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꾸준히 만들어낸 나의 흑역사들...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유튜브로부터 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잘 쓰고 있냐고 해서, 가격이라도 깎아주나 했는데요.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가격을 19,500원으로 올린다고 하더군요.
이미 광고 없는 재생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데다가,
모든 음악 히스토리를 유튜브 뮤직에 쌓고 있어서 발 빼기도 애매해졌는데요.
월급이 OTT가격을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내년에는 몇 개는 쳐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기엔 하나 하나 따져보면 다 필요해서 구독하고 있기는 해요. 🥲)
내년에 구독자님은 OTT를 어떻게 구독하실 예정이신가요?
저는 일단 유튜브는 방법을 좀 생각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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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역시 한 해를 돌아보는 맛이 있죠 그래서 시소레터에서 연말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기록하지는 않지만 자려고 누울 때 생각나는 흑역사는 올해도 차곡차곡 적립해 온 것 같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 놔야 내년을 가볍게 맞이할 수 있겠죠?
이번 주는 올해가 가기 전에 버리고 싶은 순간을 모아봤어요. 구독자님도 오늘 레터에 아쉬움, 미련, 흑역사 다 버리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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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랑스럽개
👉 연출 : 김대웅
👉 출연 : 박규영, 차은우 외
얼마 전에 올해 초에 세웠던 신년 계획을 보았는데, 역시는 역시였습니다. 실제로 실천한 게 절반도 되지 않더라고요. 원래 꿈은 크게 가지라고 배우긴 했지만, 읽어보니 그다지 높은 목표도 아니었는데 대체 뭐 하다가 이렇게 안 하고 1년을 또 흘려보낸 건지. 그 와중에 실천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들도 제대로 했다고 동그라미를 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운동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올해 초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이런저런 핑계로 강습만 겨우 받았어요. 연말이 되도록 풀코트에서 게임 한 번 해보지 않아서, 매주 강사님께 잔소리를 듣는 중입니다. 또 장롱면허 탈출하자는 목표는 계속 미루다가 지난달 겨우 연수를 받고 이제 막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이건 뭐 했다고 하기도 좀 그렇네요.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초보운전 티를 내기 싫었던 서원(차은우 분)이 전날 부랴부랴 '폼나게 운전하는 법' 강의를 듣는 모습을 보며 남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더 잘하고 싶은데, 아직 그 능력은 되지 못해 애써 숨기고 싶은 그 마음 너무 알겠는걸요.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고 후회하지 않게 좀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어요. 게으른 나야 2024년엔 보지 말자,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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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중독 알리 엠버서더의 쓰잘데기 콜렉숀
👉 [하말넘많] heavytalker
저는 요즘 온라인 다*소(=알* 익스프레스)에 들려, 소소하게 구매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런 곳들은 단가가 저렴한 물건이 대부분이라 한 번 살 때 부담되지도 않고, 필요 없는 물건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덕분에 제 방은 수납 지옥에 빠지게 되었지만요.
어떤 물건이 있는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던데, 이게 쇼핑 중독의 시작인 걸까요? 절대로 음식 만드는 데 쓸 수 없을 것 같은 주방 용품이나, 사두면 언젠가 건강에 유용할 것 같은 마사지 볼을 산다든지… 하말넘많의 영상 속 구매 목록이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넘 웃겼습니다. 😳 (제 추천 템과 실패 템이 궁금하시다면, 여기에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과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산다는 양가감정은 계속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전자가 후자를 이기기 전에, 꼭 이 습관을 훌훌 털어 버리고 싶어요. 그런데, 제 다음 쇼핑 장소가 올*브영이나 편의점이 되는 건 아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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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좋은 직업
👉 작가 : 권남희
올해 저는 처음으로 직장에서 후배가 생겼습니다. 막내를 탈출해, 선배가 된 후로 어쩐지 제게도 '허세'같은 것이 생기더라고요.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더니, 저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잘 알았던 사람인 양 후배를 꾸짖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몇 번은, 확실하지 않은 것인데도 아는 척을 하다 민망해졌던 적도 있고요. 아주 어렸을 때 이렇게 아는 척하다 혼쭐이 난 적이 있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그새 다 까먹고 또 그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지 뭐예요.
30년이 넘게 일본 문학 번역가로 활동한 권남희 작가는 자신의 삶을 녹인 이 에세이에 오역과 관련된 한 에피소드를 공유했는데요. '주도(酒盜)'라는 단어를 직역하여 '술도둑'이라 표현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건 일본어로 슈토, '참치내장젓갈'이었다는 겁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간장게장처럼, 사케와 잘 어울리는 훌륭한 술안주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확실히 안다고 생각하는 단어라, 그 외 다른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버린 거죠.
수십 년을 일해도 모르는 게 여전히 있다는데, 고작 n년 일한 제가 뭐라고 아는 척을 했던 건지. 그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내년엔 재연되지 않게, 자중하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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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gie Man
👉 노래 : 루시 LUCY
양귀자의 소설 <모순>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어머니를 이렇게 묘사하는데요. ‘불행을 과장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 올해 제 모습도 그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이 진짜 불행인지도 알아채기도 전에, 그걸 과장하는 걸로 한 해를 버텼던 것 같아요. 때론 스스로의 과장법에 괴로워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상상보다 볼품 없는 현실을 깨닫고 무사히 넘기기도 했죠.
이런 날엔 부기맨이 찾아와 나를 잡아간대
어두운 밤에 찾아오는 부기맨을 두려워하는 노래 가사처럼, 오지 않은 일을 지레 걱정하는 데 올해 중 며칠은 꼬박 썼던 것 같습니다. 발목부터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써도, 아무리 그를 피해 도망을 다녀도, 부기맨은 언제 어디서나 슥 나타나는데요. 결국 나는 그에게 잡혀 버립니다.
내일 밤엔 부기맨이랑 같이 널 잡으러 갈게
노래의 후반부에 작은 반전이 등장하는데요. 그렇게 피하려던 내가 결국 부기맨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올 한 해를 슬픔 과장법으로 유연하게 보냈던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과장에 잡혀 저도 부기맨이 되지 않기 위해, 내년엔 꼭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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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나이키와 넷플릭스에게 고소당한 악동들의 뇌를 훔쳐보다 | 최성운의 사고실험 [미스치프]>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괴짜들을_더_알고_싶어집니다
요즘 아마 가장 핫한 전시의 주인공, 미스치프(MSCHF)를 다들 아시겠죠?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이들이 한국에서 최초를 전시로 한다고 하니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를 쏟아냈는데, 이 시리즈는 굉장히 심도 있게 질문을 준비해서 생각할 거리들이 많더라고요.
미스치프의 창의성, 풍자(Black Humor)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한계 혹은 통쾌함 같은, 이 아티스트 그룹의 가치관 자체에 대해서 파고드는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제가 인상 깊었던 건, 그들은 절대 '사람들은 우리한테 뭘 원할까?'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매번 누구나 느낄 법한 억압이나 분노, 슬픔을 시원하게 해소하는 것들을 드롭(Drop, 작품을 공개한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해내는데도 말이에요. 오로지 '아이디어' 그 자체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들은 아티스트보다 인간 내면의 심리를 잘 읽는 철학자들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진 그냥 힙한 아티스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담긴 것들을 좀 더 상세히 듣고 나니 실제로 보고싶어졌습니다. 전시 MSCHF(미스치프): NOTHING IS SACRED는 대림미술관에서 내년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네요. 전시품들을 이렇게 모으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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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배드 닥터: 메스를 든 사기꾼>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사기꾼들의_역사는_계속된다
한 공중파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었던, 기도 질환을 앓던 해나를 기억하시나요? 한창 어리광 부릴 나이임에도 병원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모습이 눈물을 자아냈는데요. 그런 해나의 사정을 돕기 위해 의료진을 비롯한 다양한 손길이 모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해나의 수술을 집도 했던 외과의가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다는 거죠. 무려 그의 범죄 행위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가 있을 정도로요. 파올로 마키아리니는 독자적인 줄기세포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어이없게도 그 기술은 어떤 실험도 거치지 않은 수술이었고, 당연히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생명을 가볍게 여긴 파올로의 태도도 놀라웠지만, 그 혼자서만 명성을 키울 순 없었을 겁니다. 언론과 의학계의 방관이 피해를 키운거죠. 사실 뉴스에 신기술이 나오면, 잘 모르는 분야라는 이유로 쉽게 납득하곤 했었는데요. 제 무지도 그것에 한 몫했던 건 아닐까 섬뜩해졌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무려 3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가 어떻게 전 세계를 속였는지 낱낱이 밝히기에 체감하기로는 오히려 짧게 느껴졌습니다. 이 험한 세상, 믿을 사람 없는 건 알았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믿어서는 안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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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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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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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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