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무겁고 눈앞이 깜깜하다면 💌 구독자님께 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매년 11월 초가 되면 습관처럼 꺼내드는 시가 있습니다.
연말로 훌쩍 다가선 듯한 그 애매한 마음을
문장 몇 줄로써 다독여 봅니다.
구독자님도, 같이 읽어 보아요!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P.S 지난주 진행했던 <더데빌 : 에덴> 초대권 이벤트는
레터가 발송된 오늘 (11/2 목) 중으로 당첨자에게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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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평화롭게 각자의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를 옭아매는 것들이 있습니다.
좋게 보면 책임감이지만,
어떻게 보면 부담감이기도,
더 나아가선 억압이 되기도 하는 그런 것들이요.
이번주는 이렇게 나를 옭아매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콘텐츠들을 가져왔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두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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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릿결과 구두가 나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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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극장판
👉 감독/극본 : 이주영
👉 원작 : 정한아 <친밀한 이방인>
👉 출연 : 배수지, 정은채 외
“전 사람을 볼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보거든요.”
사소한 거짓말이 모여 ‘안나’로 살게 된 유미(배수지 분). 매 순간 위장하며 사는 삶이 쉬울 리는 없습니다. 마음 졸이게 하는 장면이 이어져, 보는 내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안나의 말 중에서 제게 가장 한 방을 먹인 대사는 이것이었어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부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게, 결국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차별받아도 된다는 말처럼 들려서요.
무언가가 없다고 손해 볼 게 없다면, 유미가 안나가 될 이유도 없었지 않았을까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우린 ‘소비’에 발목 잡혀 사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머릿결과 구두가 아닐 뿐이죠. 망가져 못 쓰는 것도 아닌데, 자꾸 물건을 사 모으고.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쇼핑 앱을 들락거리지만, 막상 택배를 받고 나면 마음은 헛헛합니다.
어느새 삶의 한 부분이 된 쇼핑은 우리에게 늘 기쁨만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하는 건, 내가 사는 것이 곧 나를 말해준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안나>를 다 보고서도 저 말이 자꾸 맴돌아, 저는 머리를 자르러 가게 되었습니다. 참 이상하죠? 아무래도 이번 생에 소비를 끊기에는 그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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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
👉 출연/제작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제작하고 출연한 이 다큐멘터리는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서비스 직종, 2부는 중간 관리자, 3부는 꿈의 직업, 4부는 리더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요. 흐름을 보면 바로 눈치채셨을 테지만 이건 말단 육체 노동자에서부터 대표에 이르기까지, 직업의 계층을 좇아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고, 또 해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평생을 한국 사회에서, 한국의 관념적인 '일'에 대한 가치관을 학습해 온 제게 가장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2부와 3부였는데요. 직업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를 바라보며 공부를 하고, 성적을 받고, 대학에 가는 우리네 삶에서는 사실 크게 조명되지 않은 계층이라서 더욱 그랬습니다. 실제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중간 어드메에 있을 테니까요.
보는 내내 나를 따르는 부하직원에게는 믿음을, 내 상사에게는 성과를 보고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들의 모습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아마 직장인으로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이었겠죠. 아래에서 위, 위에서 아래 양측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여러 굴레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최선을 찾아가고 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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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 감독 : 조성희
👉 출연 : 김태리, 송중기, 유해진, 진선규 외
한국 최초의 우주 SF 블록버스터로 큰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 혹시 보셨을까요? 유명 감독, 화려한 배우 라인업과 더불어 섬세한 한국형 CG라는 멋진 요소들이 조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면에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라는 평을 들으며 아쉬움을 남겼었는데요. 저 역시 대다수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이 영화의 설정 때문인데요.
영화의 배경은 2092년,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인류는 우주 곳곳에 거주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이런 설정에선 할리우드는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모습을 그리곤 하는데요. 이 영화 속 미래 세계에선 영어가 전혀 중요치 않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이들 모두의 귀에는 만능 동시통역기가 꽂혀 있거든요. 주인공 일당은 한국어를 쓰지만, 그 외 인물들은 다 각자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심지어 따갈로그어, 덴마크어, 나이지리아의 피진까지 여느 영화에서는 보고 듣기 힘들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각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등장하죠.
보면 볼수록 세계화라는 이유로,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간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참으로 답답한 생각이 아닐 수 없더라고요. 국가와 인종에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면서 이런 언행불일치라니.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도 이렇게나 자유로울 수 있는데, 언제 그런 날이 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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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9
👉 노래 : 이소라
어렸을 때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 보면 괜히 허무해질 때가 있었어요. 이렇게 공부해서 성적을 받아서 뭘 하나 하는 마음은 아니었고요. 시험을 쳐서 성적을 받는 것처럼, 인생은 내가 내가 한 것들에 대해 평가받고 책임지는 것의 연속이겠거니 싶어서요. 내가 원해서 들어간 시험장도 아닌데 말이죠.
가장 자유롭다는 시대와 나라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꾸 어딘가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소라의 가삿말처럼, 그건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서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데에서 오는 숙명인 것 같아요. 삶이라는 건 결국 원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데서 끝낼 수도 없는 것일 테니까요.
평소에 성실하게 삶을 수행하고 있어도, 가끔은 아주 자유로운 순간을 꿈꿉니다. 만약, 구독자님이 제가 느낀 그때처럼 허무의 시간을 겪고 계신다면 작은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자유를 꿈꾸는 건, 자유를 안다는 것 아니겠어요. 순간순간 좋아하는 것을 찾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지길 바라요. 그러면서 언젠가 우리가 삶에 얽매이기보다 손에 담고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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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이두나!>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6,500
#왜_더_안_궁금하지 #그래도_예쁘니까
꽤나 오래전부터 많은 분들이 기다려왔던 드라마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수지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대감을 안겨주었어요. 주인공 두나(수지 분)가 화려한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이라,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아이돌 수지'의 모습까지 볼 수 있거든요. 실제로 1화를 딱 보기 시작하자마자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수지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놀랐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습니다. 두나는 누가 봐도 사연 있는 여자처럼 바깥에 앉아 계속 줄담배를 피고, 원준(양세종 분)은 그런 두나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장면이 한 화에 그렇게나 길게 있을 줄이야. 두 캐릭터 모두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니니 뒤는 안 봐도 뻔한 이야기거든요. 연출이 새롭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라서 지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설렘을 유발하는 폭발적인 비주얼의 배우들을 데려다 놓았음에도 제가 드라마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니. 감독이 이전에 연출했던 로맨스 드라마들을 참 좋아했어서 더욱 기대감이 컸던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예쁜 수지의 모습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는 건 분명하니까, 편히 볼 수 있는 작품을 추구하신다면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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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 15,000
#조류_공포증이_생겼어요
지금은 번복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 철저한 비밀 마케팅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시골로 온 마히토는 말하는 왜가리를 만나고, 그의 안내를 따라 신비의 세계로 떠나게 됩니다. 어느 판타지 장르의 문법도 따르지 않은 채 영화는 흘러가고, 관객은 지브리 작화의 익숙한 풍경만을 믿고 따라가야 합니다.
왜 그렇게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그동안의 전작에서 ‘자연주의’ 같은 명확한 메시지가 드러났지만 이번에는 아니어서인 것 같아요. 영화는 주인공과 관객 모두를 아무것도 모를 세계에 던져 놓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오직 이 물음만을 영화는 담백하게 좇고 있었어요.
이번 주 주말에 볼까 말까 고민하셨다면, 이 영화는 정답보다 과정을 말하는 걸 알고 가셔야 극장에서 덜 당황하실 것 같아요. 머리를 비우고 싶은 분이라면, 오히려 더 무거워져서 나오실 테니 비추입니다. 🤯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든 것이 녹여져 있는 듯한 작화였어요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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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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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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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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