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음.. 오늘 시소레터면 답이 좀 됐으려나?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일명 넷플릭스 팟(계정 공유 모임)으로 구독하시는 분 계신가요?
어제 무심코 어플리케이션을 들어갔다가
무서운 경고 메시지를 받았는데요.
'계정주와 같은 집에 사는 걸 인증해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로그아웃은 했는데, 앞으로 넷플릭스 볼 수 있을까요?
팟 구성원들도 이미 제겐 가족과 다름 없는 걸요. 😢
P.S 다음 주면 벌써 찐 설날이 다가오는데요.
설을 맞아 2/8 목요일 시소레터는 쉬어 가고,
그 다음 주인 2/15 목요일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구독자님, 즐거운 연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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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특별히 구독자 Green님이 전하는 시소입니다.
저는 올해 워킹 홀리데이를 가고 싶은데,
지금 떠나도 되는지를 생각하면 망설이게 돼요.
평소에도 선택과 선택 사이를 저울질하는 편인데요.
수개월을 외국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걱정이 자꾸 떠오릅니다.
정말 아무런 찝찝함이 없을 때 행동해야 좋을지,
아니면 일단 시작하는 게 좋을지 지금도 고민입니다.
결심하고 행동할 때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는 콘텐츠가 보고 싶어요.
구독자님의 '시소'도 전하고 싶다면 여기로 남겨주세요.
꼭 늦지 않게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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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 감독 : 존 리 행콕
👉 출연 : 마이클 키튼, 닉 오퍼맨 외
혹시 구독자님은 햄버거 좋아하세요? 어떤 햄버거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맥도날드의 상스치(맥 스파이시 치킨버거)가 최애인데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참 많지만, 맥도날드가 가장 주변에 많고, 제 입맛에도 잘 맞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맥도날드를 창업한 두 형제, 맥과 딕의 이야기도 참 좋아하거든요.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핫도그 가게를 시작한 가난한 두 형제는, 샌버너디노라는 근처의 더 큰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가게를 얻고, 장비를 마련할 자본이 부족했죠. 이에 동생 딕은 가게를 통째로 옮겨보자고 제안했고, 그들은 가게의 지붕을 썰고 그대로 트럭에 실어서 가게 이전을 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새로운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생긴 문제는 음식이 나오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죠. 먼저 가게 매출의 8할을 넘게 차지하는 햄버거, 감자튀김, 탄산음료로 메뉴를 줄였습니다. 서빙을 하는 종업원은 없애고, 고객들이 직접 음식을 받아가도록 하면서 시간 단축을 위해 가게 내의 동선을 체계화하고 농구장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연습시키기도 하죠. 그렇게 차근차근, 그들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맥도날드를 비즈니스화하는 데 성공한 설립자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 분)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저는 이 두 형제가 참 멋지더라고요. 일단 깃발을 올리고, 항해 중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그때그때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란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리스크를 시작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큰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져 보였던 리스크들도 막상 하나씩 마주하면 별 게 아닐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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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s Cardin
👉 노래 : Glen Check
신시사이저의 레트로한 멜로디가 중독적인 이 곡은, 발매한 12년도부터 매년 제 플레이리스트에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노래인데요. 정작 최근이 되어서야 그 가사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영어 가사란 그런 법이죠. 도대체 제목에서 말하는 Cardin이 무엇인가 했는데,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의 이름을 칭하는 거였어요. 그의 아방가르드하고 경계 없는 스타일처럼 살아보자는 내용입니다.
감히 교훈을 전하려고 이 노래를 가져온 건 아니고요. 제가 가사를 모르고도 즐겁게 <60’s Cardin>을 들은 것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알아야 인생이 더 재밌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소개하고 싶었어요. 오히려 저는 십 여년을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노래를 즐겼고, 앞으로 인생 동안은 어떤 가사인지를 알고 즐길 수 있게 된거죠. 미리 가사를 아는 것보다 일석 이조 아닌가요?
사실 저는 꼼꼼하게 온 마음과 계획을 살피는 편이 아니고, 오히려 시작도 중단도 너무 쉬운 타입의 사람인데요. 막무가내로 해외로 나가서 회화도 안 통하고 수업은 낙제를 받아 전전 긍긍했을 때도 있었고, 찍먹하고 그만 둔 취미도 벌써 여러 개입니다. (본가에 쌓여둔 먼지 쌓인 장비들이여..) 남들보다 더 모르고 시작해서 허둥거릴 순 있어도, 마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해보지 않았을 때의 상상력으론 아무리 고민했어도 절대 몰랐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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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
👉 연출 : 윤성식, 장양호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죠.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정말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2020년, 32살 건장한 남성인 장봉환(최진혁 분)이 갑작스레 조선시대 왕후 김소용(신혜선 분)에 빙의한 후를 생각해 보면 역시 그렇더라고요. 시대도, 성별도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산다는 건 현실 세계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낯선 환경에서 움추러들고, 스스로를 잃기가 더욱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봉환은 굴하지 않습니다. 그의 경험과 능력은, 조선시대에서조차 그의 자존감을 채우고 인정을 받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현대에서 쓰던 식기도, 식재료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십분 활용해, 이제는 ‘맛있는 요리를 할 줄 아는’ 왕후가 되죠.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낯선 그 세상에서 인정받습니다.
무엇이든 꼭 다 알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나만 알아도, 그 하나만으로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어쩌면 그 하나가 봉환의 요리실력처럼 아주 중요한 중추가 될 수도 있죠. 본래의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만들어 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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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책 : <마음사전>
👉 작가 : 김소연
질서와 의외성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프랙탈의 이론에 그대는 밑줄을 치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관장하는 질서에 대하여는 뉘우치고, 자신의 개성을 진두지휘하는 의외성에 대하여는 망설인다. (후략)
앞서 <60’s Cardin>에서 시작이 쉬운 사람이라 소개했지만, 당연히 저도 어떤 순간에는 깊은 고민에 듭니다. 우리 모두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건 당연하니까요. 인생이란 게 아무도 나 대신 선택을 해줄 수 없고, 결과를 오로지 내가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쌀 땐 섬찟해지기까지 합니다.
김소연 작가의 '이십대'는 한 번 읽는다고 선택의 잣대가 되어주지도 않고, 쿨한 마음가짐을 갖는 데 별 효용도 되어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할 것 같을 때 적확한 언어로 내 마음을 설명해 주죠. 위 문장들이 미완과 미숙, 그 어느 시간대의 저를 위로하는 데 한참을 쓰였습니다.
글에서 언급된 ‘프랙탈’은 작은 부분이 전체와 닮아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양치류의 잎, 눈송이, 구름과 해안선 모두 그 예시인데요. 우리 인간의 혈관과 신경조직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어쩌면 우리 인생도 프랙탈 아닐까요? 우리가 내리는 한 번 한 번의 선택이 모여 인생을 이룰 테니까요.
그렇다고 생각하면 결정의 순간이 조금은 덜 두려워집니다. 어떤 선택이든 나의 일부고, 나다운 선택이었을 거니까요. 그 선택 이후의 질서도, 의외성도 멋진 인생을 이루는 조각이 될 겁니다. 믿어 보세요, 내 인생의 프랙탈 구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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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시민덕희>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결국_사랑이_사람을_구하지
구독자님은 혹시 보이스피싱 당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제는 타켓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 주변에서도 당한, 혹은 당할 뻔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더라고요. 현실에선 늘 당하기만 하는 우리지만, 지난 주말 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고 하여 보고 왔습니다.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보는 내내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더라고요. 추진력 하나만으로 조직의 본거지와 총책을 추적하는 데에 성공하다니! 그를 전혀 돕지 못하는 무능하고 나이브한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악을 누르고 선이 승리하게 되는 힘은 사랑이구나 싶어 인류애가 가득 충전되더라고요.
영화 자체도 라미란, 염혜란, 박병은 등 웃긴 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들이 총출동하니, 자연스럽게 치고 빠지는 개그들에 저항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는데요. 통쾌한 성공에 짜릿함도 느낄 수 있고, 다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이니까 시간이 되신다면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찰도 영화 보고 좀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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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구매처 : 인터파크 티켓
가격 : ₩ 66,000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주인공 키키가 자신을 이해하고, 사회에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ADHD나 공황장애같이 가시화되어 있는 정신질환들은 익숙했지만, 사실 ‘경계성 인격장애*’가 어떤 장애인지 막이 오르기 전까지도 잘 몰랐어요.
하지만, 장애에 무지한 사람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를 고려한 지점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그것도 무대와 무대 밖 공연장에서 동시에요. 무대에서는 키키가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요. 이러한 이야기에 걸맞게, 누구라도 공연장을 방문 해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소수자를 다루는 스토리는 많이 접했지만, 직접적으로 배리어 프리를 지향하는 극은 쉽게 만나볼 수 없었는데요. 릴렉스드 퍼포먼스**부터, 수어 통역과 대본 제공 등 접근성 보완 회차를 명확히 고지하는 공연은 살면서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수 년을 공연을 봐왔는데도 말이죠. 이 점이 씁쓸하기는 해도 앞으로 이런 극이 많아지길 바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습니다.
*자기상, 정서, 대인관계가 불안정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장애
**공연 도중 자율 입퇴장이 가능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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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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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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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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