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비밀번호 말고도 기억할 게 많아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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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G메일 정책이 바뀐 덕분에,
다음주부터 bogoseo.biz@gmail.com 이 아닌,
bogoseo.biz@gmail.com 로 발송될 예정이에요.
이메일 주소가 조금 길어졌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 마세요!
혹시나 소중한 시소레터가 스팸함으로 빠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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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검색하려고 인터넷은 켰는데,
‘내가 뭘 검색하려 했었지’하고 망설인 적 한 번쯤 있으실텐데요.
요즘 들어 깜빡 깜빡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내 기억력 지금 괜찮은 건가 싶어서 이마를 짚어 봅니다.
필요한 정보를 잘 기억하는 걸 넘어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감각,
그 때의 나의 감정과 생각,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능력이 기억 아닐까요?
어차피 다 비슷할 것이란 무심함과
기계로 대신할 수 있다는 오판이 모여
기억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번 주는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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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편이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던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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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도 폴더폰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피처폰 세달 사용 후기, 디지털디톡스
어렸을 때 엄마가 뭘 하려고 했었는지 까먹었다고 난처해할 때면 바보같이 왜 그러냐고 놀리기 일쑤였는데,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저 역시 그렇게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3초도 안 지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비 스마트폰, 그러니까 피처폰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습니다. 영상 속 바뀐 일상을 보니 단점이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스마트폰이 아니라서 지도 앱을 사용할 수 없으니 외출 전에 버스 노선과 길을 다 확인해서 메모해두어야만 하고, 음악 앱이 없으니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바로 찾아 들을 수 없고요.
SNS의 절대적 사용량이 줄어든 것도 좋지만, 저는 오히려 위의 단점들이 참 좋아 보이더라고요. 버스 정류장에 노선표는 어떻게 나와 있는지, 도로 위 표지판은 어떤지는 스마트폰을 쓰면 볼 일이 없잖아요. 또 생활하는 동안에도 화면 속이 아닌 현실의 풍경을 감상하고, 라디오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사는 반려동물과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고요. 피처폰을 쓰던 그 시절의 우리야말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잘 느끼고, 내 시간을 잘 사용하고 있던 건 아닌가 고민하게 됐습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정작 나 자신, 그리고 내 주변에 무심해져서 매 순간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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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 작가 : 요시타케 신스케
인생에서 인상 깊었던 이벤트를 꼽아 보자면, 주로 ‘처음’, ‘성공’, ‘실패’ 같은 몇몇 단어에 맞는 기억들이 바로 떠오르는데요. 반대로 한 달 전의 어느 날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한참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요. 그 날은 제가 어떤 이름표도 달아 두지 않았으니까요.
하루하루에 잘 맞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금방 기억은 흩어져 버리고 마는데요. 적당한 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머릿속 저 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분류와 기록이 체질일 수가 없죠. 저도 매년 다이어리를 사고 11개월을 텅 비워두는 사람입니다.
이럴 땐 ‘있으려나 서점’의 주인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그는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다가도 손님이 물으면, 척척 그에 맞는 책을 꺼내 줍니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있으려나 하는 '책이 있다는' 게 아닌 있으려나 하는 '책을 찾아주는' 주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내 머릿속이 이 서점이라면, 묵혀 뒀던 기억을 살려내 꼭 필요할 때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도 그런 때가 있었으려나?’ 궁금해하면 주인아저씨가 ‘있습니다!’ 하고 척척 찾아 주실 테니까요. 그런데 책에서는 아저씨가 어떤 이름표를 달았길래 그렇게 잘 찾아내시는지까지는 안 나오던데.. 아무래도 영업 비밀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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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 노래 : 루시(LUCY)
기억력도, 집중력도 부족한 어른이 된 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만 하는데, 그 외 시간에도 여전히 전자기기와 함께하거든요. 출퇴근길엔 음악을 들으며 지도앱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해야 하고요, 퇴근 후엔 그동안 놓친 소식들을 보느라 SNS들을 탐색하다 잠에 들죠. 하루의 대부분을 화면 속에서 보내고 있으니, 무엇 하나 진득하게 잡고 하지도, 어제, 아니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렸을 땐 지금처럼 화면 속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하루종일 무엇이든 생각하고, 움직이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땐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과 나무를 쳐다봤고, 주변의 모든 것이 재밌는 놀이였거든요. 횡단보도 흰색 부분만 밟고 길을 건너는 것도, 하늘의 구름이 어떤 모양인지 발견하는 것도,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면 냄새만 맡고 오늘의 급식 메뉴를 맞추는 것까지 다요.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우리는 우리의 온몸으로 그걸 즐겼습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또 상상하며 모든 감각을 다 활용해서요. 그러니 아마 집중하고 기억하는 건 숨 쉬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일이었을지도요. 또 모르죠, 지금의 우리도 이 곡의 가사처럼 다시 ‘모든 걸 놀이하듯이’ 여긴다면 다시 나아질지도요. 아무래도 썩혀두었던 제 감각들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좀 줘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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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남아있는 시간
👉 한눈에 보는 세상 – Kurzgesagt
기억은 꼭 사후 작업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한강을 지나가는 이호선에서 기사님의 안내 방송을 듣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보고 갔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안 그래도 물먹은 솜 같은 사회 초년생의 저녁을 더 왈칵하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과 숏폼 영상이 제 틈새 시간까지 꽉 잡고 있는 지금은 그런 방송이 나온다 해도 듣지 못할 확률이 크겠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제시간을 온통 어딘가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감각을 휴대폰에 집중한 저는 나중에는 무얼 기억하게 될까요?
아이러니하게 이 이야기를 꺼내려고 유튜브 영상을 가져왔는데요. 섬네일만큼 무겁고 어둡기만 한 내용은 아니니 걱정 마세요. 쿠르츠게작트 채널은 특유의 낙천적 허무주의로 삶을 바라봅니다. 인생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는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거죠. 단순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명제를 전달합니다.
영상에 따르면, 여유가 없거나 지루하단 이유로 흘러 보내는 이 시간도 신의 주사위 놀이에서 선물 받은 하루입니다. 오감을 발휘해 볼 가치가 있는 거죠. 무심코 보낼 하루를 기억할 수 있는 하루로 만드는 건 오로지 우리의 선택입니다.
P. S. 늘 이 채널명을 읽지 못해, 검색을 하기가 곤란했는데요. 이번 레터를 쓰면서 드디어 어떻게 읽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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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LTNS>
구매처 : 티빙
가격 : ₩ 7,900
#기대를_뛰어넘는_유쾌함과_씁쓸함
제목만 보면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외국 건가 싶겠지만, 토종 OTT가 제작하고 너무나 한국스러운(?) 배우 안재홍과 이솜이 주연을 하는 한국 드라마 맞습니다. 독특한 제목만큼 정말 낯설고도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데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너무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지난주 금요일, 첫 두 편이 공개되자마자 냉큼 다 본 제 소감은, 6부작이라는 게 벌써 아쉽다는 겁니다.
뜨거운 연애를 하다 결혼했지만, 팍팍한 현실에 치여 섹스리스 부부로 살고 있는 두 사람. 우연한 계기로 불륜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불륜 커플 협박으로 투잡을 뛰기 시작합니다. 3성급 호텔 로비에서 일하는 우진(이솜 분)과 명문대를 나왔지만 택시기사로 일하는 사무엘(안재홍 분)의 삶과는 꽤나 동떨어진 성격의 투잡이라, 아주 엉성한데 그게 꽤나 매력적입니다. 부부사기단인지, 의적인지 아무튼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불륜’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새롭게 느껴질 수가 있다니. 또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 두 분이 표현하는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유쾌한 부부란 이런 모습이구나 싶었습니다. 대사의 티키타카가 재밌으면서도 현실감이 마구 느껴지고, 또 마냥 웃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운이 감돌기도 해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바로 오늘(목요일!) 3~4화가 또 공개된다고 하니, 관심이 생기셨다면 꼭 저와 함께 보는 걸로. 아, 물론 만 19세 이상인 성인 분들만 보실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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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자동차 앞유리 물방울 무늬의 '진짜' 정체.. 다시 취재해보았습니다>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호기심보다는 납득과 이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유튜브 소탐대실 채널을 보다 보면 내가 궁금해하는 거리가 많은 사람이었구나 느껴지는데요. JTBC에서 운영하는 이 채널은 방송국 자본을 통해 아주 작은 궁금증을 해소시켜 줍니다. 예를 들어, 변색된 휴대폰 케이스를 되돌릴 수는 없는 건지, 숙박업소 화장실은 왜 투명해서 사람을 민망하게 하는 건지 등등요.
소탐대실에서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했기에 이번 주 영수증에 소개해 봅니다. 자동차 유리판 프린팅이 왜 물방울무늬인지를 설명하는데, 현직 전문가 분이 나와서 아주 상세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원래 그런갑지’를 되뇌는 저지만, 과학적인 원인과 공학 산업의 발전을 들어가며 설명하는 그 애티튜드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누가 내 분야에 대해 저렇게 사소한 질문을 던져도 나는 잘 대답할 수 있는 직업인인가 하는 반성과 함께요.
채널은 슬로건인 ‘작은 탐사 큰 결실’에 딱 걸맞는 소소하지만 알찬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는데요. 자극적인 영상에 피로해진 제 심신에도 딱 맞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왠지 이 정도 지식은 어디 가서 아는 척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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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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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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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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