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든 중니어들을 위하여 보내봅니다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더위에 지치다가도 곧 이것도 끝이라는 생각에 왠지 아쉬움이 감도는 요즘입니다.
구독자님의 오늘 하루 시작을 응원하려고 가져와 봤어요.
달콤한 파인애플처럼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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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가장 막내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제법 오래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가장 어른이거나, 경력자인 것도 아니고요.
분명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던데,
리더도 막내도 아닌 이 중간은 도대체 어떤 자리일까요.
나이와 연차로 그렇다할 핑곗거리를 만들 수 없어 힘든 걸까요?
이번주는 저와 같이 '중간'의 역할이 뭔지 고민하게 될 때
볼만한 콘텐츠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가짜 웃음으로 도배된 하루를 살고계신 여러분께 바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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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지만 아직 못하는 것 발표회
👉 김독지
어렸을 땐 NN살이 되면 그래도 조금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무엇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내고, 잘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아서 뚝딱뚝딱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근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점점 스스로의 결점만 눈에 띄어서, 초라해 보이기만 합니다.
'30대지만 아직 못하는 것 발표회'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친구 세 사람이 각자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30대에 비해 내가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영상인데요. 경력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직무에 관련된 자격증 하나 없는 내가, 내 한 몸 먹여 살릴 돈은 벌고 있지만 부모님 용돈은 매월 챙겨드리지는 못하는 내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합니다. 그야말로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라, 정답은 없지만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는 모습이 저와 제 친구들같이 느껴져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영상 말미, '30대는 이래야 한다'는, 국내외 책에 수록된 문장들을 연달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물론 수명도 많이 늘어났고, 해야 할 것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서 서른의 위치는 과거와 많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생각보다 더 전통있고 글로벌한(?) 기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재미있기도, 슬프기도 했습니다. 김독지님의 말마따나, 그건 나이고 뭐고 늘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 어딘가 부족하고 작아지는 것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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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man
👉 노래 : 혁오 (HYUKOH) , Sunset Rollercoaster(落日飛車)
세상을 제법 알게 됐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있는, 애매한 중간이 된 이 상황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의 마음도, 나이 든 사람의 마음도 이해가 되니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못하고... 스펙트럼으로 따지면 빨간색과 보라색을 제외한 그 사이 넓은 영역에 우두커니 서있는 기분이랄까요?
그런 면에서 아마도 제 역할은 방향성을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은 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신입은 벗어났고, 이제는 흐릿하지만 무언가 그려 낼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이고요. 빤히 정답이 보이는 나이도 아니기에 그 안에서도 위기에 빠지지만 그것을 '틀리다'라고 단정 짓지도 않고 (사실은 못하고) 좌절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에 금세 헤쳐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시키는 것엔 나도 모르게 반발심이 생기기도 하고 아래에서 물어보는 것엔 명확한 한 갈래의 답을 제시해 주기는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것이 지금은 중간으로써 살아가는, 아니 살아남는 저의 모습인 것 같아요. 지금 내가 가진 작지만 소중한 무기를 손에 꼭 쥐고, 아직은 잘 모르겠는 세상으로 풍덩 뛰어든 모습이요.
We haven't fight 우린 싸운 적 없어
Just trying to survive 그냥 살아남으려는 것 뿐
Anyone alive? You and me 누구 남은 사람? 오직 너와 나
Hands with the fire 손엔 불을 쥐고
Jump to the sea 저 바다로 뛰어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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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
👉 출연 : 아베 사다오, 마츠 다카코 외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 정말 새빨간 거짓입니다. 고고하게 있다가는 그대로 잠수해버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제 위치거든요. 호수 아래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불행하게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행복이란 건 주어진 역할을 온전하게 수행했을 때 오는 안정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자리에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할지 혹은 마음속 깊은 충동을 따라가고 말 것인지 고민하는 건 <행복한 결혼>의 코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늦은 나이에 찾은 배우자가 사실 15년 전 약혼자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사랑하는 그에게 따뜻한 남편이 되어주고 싶다가도 점점 마음은 흔들립니다.
과연 우리는 마음 속 경고등을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요? 이 와중에 일상의 균형을 잃지 않는 코타로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지만, 그에게도 자꾸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럼에도 자기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그를 보며, 이제 제가 어떻게 ‘중간’이라도 갈지 힌트를 얻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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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 출연 : 윤나무, 정운선 외
👉 연출 : 박소영
요즘 위빙을 시작했어요. 네모난 작은 베틀에 실을 엮는 건데요. 금방 패턴만 익히면 큰 흉내는 낼 순 있어도, 잠깐이라도 집중을 놓치면 모양새가 흐트러지더라고요. 특히 중간에 한번 틀어지면 요령 없이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길 몇 번인지. 사실 이런 위빙의 흐름이 꽤 인생 같다고 생각했어요. 까딱하면 나도 모르게 내 패턴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점이요.
주말에 보고 온 <쇼맨>의 네불라도, 순간 순간의 선택이 꼬여 자신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 인물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남 흉내 내기를 좋아한 그는 한 비공개 연기 오디션에 합격하게 됩니다. 사실 그 오디션은 독재자의 대역을 뽑는 자리인지도 모른 체로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잠깐 놓쳤을 뿐인데 어느새 네불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가고 맙니다.
시대의 부름에 따라 독재자도 처벌되고, 그는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서 성실히 임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내뱉게 됩니다. 옆집 이웃 같던 그에게서 나온 뻔한 문장, 하지만 함께 인생을 톺아 살아 본 입장으로서 마냥 비난할 수는 없었어요. 흘러가는 대로 또 그 안에서 성실하게 사는 게 우리네 인생과 얼마나 다를까 싶어서요.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 어제와 오늘 사이 그 중간에 사는 제가 어느새 네불라가 되어 버릴까 객석에서 한참을 입술을 씹어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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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S PICK <고스트캣 앙주>
구매처 : 넷플릭스
가격 : ₩ 5,500
#고양이나_사람이나_사는_건_비슷하더라고요
알고리즘에 걸린 애니메이션을 한 두편 보기 시작하니, 제 마음의 문턱이 낮아져서 요새는 각종 OTT플랫폼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애니메이션을 검색까지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다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라, 마음 편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더라구요.
이 영화는 절에서 오랫동안 살며 요괴가 된 고양이 앙주와 하루아침에 절에 맡겨져 그와 함께 살게 된 11살 여자 아이 카린의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앙주는 외모만 보면 도라에몽 같은 똑똑한 고양이의 모습이지만, 나이는 서른일곱이나 되는, 그야말로 아저씨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점이 이 이야기를 더 흥미롭고 재밌게 만드는 포인트이더라고요. 뚝딱뚝딱 저녁을 차리고 익숙하게 아르바이트를 다녀오는, 사회에 찌든 현대인 같으면서도 소중한 친구를 위해 가난신과 살 떨리는 내기를 할 땐 땀까지 흘려가며 진심으로 임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우정만큼은 꼭 소중히 여기는 앙주라서, 나이와 존재의 차이(?)를 극복하고 카린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어로 더빙이 되어 있는 탓에 일본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과 프랑스의 합작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묘하게 일본인 듯 아닌 듯, 이색적인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가볍게 볼 만한 컨텐츠를 찾고 계셨던 분들께 힐링 컨텐츠로 추천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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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S PICK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구매처 : 국립민속박물관
가격 : ₩ 0
#그래서_이번엔_뭘_살까
종종 제가 맥시멀리스트라고 레터에서 밝히고 있는데요. 자질구레하게 사는 것에 재미를 잃는 법?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동안은 해외 각지를 돌며 현지 차를 사는 재미를 붙였다가 요즘은 눈에 띄는 엽서를 샀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에 정착했습니다. 저처럼 시간과 공간을 물성에 잡아두고 싶은 욕심이 있는 분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전시가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오늘도 기념>인데요.
어디 행사만 갔다가 오면 쥐어지는 수건 따위를 기념품이다 생각했었는데요. 전시를 둘러보니 이만큼 귀하고 애틋한 무언가가 없더라고요. 유한한 사람들이 더 유한한 물건에 무한한 영원을 담으려고 하니까요. 이토록 상업적인 주제의 전시가 있나 싶었는데, 시민들의 인터뷰와 소장품으로 이뤄진 섹션에서는 그들의 사연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 종로에 가면 주로 국립현대미술관만 갔었는데, 왜 국립민속박물관은 한 번을 안 갔나 아쉬울 정도의 짧지만 인상 깊은 전시였어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주말 동안 여유가 있으시다면 추천할게요! 끝나고 다른 곳에 이어서 전시 투어를 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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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시소레터가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
시소레터는 답장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30초가 흥선과 리코를 기쁘게 합니다.
오늘 시소레터는 어떠셨나요?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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