐가 적당한지 바꿔가면서 적용하곤 하거든요. 경계를 흐리게 하고 싶을 땐 주로 점선을 쓰지만, 때로는 검은색 점선보다 회색 실선이 괜찮을 때도 있어서요.
같은 표 안에도 여러 종류의 선을 섞어서 표현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그런 것 같아요. 다르지만 틀리지 않은 거죠. 물론 현실에선 표처럼 넣는다고 바로 예쁘게 정돈되진 않을 거예요. 서로 생각이 다르니 다투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도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엔 어떤 합의점에 도달해서 조화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요?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동호회도 다 그런 식의 모임인 셈이잖아요.
이 곡은 J-pop이라는 장르로 분류되지만, 총 3가지 언어가 한 데 섞여 있어요. 일본어, 영어, 그리고 그룹 세븐틴의 버논이 피처링한 부분은 한국어 가사까지 있거든요. 그렇지만 들었을 때 튀거나, 불쾌하지 않은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정확한 뜻은 몰라도, 음절에 따라 소리 나는 대로 가사를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이 노래처럼, 그렇게 사는 게 정답이라면 정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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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여명 10년>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디토감성 #벚꽃_다_지기_전에_봐야해요
웬만해서는 일본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지는 않는 편이지만, 주변에서 이건 꼭! 지금 이 시기에 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보고 왔어요. 지난 2023년 5월에 국내 개봉 후, 1년 만에 다시 극장에 재개봉을 할 만큼 인기가 있는 듯해서 제 취향은 아니더라도 볼만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불치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대략 10년 정도의 인생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츠리(고마츠 나나 분)의 감정이 동요할 때마다, 그걸 지켜보는 제 감정도 계속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해인(김지원 분) 역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인데, 두 사람이 남은 삶을 대하는 방식이 참 달랐어요. 해인은 안 해본 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고 하지만, 마츠리는 남들과 같은 삶의 속도로 걷고 싶어하거든요. 아마 그 기간의 차이가 컸을 테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잖아요. 내 친구가 직업을 바꾸고, 가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인생의 어떤 한 구간을 다 보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인지 극의 중후반부, 점점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기고, 절실해지는 마츠리의 모습이 더욱 슬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왜 꼭 이 시기에 보아야만 하는지도 잘 알겠더라고요. 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눈을 질끈 감고 움추러든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연인이, 혼자가 되어 그 바람 사이로 함께 벚꽃길을 걸었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울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몇 번의 계절을 함께한 마츠리와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 분), 두 사람의 시작과 끝은 결국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봄이라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마츠리가 캠코더에서 영상을 다 지워도, 그 시작은 끝내 지우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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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타나카 타츠야 | 미니어처 라이프·미타테 마인드 전>
구매처 : 여의도 MPX 갤러리
가격 : ₩ 18,000
#실물파_전시 #오랜만에_전시로_행복감을_채웠어요
작고 귀여운 것들을 왕창 보고 싶은 날들이 있죠. 눈에 힘을 주고 보지 않으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그렇다고 크기만 단순히 줄인 것이 아닌 미니어처 전시를 보고 왔어요. 타나카 타츠야의 <미타테 마인드> 전입니다.
한 번쯤 SNS에서 보셨을 수도 있겠어요. 작가는 꾸준히 본인의 작업물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고 있어, 저도 그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작품이 워낙 작고 섬세한 터라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게 웬걸요. 스마트폰으로 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새로움을 느꼈습니다. 실물파 작가라고 해야할까요.
평범한 재료를 비틀어 크기/용도/색감에 변주를 준 위트부터, 그 안에 살짝 숨겨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는 실물에서 더 빛을 발했기 때문이에요. 뜨개질로 만들어진 논을 가로질러 할머니에게 달려가는 손자 가족부터, 시소에도 살짝 보여 드린 연습장 눈길을 걷는 꼬마까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뭉실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전시장을 나오며 작가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행복감을 충전하는 경험이 필요하시다면, 이번 주말에 <미타테 마인드> 전에 찾아가 봐도 좋으실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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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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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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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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