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독자님은 쉴 때 뭐하고 노세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매년 일력과 (중간에 쓰다 말) 다이어리를 사는 게 습관인데요.
용의 해를 맞아, 여의주를 귀엽게 든 용이 그려진 2024 일력을 마련했습니다.
일력을 산지 2년 차인데, 첫 해는 매일 매일 달력을 넘기는 것에 실패했고요.
올해 일하는 책상 위에 올려 두니 그나마 그 때 그 때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사실 여전히 한번에 여러 장을 북북 찢을 때가 많지만요.
가끔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면 그 페이지는 버리지 않고 모아두기도 합니다.
한 드라마에서 그랬잖아요. '잘 생긴 것보다 귀여운 게 최강이라고요.'
일상을 지키는 작은 힘으로, 책상 위에 귀여운 일력을 두는 걸 추천합니다.
365개의 서로 다른 그림이 내년의 우리를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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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에 만난 친구가 가장 부러우면서도 어려운 고민에 빠졌더라고요.
바로, 첫 출근을 앞두고 붕 떠버린 방학을 얻게 되었다는 거였어요.
그 시간에 무얼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휴가라면 못 보던 친구를 잠깐 만나거나,
해외여행을 가라고 하겠지만 두 번 다시없을 시간이잖아요.
대답해 주는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답을 말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는 쉬는 시간에 하면 좋을 것들을 얘기해 보고 싶어요.
쉬는 시간에 한다고 다 쉼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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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직접 찍은 도서관 가는 길.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걸으세요, 읽으세요, 홀로 고요하세요
👉 작가 : 김현진
대형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쏠쏠한 재미지만, 이왕 시간이 난다면 도서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네가 네시에 온다면 세시부터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작가는 이곳에 가는 길에서부터 다정한 기운을 듬뿍 얻는다고 합니다. 도심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고, 겨우 고른 책을 내내 소장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면 왜 도서관에 가야 할까요.
화려하고 번쩍이는 매대나 팝업은 없지만, 그래도 정갈하게 진열된 서적들 사이를 비집어 내 책을 찾는 재미가 있거든요. 연말마다 유행하는 가장 눈에 띄는 단어 찾기 게임처럼, 눈에 팍 들어오는 책이 있을 수도 있고요. 000부터 900까지의 책장 사이를 미로처럼 헤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은 바쁜 도시 속에서 어떻게 이리 조용할 수 있나 싶습니다. 내 마음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는 경험은 현대인에겐 잘 없는 귀한 기회입니다. 아무것도 소유할 수도 없고, 24시간 연중무휴도 아닌 이곳이 익숙해지면 신기하게 전부 내 공간처럼 느껴지게 되죠. 돈을 내어야만 갈 수 있는 곳 투성인 이 세상에서, 꼭 집이 아니라도 맘 둘 만한 대피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가요?
P.S 제가 추천하는 곳은, 장소 자체로도 너무 멋진 한옥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입니다! 꼭 한번 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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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즉흥환상곡
얼마 전 한 매거진의 아티클을 읽다가 뼈를 맞은 문단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거리에서도 정보와 음악이 넘쳐나는 동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여백을 형성하는 음악이 아닐까. 끊임없이 무언가 제시하는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타자와 나를 바라보게 돕는 음악. 어쩌면 우리에겐 침묵을 닮은 음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알고리즘이 던져 주는 게 익숙해진 터라, 솔직하게 말하면 자주 들어도 가수나 곡 제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플레이리스트에서 만들어 준 상황과 감정은 기억하면서요. 그래서 연말을 맞아 음악 애플리케이션이 ‘올해의 자주 들었던 음악’을 짚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편하고 익숙한 음악이라는 것도 다 착각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내 손으로 음악을 디깅하며 들은 경험이 언제였나 싶네요. 그래서 제가 요즘 하는 건, 평소라면 전혀 안 들었을 노래를 찾아 들어보는 건데요. 특히 중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듣는 클래식 장르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알아서 잘 쌓여 온 역사는 방대하죠. 문외한인 채 찾아 듣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본 게 ‘1분 클래식’ 채널이었어요. 몇 분 남짓한 짧은 길이에 지식과 인물을 전달하는 유튜브인데요. 딱 알지도 모르겠는 그 미묘한 거리를 유지해 줄 수 있어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 알려주는 음악에서 내가 알아가야 하는 음악이라는 게 쉽지는 않지만요. 남은 인생 동안 꼬박 즐겨도 남을 분량의 음악이 있다는 것도 든든하더라고요. 한참동안 듣고 들어도 또 알아가야 할 분량이 남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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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
👉 감독 : 박범수
👉 출연 : 이동욱, 임수정, 이솜 외
제 삶에 갑작스러운 방학이 생긴다면, 저는 ‘정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요. 책상이나 옷장처럼 정말로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포함해서, 제 생각과 마음까지.
혼자가 좋은, ‘싱글이 답이다’가 신념인 영호(이동욱 분)는 우연한 계기로 그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분명 싱글로서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무엇을 쓸지 고민 끝에 결국 자신의 과거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거든요. 내가 어떻게 해서 싱글이 되었는지, 내가 싱글이 아니었을 때는 어땠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다 보니 결국엔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었던 아주 오래전에 읽은 소설과 만화책까지 들추어보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로 완전한 정리를 끝마치죠. 의도치는 않았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정리를요.
뭐, 책상 정리만 놓고 보더라도 그래요.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제일 많이 미루는 일 1위라고 해도 될 정도일 걸요? 정리라는 건, 언제 해도 상관이 없어서 끝도 없이 미룰 수 있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여유가 될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마치고 나면 분명 좋을 거예요. 후련하고, 뿌듯하고, 아무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일 걸요?
🍋 제목 보고 속지 마세요 당연히 로맨스 영화입니다 😂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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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 1부
👉 무비콘 영화
구독자님은 유튜브에서 채널 몇 개 구독하고 계신가요? 저는 300여 개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믿기지 않게도 이게 틈날 때마다 구독목록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거나 오랫동안 업로드가 없는 채널은 틈틈이 삭제하는데도 이렇게나 많더라고요. 그런데 늘 제대로 다 보지 못하는 영상들이 가득한데도 단 한 번도 구독목록에서 삭제하고 싶지 않았던 채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전 영화를 업로드하는 이 채널이요.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고전’이라는 단어가 싫었는데 왜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 단어와 친해지고 싶은 걸까요? 유명 감독이나 배우들이 언급하는 그 장면, 혹은 그 대사를, 화려하지 않지만 몰입할 수밖에 없는 그 멋진 연출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명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까요.
이 채널에선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이 잘 알려진 작품부터, 제목도 낯선 옛 영화들을 전체 다 볼 수가 있는데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했는데, 워낙 오래된 작품들이라 저작권이 만료되어서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지, 한 번 탐구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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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웰컴투 삼달리>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어디서_많이_본_듯한데
올해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 중 가장 눈길이 갔던 작품이 이번주부터 방영을 시작했길래, 부리나케 보고 왔는데요. 신혜선과 지창욱, 두 배우의 조합은 역시나 기대 이상이더라고요. 특히 첫 화에서 삼달(신혜선 분)이 어시에게 뼈를 때리는 충고를 하는 장면은 좋은 대사와 연기력이 만나 탄생할 수 있는 명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는 내내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격 없이 어울리고, 어려운 일엔 발 벗고 나서는 용필(지창욱 분)은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과 너무나 닮아있었고요. 한날한시에 태어나 쌍둥이같이 자란 친구와의 사랑은 <나쁜 엄마>가, 제주 토박이 해녀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우리들의 블루스>가 떠올랐습니다. 이외에도 곳곳에서 PD의 전작들까지 언뜻언뜻 보이니 저도 모르게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자꾸만 찾고 있더라고요. 장르 특성상 소재가 아예 안 겹칠 수는 없겠지만,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로맨스 코미디가 그렇게까지 집중해서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 힘 빼고 본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주의 푸른 바다나, 따뜻한 분위기의 연출이 조금은 느긋해지고 싶은 연말에 딱 맞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두 배우의 비주얼과 연기는 모자랄 것이 하나 없으니,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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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빌리밀리언>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우리의_시간은_소중하니까
이번 주 작은 저만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영화 <괴물>을 개봉하자마자 보고 영수증에서 소개하는 거였는데요. 제 계획이 조금 원대했습니다. 연말이라 사람 만나는 약속도 많고, 일은 더 많다는 것을요. 하필이면 또 아이러니하게 레터 주제는 ‘쉼’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일정에 압도되지 않고 나를 지키는 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인생은 길지만 오늘이란 하루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나 다움’을 종종 까먹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쓰는 시소레터를 포함해, 짧게라도 내 취향을 존중하는 시간을 까먹지 않고 가지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영수증은 ‘시간’과 ‘나다움’에 대한 유우리의 곡인데요. 일본 곡이지만 첨부해 둔 영상에서는 한글 자막이 있어서 어떤 가사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누군가 찾아와 나의 시간을 돈과 맞바꾸겠다고 흥정한다면, 그 돈이 얼마라도 나는 팔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가사를 곱씹다 보면 지금의 몇 백억보다 남은 내 인생과 가능성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구독자님의 연말이 정신없는 시간일 수도, 아쉬움이 남는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요. 결국 그 모든 시간도 ‘빌리밀 리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 이 노래를 통해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며 오늘도 열심히 출근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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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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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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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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