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먹 vs 찍먹부터 넷플릭스 vs 웨이브까지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며칠 휴가를 내어 잠시 추운 겨울에서 도피해, 따뜻한 봄 날씨인 대만 남부지방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또 하나의 제 인생 여행지*, 컨딩(Kenting)을 만났는데요.
전기 스쿠터를 타고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뜨끈한 우육면 한 사발 먹고 달콤한 밀크티 한 잔 마시니
제 안에 있던 무수히 많은 걱정들이 어디론가 쏙 사라져버렸거든요.
청춘 영화의 주인공처럼 하루를 보내고 나니
새해가 되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어려도 되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 만 나이로는 아직 한 살 더 먹은 게 아니긴 하네요 😂
*제 1번 인생 여행지는 베트남 무이네(Muine)입니다. 올해 여행 계획에 참고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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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두 에디터는 매주 글을 쓰고,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니 참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정성을 쏟은 것에 마음이 울렁이고, 화나는 일엔 답답한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귀여운 것엔 망설임없이 애정을 퍼붓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정성을 느끼는 포인트도, 화를,
그리고 귀여움을 느끼는 포인트도 미묘하게 달라서 서로를 신기해할 때도 많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확고한 취향을 가졌다는 요즘 시대, 이번주는 내 취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콘텐츠를 가져와봤어요.
같은 듯 다른 우리의 취향엔 어떤 것들이 녹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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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 Feeling
👉 노래 : S.E.S.
죽고 나서 제사상에 어떤 음식을 올릴 거냐는 물음처럼, 제게 ‘네 취향이 뭐냐’고 물으면 한참을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한창 90년대 어디 쯤에 빠져서 그 시대 영화와 음악을 탐닉하고 있으면서도, 틈틈이 인스타에서 신작 소식을 접하면 잊지 않으려고 캡처하기도 하고, 가끔은 글 쓰는 사람 치곤 취향이 뾰족하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이 되기도 하거든요. 이런 번잡스러운 저의 취향, 한 마디로 ‘그냥 느낌 대로’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 S.E.S.의 가사처럼 좋아하는 것엔 주저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는 가슴이 시킨다는 이유로, 부모님 몰래 공연 보러 상경을 했었는데요. 이게 보기 드문 청소년기라는 걸 크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또, 지금은 좋아하는 마음이 영원하지만은 않단 걸 알게 되니, 좋아지는 그 순간이 더 소중해졌고요.
구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시소레터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선 제 취향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Just A Feeling’ 멀리서 볼 땐 뭐라고 딱 짚어낼 순 없어도, 그 사이에서 딱 한 가지 기막힌 옷을 발견할 수 있는 동묘시장 같은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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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맞으신다면
👉 감독/극본 : 마츠모토 소우시
👉 출연 : 이토 마리카, 나카지마 아유무 외
대학교 때 초대권을 받아 클래식 공연장에 갔는데, 인터미션에서 우연히 얼굴 아는 선배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반가웠던 건지, 비슷한 취향의 또래가 반가웠던 건지 아직도 알 턱이 없지만 선배가 제 두 손을 붙잡고 인사를 했었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공연에 대한 질문을 할까 봐 잔뜩 긴장을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맞습니다. 제 취향, 마이너와 메이저를 모두 오가고 있지만 엄청 S급을 고집하는 클래식한 쪽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인지 이걸 공공연하게 얘기하기엔 조금 부끄러운데요. ‘숨듣명’을 노이즈 캔슬링 킨 채 몰래 듣고, B급 영화가 인생 영화여도 어딜 가선 다른 작품의 이름을 대곤 합니다.
그래서 <귀에 맞으시다면>의 1인 방송 도전기가 무척이나 공감이 갔어요. 퇴근 후 맛있는 저녁이 삶의 낙인 미소노는,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X이나 역X우동을 좋아하는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나 동료한테 말하는 걸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곤,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을 주제로 팟캐스트를 시작합니다. 이대로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버릴 것 같아서요.
레스토랑도 아닌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뭐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요. 미소노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추억이 담겨 있고, 우울한 기분을 날려주는 마법의 장소들입니다. 팟캐스트로 내 취향을 인정 받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아무도 듣지 않더라도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거죠. S급의 취향이 아니라도, 좋아하는 마음은 S급이라고 널리 널리 퍼져나가도록요. 🔈🔈🔈
P.S 친구들과 함께 인디 영화를 제작하는 <썸머 필름을 타고!> 의 주인공과 감독이 드라마로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해요. 이 두 사람은 좋아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 쏟는 스토리에 진심인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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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쉽게 말했지만 - 김수영 (원곡 윤상) @예선 Full ver.#포커스(FolkUs) | FOLK US EP.2
👉 노래: 김수영
저는 취향이 쉽게 잘 변하지 않는 편이라,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정말 계속해서 제 안에 넣어두는 편인데요. 제게 누군가 ‘아직도 좋아해?’라고 물어보는 것보다, 제가 스스로 그걸 깨닫게 될 때 더 제 취향을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적 좋아했던 가수가 잘 부르던 팝송이 거실에서 들려와서, 방에서 슬쩍 나가서 누가 또 이 노래를 부르나 궁금해 나와 보니 바로 그 가수가 나와 있는 뭐 그럴 때 말이에요. 참 한결같죠….
김수영 역시 이와 비슷한, 제 취향을 저격하는 가수인데요. 3년 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윤상의 이 곡을 기타 치며 커버하는 것을 듣고, 참 좋다고 생각해서 종종 영상을 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싱어게인3>를 보는데, 이름은 없고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지만 목소리와 기타 소리를 들으니 딱 알겠더라고요. 내가 자주 보던 그 영상의 주인공인 것을요!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니, 제 마음 한편에는 이 취향이라는 건 사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제 귀가 반응하는 톤이나 아우라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는지. 마치 갖다 대기만 하면 삐삐-하고 울리는 금속 탐지기처럼요. 구독자님에게도 저처럼 결코 변하지 않는 대쪽 같은 취향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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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렇게 루머가 많은 거야 현정아ㅠㅠㅠ❤️
폭발적인 조회수로 현 기준 인기급상승동영상 1위, 화제가 되고 있는 정재형이 진행하는 <요정식탁> 배우 고현정 편을 혹시 보셨을까요. 이젠 잘 기억도 나지 않는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마지막 토크쇼 출연이었다는 분이 출연한다니. 아마 아이부터 어른까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청하셨겠죠.
두 사람의 대화도 물론 정말 좋았지만, 이 영상을 보는 내내 제 눈에 들어온 건 촬영 장소인 정재형의 집에 들어올 때부터 두 눈을 반짝이며 그의 집을 탐구하는 고현정의 태도였습니다. 식탁에 놓여진 화병부터, 앞접시, 와인잔, 나이프 등 눈 앞에 놓여진 정재형의 ‘취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감탄사를 내뱉더라고요. 그리고 그 칭찬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아마 그의 취향에도 잘 맞을 거라 예상한, 성냥이 그려진 귀여운 손수건을 어딘가에서 꺼내오는 정재형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제 취향을 살금살금 넓혀준 것도 제 주변 사람들이 ‘이거 먹어봐’, ‘이거 맛있을 거야’ 하며 떠먹여준 덕분이겠죠? 가끔은 입에 맛지 않아 슬쩍 뱉어냈을 지라도요. 예를 들면, 일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흥선의 추천작들은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경계심이 좀 흐려진 덕에 뜬금없이 한 편을 보았던 저처럼요. 물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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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이하이 (LeeHi) - '그대가 해준 말 (My Beloved)' Official MV>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빛바랜_사진_속의_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정말 유일무이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 이하이가 바로 이번주에 발매한 곡의 뮤직비디오가 참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보았는데요. 배우 최현욱, 홍수주가 연기한 것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내용마저 한국인이라면 눈물을 머금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서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이전에 발매한 <골목길> 뮤직비디오와도 연결되는 내용이라 함께 보면 더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지는데요. 최현욱이 아픈 걸 알면서도 잠깐이라도 큰 인연을 만들고 싶어서 몰래 결혼을 하는 두 사람이 참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결말을 알고 보면 마냥 좋은 마음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추운 겨울날 그가 둘러준 머플러를 벗지 못하고, 결국 그 사람의 아이를 보며 평생 그 사랑을 그리워할 모습을 보았거든요. 영상 말미 최현욱의 병세가 점점 심해지고 결국 홀로 남겨진 홍수주를 보며 눈물이 줄줄 났습니다.
학창 시절 미술실부터, 오래된 작은 교회, 골목길 모퉁이의 허름한 두 사람의 신혼집까지 그야말로 옛날 로맨스, 일명 '노란장판' 감성이 물씬 풍기는 뮤직비디오라 인상적이었는데요. 이하이의 낮고 담담하지만 애절한 목소리로, '내가 다 울어줄게 / 너는 울지 마, 너는 행복해' 라 이야기하는 가사도 이 영상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언제쯤 안 울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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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비밀의 비밀>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그래서_진짜야_가짜야 #넷플릭스_간만에_일_제대로_했네
외화 드라마를 본 지가 언제였던가요. 새로이 저를 아시게 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제 닉네임을 풀이해 드리자면 동아시아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흥선’ 대원군입니다. 그런 제 점심시간을 요즘 완전히 사로잡은 영국 드라마가 등장했습니다.
퇴역 군인인 마이아는 우연히 홈캠에 죽은 남편이 찍힌 걸 발견합니다. 사고를 당한 직후부터 장례식까지 남편의 시신을 보지 못한 터라, 그는 한층 혼란스러운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파병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남편이 살아 있는건지 어떤 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마이아는 직접 나서기로 합니다.
제가 외화를 못 보는 이유가 좀처럼 공감이 잘되지 않아서인데, <비밀의 비밀>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쫀쫀함 덕분에 스토리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음산한 분위기, 마이어를 둘러싼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성, 다채로운 미스터리 포인트까지 섬세하고 똑똑한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어요. 더욱이 주인공이 군인 출신이라 위기에 빠졌을 땐 직접 자신의 몸을 지킬 만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도, 은근 제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었고요. 나약하고 무기력한 캐릭터였다면 끝까지 보기 전에 베개 몇 번 내려치고 중단했을 거예요.
마이아의 남편은 과연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그리고 누가 홈캠에 이런 짓을 한 건지는 마지막까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 이거 다 보기 전까지는 제 점심시간이 넷플릭스 보게 조금 더 길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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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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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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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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