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이 게임을 떠올리신다면 우린 동년배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
대한항공에서 창사 이래 계속해서 구분해왔던 객실 승무원 명칭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남성은 스튜어드, 여성은 스튜어디스라고 부르고 있던 것을 통합해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 FA)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같은 직업인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부르고 있었던 것도, 그걸 2022년이 되어서야 통일한다는 것도 웃픈 현실입니다.
레터를 쓰기 시작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고작 단어 하나일 수도 있지만, 미묘하게 달라지는 뉘앙스가 그 문장, 나아가 글 전체의 느낌을 바꾸기도 하더라고요. 대한항공의 이 변화가 업계, 그리고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이제 날도 쌀쌀하고, 해도 많이 짧아졌더라고요.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의 레터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
십 여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던 '당연하지' 게임을 아십니까.
(Z세대 구독자님들 모르시나요?)
상대방이 제 아무리 곤란한 질문을 해도
태연한 척 능숙하게 '당연하지'를 외치는게 묘미였는데요.
살다 보니 세상이 던지는 질문이 이 게임 같아요.
'너 직업은 뭐니?'
'너 돈은 모으고 있지?'
'너 만나는 사람은 있지?'
...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었단 생각이 들 때
보기 좋은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 초록색 굵은글씨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
|
24 👉 노래 : Sundial
유튜브에서 옛 TV 프로그램을 아카이빙한 채널들을 보다 보면, 당시 일반인들의 인터뷰도 가끔 보게 되는데요. 자막에 뜬 나이가 나랑 같을 때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정장을 입은 채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모습이 신기해서요. 그 때보단 조금 더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이 시대에 감사하면서도, 이런 생활도 기한이 있나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Still at my parents house (여전히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 Friends getting married, one has a baby (친구들은 결혼하고, 한 명은 아기도 있어)"
서점에서 자기 계발서를 스쳐 지나갈 때, 친구들과의 모임을 하다가도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당연함’이 너무나 부담스러울 때요. 결혼이니, 독립이니 나이가 들수록 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정작 해당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Sundial의 노래나 들으며, 이불 속에 처박혀 있으면 안될까요? 딱 오늘만요.
|
|
|
태어나길 잘했어 (2022) 👉 감독 : 최진영 👉 출연 : 강진아, 박혜진 외
PT에서 요즘 걷는 방법을 바꾸는 재활 아닌 재활 운동을 시작했어요. 한 시간 남짓 쓰던 근육을 비틀어 반대로 걸으면 온 다리에 쥐가 나더라고요. 내 발등의 아치가 정 반대로 휘어져야 남들이 걷는 방식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이걸 해야 ‘당연해질지’ 조금 막막합니다. 이렇게 평소와 나를 거스르다 보면, 내 마음이 튕겨져 나가 뜻밖의 일도 벌어지죠.
<태어나길 잘했어>의 주인공 춘희는 다한증 치료 비용을 모으기 위해 마늘 까기 아르바이트에 열심입니다. 과도한 마늘 성분에 노출되어선 지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마주해요. 지금처럼 두 손이 축축한 어린 날의 춘희를요. 저는 눈물을 참아야 하는 마늘과의 싸움보다, 제2의 나를 만난다는 게 더 호러스럽더라고요. 또 다른 춘희가 나타난 게 분명 어떤 ‘신호’일텐데,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를 몰라서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며, 일상을 방해하는 그 녀석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남들과 똑같아 보이기 위해서, 우리는 때론 스스로와 대치하기도 하죠. 어떤 건 남들은 숨 쉬듯이 하는 것도 내게는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지이기도 하고요. 이럴 때 내가 나를 원만히 설득시키려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춘희와 춘희를 보고 따라해 봐도 좋겠어요.
|
|
|
이번생은 처음이라
👉 연출 : 박준화
👉 출연 : 이민기, 정소민 외
어렸을 때, 아니 사실 지금도 ‘30대’를 생각하면 당연히 찐(?) 어른이 되어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수성가한 벤처사업가, 커리어우먼 등등 멋진 사람들은 대부분 30대더라고요. 근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마음속으로 알고는 있어요. 생각보다 30이 빨리 다가오더라고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등장인물들은 절대 그런 미디어 속 이상적인 30대의 모습은 아니에요. S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월세 내기 바쁜 드라마 보조작가 지호, 자가는 마련했지만 인간관계는 0점인 세희. 그리고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등장하는 수지마저 한 편으로는 상사와 동료들의 상습적인 성희롱을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는 씁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들 그 이상적인 모습 중 한 면은 가지고 있더라고요. 지호는 작가 데뷔라는 확실한 꿈이 있고, 세희는 은행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내 집 마련에 성공했고, 수지는 일에 있어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직장인입니다. 한 사람이 삶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우리의 이상을 전부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300, 아니 500 쯤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전부 이룰 수는 없으니 스스로의 우선순위에 따라 에너지를 분배했겠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위에 두고,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세상에 당연히 주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몸소 느끼면서요.
|
|
|
투카 앤 버티
얼마 전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아 모인 적이 있어요. 졸업 후엔 각자 사는 곳도, 생활도 다 달라지면서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탓에 1년에 2번 보기도 어려웠는데, 번개모임이 가능하더라고요. 옛말엔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했는데, 각자 퇴근 후에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와 만나는 걸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여건만 된다면 날아와서라도 보고 싶은 게 친구더라고요.
투카와 버티는 구 룸메이트, 현 동네 이웃이 된 친구들입니다. 버티가 애인 스페클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으며 투카와의 동거를 마무리하게 되거든요. 근데 웬걸, 버티는 같이 사는 스페클보다도 투카에게 훨씬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의지합니다. 한 집에 사는 사랑하는 이에겐 말 못 할 속상한 일도, 불쾌한 경험도 친구에겐 가감 없이 털어놓아요. 제멋대로에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일삼는 개구쟁이 투카와 베이킹을 좋아하는 차분한 버티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서로 깊은 연대를 나눌 수 있는 건, 그들이 공유했던 시간이 결코 스쳐 지나가는 세월은 아니라는 거겠죠. 친구들과 졸업식날 인사하며 걱정했던 과거의 나에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절대 당연하진 않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
|
|
🥨 리코'S PICK <20세기 소녀>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9,500
#짝사랑과_풋사랑 #결말은_좀_의외일지도
첫사랑, 청춘, 로맨스가 담긴 영화로 뭐가 떠오르세요? 전 <플립>이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그 소녀> 요. 국내에선 특별히 그런 대표 영화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20세기 소녀>를 보고 나니, 이젠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말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엔 학창 시절 이런 애가 학교에 있었다면 전교생의 첫사랑이었을 게 분명한 배우 김유정이 주연한 작품이라 눈길이 갔어요. 더군다나 99년도가 배경이라니, 몇 달 전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레트로 소품들에 이미 푹 빠져본 적 있었던 터라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심장 수술을 하러 멀리 미국에 떠난 연두(노윤서 분)의 짝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백현진(박정우 분)의 모든 것을 알아내려 애쓰는 보라(김유정 분)의 모습을 보며, 이 영화가 첫사랑 영화인지 우정 영화인지 헷갈리긴 하더라고요. 사랑과 우정이 꼭 닮아있는 모양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 장면 장면 뜯어보면 클리셰 범벅인데, 영화의 색감과 배우들의 연기가 그걸 잠시 잊게 해 줬습니다. 성인이 된 보라로 한효주 배우가 출연해서 정말 반가웠지만, 다른 세 사람의 성인 모습은 등장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아, 혹시 그렇게 의도적으로 여운을 남기신건지. 무튼 쌀쌀한 요즘 날씨에 보면 딱 좋을 영화니까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
|
|
👴 흥선'S PICK <나주에 대하여>
구매처 : 서점
가격 : ₩15,000
#신춘문예에서_먼저_발견한_척_가능 #인스타_훔쳐본 적_있나요
2021년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던 <나주에 대하여>가 올해 책으로 되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 자주 얼굴을 비추던 ‘김화진 편집자’의 첫 책이기도 합니다. 표제작인 <나주에 대하여>가 처음 읽은 지 1년이 넘은데도 내용이 생생한 건 이야기가 ‘SNS 훔쳐보기’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한 번 쯤은 어떤 목적을 갖고, 타인의 SNS를 염탐한 경험이 있으실텐데요. 부끄러우면서도 강렬한 우리의 기억처럼, 이 책도 비슷한 감정을 묘사해 나갑니다.
‘나주’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된 ‘규희’는 그가 애인의 전 여자친구란 걸 바로 알아봅니다. 이미 수차례 SNS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진실을 밝히는 대신, 규희는 직장 선배로 가장해 그를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상대를 묘사하는 문장이 몽글몽글하고 섬세해서, 둘 사이가 같은 사람을 애인으로 둔 사이가 맞나 싶기도 해요. <나주에 대하여>는 상대를 관찰하고 싶은 그 위험하고 원초적인 감정을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과연 규희가 계속 선배 노릇을 이어나갈지, 아니면 사실을 털어놓게 될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
|
|
시소레터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텐츠 TPO 큐레이션 뉴스레터입니다.
시소레터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
|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
|
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