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
카카X 서비스 오류로 인해 바로 어제 다음 메일이 복구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당연하게 주고 받았던 메일이 한 순간에 끊긴 기분은,
저희와 구독자님 사이의 관계도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어요!
무사히 메일을 받으셨다면, 여기에 한마디라도 적어주실 수 있나요?
시소레터가 잘 도착했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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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벌어진 소동 때문에
구독자 님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친하다 생각했는데, 정작 전화번호를 몰라 연락이 끊겼다거나
혹은 오랜만에 문자를 주고 받으며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을 수도 있죠.
어플 하나로 사람 사이가 휘청이는 걸 보면서,
과연 '인연'은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사람과 사람 사이,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 초록색 굵은글씨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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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우리의 모습은
👉 노래 : 알레프(ALEPH)
"몇 가지 공통점에 서로가 취해서 우린 사랑하고 또 보여주기 바빴지"
얼마 전 친구와 인간관계를 시작할 때의 유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어요. 신기하게 딱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더라고요. 처음부터 상대에게 만점을 주다 점점 낮아지는 유형과 0점에서 시작해서 점점 호감 점수를 더 주는 유형으로요. 저는 둘 중에서 후자에 더 가까워요. 딱 위 노래 가사처럼 공통점에 비춰 상대를 판단하고, 서로 겹쳐지는 지점이 많을수록 점점 정을 붙이는 타입입니다. 낯선 관계일수록 조금 쌀쌀맞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 아직도 나와 똑 닮은 ‘소울메이트’를 찾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완전한 우연으로 만남을 시작하지만, 오히려 노력과 탐색으로 시작되는 게 현실의 인연이라 생각해요. 왜, 한자에서도 ‘인연(因緣)’에서 ‘실’이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사람 사이도 겹겹이 얽혀져야 마침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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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인연인데, 잘해봅시다.’라는 문장, 드라마에서 많이 들어서 익숙하시죠? 사실은 인연이길 바라본 적도 없었는데, 원치 않는 어떤 이유로 얽히게 된 관계에서 꼭 쓰는 말이잖아요. 우리의 현실 속에선 아마 일(work)이 만들어준 관계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 속 에밀리가 파리에 마케팅 책임자로 가게 된 건 (물론 드라마라 그렇겠지만) 상사 매들린의 임신 때문입니다. 우연이 만들어준 기회를 감사히 여기며 도착한 파리에서 만난 상사 실비아와 그 팀은 그런 그녀를 달갑지 않아 하죠. 매들린처럼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이 마케팅 책임자로 왔으니 사실 당연합니다. 극 중에서는 좀 과장되긴 했지만, 미국과 파리의 문화적인 차이도 분명하기에 그가 제안하는 마케팅 전략도 좋아 보이진 않았겠죠. 하지만 여러 사건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에밀리도 업무적으로 적응하고 성장하면서 합이 맞아가기 시작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연’이긴 하지만, 멀리 있는 남자 친구보다 오히려 의지하는 상대가 되기도 하고요.
이런 걸 보면, 어차피 우리가 선택해서 만들어진 관계는 몇 없으니 이렇게 남이 만들어준 관계도 제법 괜찮은 것 같기도 해요. 적어도 인간관계에선 모르는 게 약일 때보단 아는 게 힘일 때가 더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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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2019)
👉 감독 : 김보라
👉 출연 : 박지후, 김새벽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단연 ‘외로움’이겠죠. 하루 동안에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가지만, 정작 그중에 맘 붙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요. 이런 경험은 나이를 가리지 않아서, 14세 은희 (박지후 분)에게도 찾아갑니다. 영화 <벌새>는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말할 수 있는 그가 어떻게 1994년을 보냈는지를 그리고 있어요. 친구, 가족, 그 나이 대에서 만날 수 있는 최대치의 인연들에서 맴돌던 은희. 어느 날 새로운 학원 선생님 영지(김새벽 분)를 만나게 되고, 수업 중에 다음 질문을 듣게 됩니다.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여러분을 아는 사람들 중, 속마음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 장면은 화면 너머에 있는 제 자신에게까지 와닿는 질문이었어요. 지금까지 적지 않은 사람을 만났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일생을 끝까지 다 살아도 운 나쁘게 아무도 그런 이를 만나지 못할까 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또, 내가 상대를 거울 비추듯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요. 이 질문을 들었을 때, 구독자님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얼굴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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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Searching) (2018)
👉 감독 : 아니시 샤간티
👉 출연 : 존 조, 미셸 라 외
MBTI가 유행이 아니라 기본이 되고 나니,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끼리는 서로 MBTI 맞춰보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근데 상대가 바라보는 내 성격과 스스로가 생각하는 성격이 완벽하게 같은 경우는 잘 없더라고요. 그만큼 우리는 서로 다른 관계에선, 또 다른 ‘나’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영화 <서치>의 실종된 딸 마고 역시 그런 학생이에요. 아빠 데이비드에겐 말 잘 듣는 바른 딸이었지만, 몇몇 친구들에겐 조용한 모범생일 뿐이었고, 또 어떤 친구에겐 짝사랑의 대상이었습니다. 데이비드가 그의 행적을 찾고자 문자 기록, 페이스북, 텀블러 등 각종 SNS 속 친구에게 모두 연락해 마고에 대해 물었을 때 그들이 기억하는 마고는 모두 다른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딸에게 무관심한 아버지다,라고 데이비드를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마고는 아빠와 영상통화도 곧잘 했고, 대부분의 일상들을 이야기했거든요. 그저 자신이 보여주고픈, 혹은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상대에 따라 다른 것뿐이었습니다. 모든 연(緣)이 실선이면 너무 답답하잖아요. 촘촘하게 연결된 점선, 듬성듬성 빈 틈이 많은 점선인 관계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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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여자)아이들((G)I-DLE) - 'Nxde'>
구매처 : 유튜브
가격 : ₩ 0
#전소연은_천재가_틀림없어요
지난 활동 당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잠깐 공개됐었던 아이들의 새 앨범이 드디어 공개되었어요! 👏 당시 기획 초기였지만 섹스 심볼인 '마릴린 먼로'가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사랑받고 싶어 했다는 일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무려 "빨개 벗겠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으로 마무리했던 회의가 기억이 나는데요. 정말로 노래 제목이 'Nxde'더라고요? 노래 자체도 좋지만, 전 뮤직비디오가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5명의 멤버가 모두 금발로 염색하고 마릴린 먼로가 출연했던 작품들의 유명한 장면들을 오마주한 것은 물론이고, 그가 살아생전 독서를 즐겨한 것을 보여주는 실제 사진 같은 것들도 비슷하게 연출을 했더라고요. 그야말로 마릴린 먼로의 인생을 오마주한 느낌이랄까요. 이런 섹스심볼로서 인물/캐릭터를 성적 대상화해 온 대중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가사에 직설적으로 녹여내고 영상화한 것도 신선했어요. 워낙 이런 비판은 은유적으로 가사에 넣는 경우가 많으니, 오히려 있는 그대로 담은 게 더 낯설더라고요. 아, 가장 재밌었던 건 이 모든 내용을 끝 부분에 뱅크시의 작품과 연결시켜 그의 의도를 더 선명하게 했다는 겁니다. 예술을 세속적인 가치로만 판단하는 사회를 비판한 상징적인 작품을요.
이번 앨범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주체적인 여성상, 진정한 나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여전히 과도한 노출이 있는 섹시 의상을 입고 있다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주제를 수면 위로 띄우는 걸그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박수를 보내는 중입니다. 일단 한 발을 내딛으면,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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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구매처 : 영화관
가격 : ₩15,000
#포브스_선정_매표소에서_말하기_어려운_영화
후회 없이 오늘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만해도 오늘 저녁을 마라탕 대신 마라샹궈로 먹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인생의 선택지마다 또 다른 우주가 만들어져,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내가 평행 우주에서 존재하고 있다고요. 평범하게 세탁소 사장님 에블린(양자경 분)은 갑작스레 수십 년 치의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세무조사를 받게 됩니다. 하필이면 이때,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며 인생은 점점 꼬여가는데요.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평행 우주’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멀티버스’ 설정 때문에 같은 주인공을 두고 장면이 계속 바뀌는 터라, 착시 효과를 거대한 스크린에 옮겨둔 듯했어요. (영화의 포스터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화려한 CG와 함께 B급 감성 개그가 계속 되어, 이 영화 호불호가 엄청 갈리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 마음을 흔든 건 수천수만 가지 가능성이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에블린이 평행 우주를 관통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간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가장 미국적인 배경에서 오히려 ‘윤회’와 ‘필연’이 떠오르는 기묘한 경험이었습니다. 🧘♀️ 주인공은 과연 인생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의 세탁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이 궁금하시다면 평행우주 아니 극장으로 가보세요!
🍋 양자경이 연기하는 백만가지 캐릭터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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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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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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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고서 bogoseo.biz@gmail.com아쉽지만 수신거부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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