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하고 보여줄 멋진 것이 아니라도 좋아요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라디오 키드로 자랐던 저는 오늘 네이버에 뜬 한 기사를 보고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MBC의 간판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푸른밤> 프로그램이 종영한다는 것이었어요.
2005년 시작해 당시 DJ였던 성시경 씨의 클로징 멘트 '잘 자요'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어요.
약 18년 동안 청취자들과 함께했던 <푸른밤>이 이제 안녕을 고하고 역사로 사라진다니.
마음이 헛헛한데요. 생각해 보니 차 탈 때 빼고 자의적으로 라디오를 들은 적이 언제였던가 싶기도 해요.
그럼 요즘 친구들은 자기 전에 라디오 대신 유튜브를 듣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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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두 가지로 나누는 방법 중 하나는
스스로를 창작자로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저만해도 약 2년 가까이 레터를 쓰고 있으면서,
어디 가서 ‘저는 창작을 합니다’라고 소개하기는 좀 부끄럽게 느껴지는데요.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꼬박꼬박 일기를 쓰는 것도,
저녁에 먹을 집밥을 짓는 것도
하다못해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찍는 것도
크게 보면 다 창작의 영역에 들어올 텐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주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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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 감독 : 이형래
👉 출연 : 최종태, 봉준호, 임훈아 외
스스로를 시네필이라 칭하기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다큐멘터리 조금은 기다리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세계인을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이 속해있던 1세대 시네필 동아리, '노란문'과 그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90년대 초, 한 선배가 창업을 위해 빌린 한 사무실이 초짜 영화인들의 모임 장소가 되고, 그렇게 '노란문'이 열립니다. 서로 다른 학교, 다른 전공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아주 여러 사람이 모이게 되죠. 사진과 영상을 배우고, 온갖 비디오를 수집하며, 영화에 대한 감상을 빼곡히 노트에 적어 공유하던 이 모임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인 30분도 되지 않는 생애 첫 영화를 상영합니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았던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거예요. 하고 싶은 걸 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은 그 어느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걸요. 아마 봉감독이 사진에 포커스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시절에 만든 그 첫 작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은, 그때의 희열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노력과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그 기쁨을 나누는데서 또 다른 행복을 느꼈을 테죠. 마치 저희가 시소레터를 쓰는 이유와 같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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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 기획 : 스티브 마틴, 존 호프만
👉 출연 : 스티브 마틴, 마틴 쇼트, 셀레나 고메즈 외
무언가 하나를 창작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0에서 100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죠. 평소 일기에 고작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도 수없이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데, 그 규모가 커질수록 당연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 속 동명의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세 사람은 참으로 축복받은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범죄 실화 팟캐스트를 듣는 것에 푹 빠져있는 아파트 이웃 주민이라는 것 외에는 단 하나도 맞지 않는 세 사람은, 우연히 일어난 이웃집의 살인범을 찾아내고자 추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팟캐스트를 시작하죠.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떡밥'들을 발견하며 녹음하기에 바로 다음 화에서 이전의 추리의 오류를 수정하기도 하고, 범인을 잘못 지목해 결말을 번복하기도 합니다.
전문성은 전혀 없는, 아마추어들의 어설픈 창작물이라고는 하지만 그 고통이 확연히 줄어든 것만으로도 이들이 참 부럽다면... 저 너무 찌질할까요. 하지만 실제로 이 세 사람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모두 기획, 제작, 극본까지 이 드라마의 곳곳에서 '창작'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시즌4 제작 확정이 되었다던데 계속해서 저와 함께 이 고통을 함께하신다니 왠지 위로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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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MAGAZINE
👉 인터뷰어 : 민지민
이번 주 시소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창작을 멀게만 느끼는 이유는 창작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서란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신비롭고 예민하고, 일반인들과는 감히 다른(?) 집단일 것 같죠.
네일 아티스트 토모야의 인터뷰에서도 그것을 느꼈는데요. 독특하고 미래 지향적인 작업물을 보자면, 일반적으로 네일에서 쓰이는 젤과 파츠뿐만 아니라 3D 프린팅, CAD*까지도 활용한다는 말에서 어떤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튜브 사업가에서 어부로 직업을 바꿨고, 결국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좀 의외죠? 하지만 어부 생활을 하며 느낀 자연물이나 도시에서 겪은 경험 모두 현재의 작업에 투영된다고 합니다.
창작자의 뿌리를 거슬러 가보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영감이나 창조 같은 어감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창작은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기도 했죠. 그럼 우리도 실천만 한다면 내일은 창작자라고 말해볼 수 있을지도요?
*Computer-Aided Design, 도면 설계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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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쓰는 사람이라 같이 쓰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매일을 담아 영원으로 만든다’는 문학론 에세이 시리즈에 마음을 뺏긴 것도, 여행 빼곤 잘 모르는 제주도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도 결국엔 제가 매주 무언가를 쓰고 있는 사람이어서겠죠.
남양주의 집에서 신사동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하면 분당에서 시를 공부했다는 작가의 문장에 몇 번이나 밑줄을 치고 싶었습니다. 인생을 먹고 사는 일로만 보내고 싶지 않은 그 간절한 마음을 알고 있어서였어요. 지친 육체를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건 갓생 정신따위로는 설명할 수 없죠.
남들 눈에 보이는 만듦새가 어떨지 몰라도, 창작에는 크고 작은 노력이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물질 혹은 생산과 견주지 않는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죠. 그러므로 우리는 창작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살기 위한’ 시간으로만 채우면 그건 너무 공허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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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커피 1타 강사 이상순 강의 오픈>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커피_한_잔_할래요
'얼죽아'를 선언했던 이들에게도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더 매력적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계절이죠. 평소 커피를 골라 마실 정도로 즐기진 않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는데요. <채널 십오야>에서 저와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피를 좀 더 알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강의를 오픈했다고 해서 보게 됐어요.
실제 사내 문화센터처럼, 커피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제주도에 카페를 연 이상순을 초대해 커피 강좌를 진행했는데요. 이상순 역시 바리스타가 아닌 커피 애호가 출신의 카페 사장인 터라 일반인의 입장에서 좀 더 알기 쉽게 커피를 설명해 주니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스케치북에 마카로 필기를 하며 포인트를 짚어주고, 직원들과 함께 실습까지 진행하며 주의할 점을 알려주는 것도 좋았고요. 보는 중간중간 저도 모르게 스크린 캡처를 하고 있더라고요.
유튜브에 이런 식의 정보를 주는 강의형 영상들이 참 많지만 왠지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만 같아서 잘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요. 이렇게 청중을 모아놓고 실제로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르더라고요. 저와 같은 눈높이에서 보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과연 다음 강좌는 어떤 선생님의 수업일지 기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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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무인도의 디바>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너목들_스타트업_작가의_차기작
섬, 소년소녀, 노래의 조합이라니. 한 번 드라마를 시작하면 꼭 끝을 봐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강박 때문에, 요즘에는 좀처럼 시리즈물을 시작하지 않는데 이 몽글몽글한 단어 조합 때문에 <무인도의 디바>는 이상하게 끌리더라고요.
작은 섬 ‘춘삼도’에서 가수를 꿈꾸는 중학생 목하(박은빈 분). 그는 UCC 콘테스트(예스러움 그 자체..)에 셀프 뮤직비디오를 올리고, 가수 윤란주의 눈에 띄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 몰래 서울 가는 배를 타게 되는데요. 오디션을 보러 가던 목하는 그만 무인도에 난파되고, 무려 15년 동안 개 고생을 하게 됩니다.
텍스트로 담으면 마냥 과하고 오글거릴 것 같은 이 설정이, 영상에선 어떻게 표현되는지 직접 봐보셨으면 좋겠어요. 한 편, 춘삼도에서의 인연인 '기호'가 누구일지 아직 밝혀지지 않아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마냥 청량하고 따뜻하기만 하다면 밍밍했을 텐데 '추리'라는 매운 맛을 아주 살짝 풀어낸 느낌이랄까요. 자극적인 쇼츠 영상에 절여졌던 제 뇌에게 당분간 <무인도의 디바>라는 힐링을 선사해야겠어요.
🍋 몽글몽글하다를 영상으로 표현하면 딱 이거 (목하의 셀프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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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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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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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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